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니 간병이나 요양도우미 하시는 분들 기분 나빠하지 마시길 바래요.
저는 친정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말기암 재발, 의사한테 치료 불가 판정 받고 호스피스로 옮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아버지는 죽어도 호스피스는 안 간다 집에서 죽으련다 하셔서 집에 모셨어요. 침대 대여하고 제활용품 물리치료 기구 대여하고 화장실에 지지대도 설치하고 했는데 곧 걸을 수 없게 되셔서 화장실은 사용 안 하셨지만요. 위에 30억 자산가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버지는 재산이 30억 넘었지만 다 부동산이고 사시는 집도 값이 비싸서 역 모기지를 얻을수도 없는 형편. 즉 현금이 없었어요. 매달 나오는 연금은 생활비로 거의 다 썼고 입주 간병인을 부르기엔 좀 빠듯했고요. 사실 날이 얼마 안 남았다니 직장이 제일 안정적인 제가 1년 휴직계를 쓰고 합가해서 간병했어요. 남편도 친정에서 출퇴근하고 아이도 근처 학교로 전학하고요. 의사는 3개월 잘 하면 6개월 남았다고 했는데 아버지가 큰 문제 없이 잘 버텨주셨어요.
그러다 제 1년 휴직 기간이 끝나고 저는 직장으로 복귀해야 해서 입주 간병인을 고용했어요. 굉장히 명랑하고 낙천적인 성품의 중년 여성분이었어요. 경험이 많아서 아버지 케어를 확실히 잘 해주시더라고요. 저는 매일 하는 건데도 기저귀 갈아드릴 때마다 쩔쩔 매고 손목도 다치고 잘 씻겨드리지도 못하고 했는데 이 분이 넘겨받고 부터는 아버지가 반들반들 윤기가 도는 것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날 저희집에 30년도 넘게 오신 도우미 이모님이 돌연 그만두겠다고 하셨어요. 가족같은 분이고 본인도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갑자기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저랑 언니가 사정해서 그만두는 건 재고 하시기로 하고 넘어갔는데요.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간병인이 이모님을 그렇게 구박했대요. 저희 집은 부엌에 중문이 있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밖에서 알기 어렵거든요. 그 간병인이 이모님한테 했다는 말들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저는 물론 이모님을 믿죠. 30년을 같이 살다시피 한 분인데 한결같고 거짓말 못하는 분인 거 아니까요. 결국 아버지는 간병인의 손에 맡겨진지 6개월 만에 돌아가셨어요. 밤에 주무시다 혼자 돌아가셨고 최초 발견자는 간병인이었고요.
제가 해외 출장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전 장례마치고 돌아왔고 나중에 간병인 분한테 전화해서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드렸어요. 언니가 이미 추가 사례금도 두둑히 드렸다고 저보고 돈을 더 드릴 필요는 없다고 했고요. 근데 제 전화를 받더니 그런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원래 임종해준 사람한테 추가 사례비를 주는 게 관례인데 그걸 가족들이 모르는 것 같아서 얘기하는 거라고요. 임종 사례비? 너무 황당해서 언니하고 의논했더니 말같지도 않은 소리 무시하고 그 여자랑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6개월 동안 이구석 저구석에서 삥땅한 돈도 많은데 아버지한테는 잘 하니 모른 척 하고 넘어갔는데, 돌아가신 다음에까지 또 한 몫 챙길 생각하는 질 나쁜 사람이라고요. 정말 그 선생님 그렇게 안 봤는데, 물론 돈 때문에 그 일 하신다는 건 알았고 돈에 좀 쪼달린다는 얘기를 기회될 때마다 흘리긴 했지만 그 정도인줄 몰랐어요.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더니.
이제는 치매이신 엄마 차례라 집에 모시고 보호사님 세 분이 번갈아 오시는데 언니가 매의 눈으로 감시 관리하고 있어요. 한 번 당한 적이 있어서요. 30억으로 사람 부리고 돈 쓰고 죽으면 된다는 생각, 많이 순진하고 구멍이 많은 플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