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달라졌을까....

IIIII 조회수 : 698
작성일 : 2024-10-13 11:37:53

초등때 학폭을 징하게 겪었어요.

4학년때부터 졸업때까지.

말거는 아이들이 없는건 너무나 당연하고

가방에 뭐가 있는지 도시락 반찬이 뭔지

특별한게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놀리고

교과서와 준비물은 버려놓고 무릅꿇고 빌면 알려주겠다

숙제한 노트는 찢어놓고 억울하면 샘께 알려라

알리면 샘은 오히려 그들 편이었죠.

부모님 한번 오라고 했는데 엄마가 빈손으로 가셨거든요.

혹은 기대에 미치지 않은 액수였거나.

 

엄마는 애들 그럴 수도 있다고, 졸업때까지 

그냥 다니라고 

.

.

.

 

돌아가신 엄마를 원망하진 않지만.... 

기억을 떠올리니 그냥 눈물이 나요

 

 

하교때

교실문을 나서서 계단을 내려가면 계단 아래서 돌을 던져서 누가 나를 맞추나 내기하던 아이들이 무서웠고

저희 집까지 쫓아와서 돌던지는 애들이 무서워서 

일부러 늦게늦게 하교했어요. 

학년이 올라가면서 해질녘까지 기다리다 아무도 없는 교정이 안심되면 그제야 집으로 갈 준비를 한게

아직도 해질녘의 하늘을 보면 이유도 없이 그냥 서글프고 안심이 되네요.

 

초등때 글짓기와 그림을 잘했어요. 지금은 관련없이 살고 있지만 말이죠.

시를 써오는게 숙제였는데 주동자 아이가 내 숙제노트를 찢는 바람에 나는 숙제 안해온 벌을 받았고

그 다음날까지 다시 시를 써야 했어요.

정확한 조사, 줄임말, 따옴표까지.. 아주 똑같이 쓰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똑같은 시가 안되었어요. 마음에 안들었죠.

그래서 새로 썼어요. 열시 넘어서까지 기억해 내려고 애쓰다다 단념하고 새로 써야겠다고 생각을 바꿨으니

아마 밤새웠을거예요. 

새로 쓴 시가 더 마음에 들었고 숙제로 낼 시간이 기다려졌어요. 몽롱한 발걸음으로 등교하면서 어쩌면 발표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을 가졌을지도.....

아이들이 때리던 침을 뱉던 그날 아침은 뭐든 다 괜챦았어요. 국어시간만 생각했거든요

선생님은 제 숙제를 읽었고 저는 기대감으로 부풀어있었어요. 

봐바 얘들아, 내 실력이 이정도야.

니들에게 내 머리는 잡아당기고 침을 뱉고 돌맹이로 맞추는게 다였겠지만 

나는 그 머리안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날카로우며 따뜻한 언어로 숨어서 춤추고 있단다

 

선생님까지 칭찬해 주시면 니들이 더이상 못 놀릴거야, 못 괴롭힐거야, 어쩌면...

 

선생님은 아이들 모두에게 그러셨어요.

너희들 표절. 이란게 뭔 줄 아니?

???

??

?

 

선생님은 어떤 시를 베꼈는지 물었어요. 속으로 대답했죠.

선생님, 그질문은 지금까지 제가 받은 질문 중 가장 어려운 질문이예요. 그걸 아시면 그 시의 제목을 알려주시고 얼마나 똑같은지 알려주세요, 제발.

저를 따로 불러서 추궁하시는 선생님의 눈을 보면서 결심했어요. 두번 다시 시란 걸 쓰지 않을거야. 평생.

정답은 뭔지 모르지만 걍 잘못했다고 베꼈다고만 하면 면피되는 자리였지만.. 그래도 대답을 하지 않은 건 잘한 것 같아요. 당신이 뺏은 것도 있지만 뺏기지 않은 것도 있어요. 

.

.

.

 

근데

정말 그런가?..... 그랬을까?

요즘 불쑥불쑥 그 때의 내가 아쉬워요 

그 시절이 불쌍하고 답답하고 미워요.

억울함도 미움도 고집도 버리고 나니

왜 바보같았던 나만 보이는지.

그 어릴 적 시절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달라졌을까,

나는 누구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 누구의 나는 지금쯤 행복하고 있을까

내가 바랬던 인생이 아님을 알았을 때

그 때 생각이 불쑥 나는건 왜일까요..

 

 

 

 

IP : 108.63.xxx.13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24.10.13 11:47 AM (124.65.xxx.158)

    아...원글님...ㅠㅜ
    맘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거 같아요...ㅠㅜ
    제 가슴에 꼬옥 안고 그 힘든 세월을 잘 견뎌 내셔서 자랑스럽다고 수고 했다고 사랑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제발 다시 시를 적어 주세요.
    원글님의 시를 읽게 해주세요. 제발...

  • 2. ㅠㅠ
    '24.10.13 11:57 AM (1.216.xxx.186) - 삭제된댓글

    저도 초등학교때 생각 나요.
    제 숙제 동시가 교실뒤 게시판에 붙었는데
    애들이 베껴 쓴 거라고 수근대서
    어린 마음에 너무 속상해 제 글을 떼어버렸어요.
    그런데 옆에 붙은 다른 아이 동시가 베껴쓴 것.
    엷게 웃고있던 그 아이 얼굴이 선하네요.
    떳떳한데 왜 그걸 스스로 떼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았어요.

