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과에게

ㅁㅁ 조회수 : 730
작성일 : 2024-09-23 11:29:04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서늘해졌다.

냉장고 한기를 쐬며  사과 한알 꺼내 온다

오늘은 너의 날.

봄부터 지금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꽃가루도 바람도 먼지도 너의 외피를 스쳐갔겠지.

온갖 풍파와 유혹과 중력에도

떨어지지 않고 잘 매달려 있었구나.

예쁘고 고마워.

예를 다하듯,
겉을 물과 가루로 삭삭 뽀득뽀득.

 

껍질을 벗기려면 먼저 정수리 한대를 쳐야하지

사과의 수치심을 기절시키기 위해서. 

오늘은 단칼에 너의 심장까지 도달한다.

네가 품은 사과의 진심, 하트형 심방을 도려내고

자존심처럼 조금 남은 꼬랑지도 발라내고

다홍빛 외피를 두른 채로

사곽 사곽 사곽 사곽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사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새콤달콤함

이름도 겸손하고 아름다운 사과

 

내 안에 너의 심장을 넣었으니

수줍어도 부끄러워도

너를 내밀만한 겸손과 용기가 나에게도 적잖이 싹트길.

 

사과, 오늘도 고마워.

너를 잊지 않을게

 

 

IP : 222.100.xxx.5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과
    '24.9.23 11:42 AM (1.240.xxx.21)

    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시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오늘 사과의 심장을 내 안에 극진히.. 모신 아침.
    참. 저는 사곽 사곽 죽어서까지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것은 차마 저어하여
    깨끗이 씻어 껍질채 먹었답니다. ㅎ

  • 2. 우와
    '24.9.23 12:21 PM (39.7.xxx.176)

    시인이다!!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2931 영화 러브레터감성 있잖아요 13 ..... 2024/09/23 1,515
1632930 결혼후회 35 부인 2024/09/23 4,759
1632929 사랑하는연인에게 실연과 갑자기 알거지됐을때 더슬픈쪽이 어딜까요?.. 16 이중 2024/09/23 2,420
1632928 고양이 있는데 창문 열기는 어떻게 하시나요? 24 나비 2024/09/23 1,311
1632927 인스타 스토리 매일 올리는 사람? 26 ㅇㅇ 2024/09/23 2,596
1632926 뚝배기가 깨졌는데 이참에 스타우브 살까요 26 dd 2024/09/23 1,944
1632925 배추 1망 64,195원이랍니다. /펌 jpg 16 2024/09/23 2,297
1632924 배추 한망에 7만원 24 ... 2024/09/23 2,382
1632923 갤럭시 24울트라와 아이폰 16프로 사진화질 비교 4 화질 2024/09/23 669
1632922 아이폰16 프로맥스를 사용하냐 마냐로 계속 고민중입니다. 6 .. 2024/09/23 500
1632921 아들이 딸 뺨을 때렸어요 242 ..... 2024/09/23 28,676
1632920 아빠의 유산을 자식들이 못받는데요 71 달팽이 2024/09/23 18,895
1632919 쥴리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6 ******.. 2024/09/23 1,454
1632918 옥순.. 22기.. 11 나솔 2024/09/23 3,614
1632917 쓰면 이루어진다 3 ㅡㅡ 2024/09/23 2,023
1632916 챗gpt랑 영어공부 하다가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꼈어요 ㅠ 13 ... 2024/09/23 2,500
1632915 기침감기 심하게 하는 4학년 딸 9 요.. 2024/09/23 813
1632914 요즘 사람들의 열등감이 심한 이유 10 음.. 2024/09/23 2,790
1632913 밥솥패킹 갈고나서 밥 밑이 너무 눌어서 밥이 딱딱해요 6 .. 2024/09/23 638
1632912 12시30분 양언니의 법규 ㅡ처벌법 없어 ,무죄된 캐슬범죄자 .. 1 같이볼래요 .. 2024/09/23 321
1632911 pass 앱 신분증이요 3 현소 2024/09/23 847
1632910 아침밥 대충 차리는데요 14 82 2024/09/23 2,961
1632909 빨래 개는 게 너무 싫어요. 13 .... 2024/09/23 1,900
1632908 짭쪼롬한 치킨이 먹고 싶어 KFC 왔는데 싱겁네요 7 치킨 2024/09/23 1,163
1632907 전기요금 나름 선방했어요 12 전기 2024/09/23 2,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