  • 3. bee
    '24.10.13 11:57 AM (222.120.xxx.217)

    허...올 해 읽은 글 중 제일 가슴 아프고 슬픈 글이에요

  • 4. 잘했어요
    '24.10.13 12:32 PM (116.41.xxx.141)

    그냥 참기를
    아니면 지금 원글님은 더 큰 트라우마에 시달릴지도 몰라요
    인간 내면이란게 왜 있을까요
    이런저런 억울한일 고이고이 담으라고 인간들이 진화에서 발명한거라봐요
    담아두고 한번씩 꺼내보고
    참 그인간들은 이런거 생각조차못하고 넘어갔겠지
    생각해보고 ...ㅜㅜ

  • 5. 선맘
    '24.10.13 2:34 PM (118.44.xxx.51)

    어휴.. 진짜 너무너무 이 무거운 글을 끝까지 읽기도 힘들었는데..원글님 마음을 짖누르는 무거운 돌덩이는 몇개나 있는건가요?
    그중 가장 작은 돌덩이 꺼내서 살짝 말씀하신건가요ㅠㅠ
    너무너무 그시절의 원글님옆에 있어주고 싶네요..
    여기에나.. 아님 일기장에 이렇게 너덜너덜 짖이겨진 마음조각을 써 보셔요. 그때 시를 안쓰시겠다고 했지만, 원글님을 위해서 산문이든, 시, 수필.. 훈계.. 약속.. 그 모든걸 써보세요.
    원글님께서 이겨내신 그 세월안에 원글님은 잘 살아내신거예요. 그 인간들로인해서 아팠던 시간들보다.. 아무나 이겨낼 수 없었던 사건들을 이겨낸 원글님을 칭찬해주시고 촛점을 어린 원글님께 맞춰보세요.
    미치광이들.. 못된것들은 남이 이미 벌 줬을거예요.
    그들은 기필코 그 벌을 받았고 받을거예요.
    원글님 마음을 미치광이들로 더럽히지마시고요.
    그 반짝이던 섬세한 글 잘 쓰던 소녀를 자꾸 들여다보세요.
    이미 잘 지나오신거니 매일 상을 주세요.
    기쁨과 감사로요. 이렇게 기특한 자신을 감사하고 그런 못된 인간들과 같지않음을 기뻐하셔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4488 물가가 너무 심하니까 18 아니 2024/10/13 4,611
1634487 역이민 후에도 연금 수령이 가능한가요? 8 역이민 2024/10/13 1,996
1634486 한강 이우 학부모인가봐요 4 ㄴㄴ 2024/10/13 6,238
1634485 요즘 아이들 다 이런건지.. 3 .. 2024/10/13 1,960
1634484 황석영 작가 한강 축전 12 ... 2024/10/13 5,026
1634483 세탁기 탈수 덜커덩 멈춤 증상이요 6 ... 2024/10/13 922
1634482 이번에 제주 가는데 4.3사건에 대해 잘 알아볼수 있는 곳 9 .. 2024/10/13 915
1634481 국산 서리태볶음 맛있는 거 어디서 사야하나요? 1 .... 2024/10/13 535
1634480 한강작가 뭐부터읽을까요 10 ㅇㅇ 2024/10/13 1,939
1634479 요즘 식당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12 ㅇㅇ 2024/10/13 4,084
1634478 오늘은 고등 애가 점심을 차려주네요. 3 지킴이 2024/10/13 1,469
1634477 대화로 설득이 될거라는 착각을 내려놓고 살아야겠어요. 13 대화로풀기 2024/10/13 2,139
1634476 알리오 올리오 할때 꼭 올리브유 써야 되겠죠? 7 요리바보 2024/10/13 1,506
1634475 자동차 연수를 받으려는데요 6 아기사자 2024/10/13 853
1634474 문다혜씨 보니 우리나라 법잣대가 제각각이네요 31 ........ 2024/10/13 5,369
1634473 남편과의 대화 9 2024/10/13 2,430
1634472 요새 유행하는 아부지 양복바지핏 5 어이쿠 2024/10/13 2,308
1634471 자기는 이런 일 취미로 한다고 유독 강조하는 사람들 4 ........ 2024/10/13 1,675
1634470 북한산 스타벅스 오픈런 8 케이크 2024/10/13 3,296
1634469 길 지나가는데 황당한일 8 ㅇㅇ 2024/10/13 2,560
1634468 강동구와 동작구 어디가 더 살기 편할까요? 22 2024/10/13 3,326
1634467 피부시술 경험 23 적당히 2024/10/13 3,580
1634466 유튜브 오디오북에 한강의 소설 1 오디오북 2024/10/13 1,104
1634465 55세 은퇴... 현금 10억 어떻게 운용하면 좋을까요? 6 이제 2024/10/13 4,039
1634464 무슨 진동일까요? 3 . . 2024/10/13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