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다녀오신 글 보고 저도 올려봅니다.
아이슬란드-페로제도-파리 12박일정
핀에어로 헬싱키 경유 아이슬란드 도착 2박
하강하는 비행기에서 유명한 블루라군 온천 근처에 화산 폭발하는거 보고 착륙하니 대사관에서 폭발지 근처 여행금지 경보가 옴. 블루라군 대신 레이캬비크 동네사람들 가는 시내 지열 수영장에 가서 유일한 유색인종으로 구경당하고 옴. 다들 검은색 원피스 수영복인데 혼자 형광 스트링 비키니 입은게 젤 뻘쭘.
유명한 핫도그 먹어봄. 소세지에서 약간 누린내 남.
이틀동안 아이슬란드에서 시차적응후 본 여행지인 페로 제도로 이동.
페로 항공사인 아틀란틱 에어, 밥도 안주는 두시간짜리 짧은 비행이 왕복에 60만원. 일찍 예약했으면 40만원이었을걸 한달전에 급히 예약해서 비쌌음.
여러분!!! 페로제도 검색해보시고 내 스퇄이다 싶은 분이라면 꼭 가세요. 두번가세요. 별표 다섯개 치고 꼭 가세요.
페로제도 7박8일.
렌트 안하고 대중교통으로만 돌아다님.
나의 목표는 오직 퍼핀.
퍼핀=이명박 닮은 북대서양 서식 바다오리.
퍼핀은 미키네스라는 섬에 주로 서식. 미키네스가는 배는 날씨가 나쁘면 취소됨. 두번의 취소끝에 겨우 출항. 대망의 페로 최고의 하일라이트!
승객은 60여명. 덩치큰 서양인들이 대포같은 카메라를 들고, 사정없이 흔들리는 배의 갑판위에서 극성맞게 사방으로 셔터를 눌러대고 나도 질세라 그들 틈새를 비집고 앵글을 잡아봄. 거친 파도가 60명의 방수자켓을 홀딱 적심.
섬에 도착해서 산등성까지 올라가는데 이미 숨이 헥헥.
능선을 따라 이어진 한뼘짜리 좁은 길의 양편은 아무 안전장치도 없는, 나무 한그루도 없이 바다로 곧장 데굴데굴 가능한 45도 경사. 바람은 몸이 날아갈듯 불어대고...
퍼핀 서식지에 다다르자 다시한번 집단 사진촬영 대잔치. 여기저기서 "쏘 큐우우웃!"
등산로 바닥은 푹푹빠지는 진창. 내앞을 걷던 아저씨가 미끌, 쿵.
지나가던 독일녀:혹시 입에 물고기 문 퍼핀 찍었어?
-아마 찍었을걸.
독일녀: 내려가면 나 좀 줄 수 있어?
-그래.
두시간의 트래킹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섬에 하나뿐인 카페로 들어가니 이미 극성맞은 서양넘들이 꽉꽉 들어참. 이만원짜리 스프한잔 받아서 바깥 벤치에서 먹는데 아까 그 독일녀 다가옴. 사진 좀..
물고기 문 퍼핀 사진 보여줌.(내가 찍은걸 어떻게 알았지?)
여기저기서 하나둘 다가와서 나도 사진 좀 굽신굽신. 에라 다 가져가세요.
돌아오는 배는 더 심한 풍랑에 월미도 바이킹 재현. 나 외에 유일한 유색인인 중국총각 하나는 내내 멀미로 구토.
친절한 선장님이 일부러 배를 반대로 몰아 광고촬영지로 유명한 물라포수르 폭포를 들러주심. 선장님 최고. 30분 추가소요. 중국총각 미침.
페로여행 두번째 하일라이트 쇠르보그스바튼 트래킹.
왕복 10km. 적막하고 아름다운 시간. 내 핸드폰으론 도저히 담을수 없는 지구 끝의 모습들.
세번째 하일라이트는 칼소이 섬 등대 트래킹. 난이도 상당함. 꽤 위험.
페로인구 53000명중 절반정도는 수도인 토르스하운에 거주. 토르의 항구.
아기자기하고 예쁜, 사진빨 끝내주는 동네.
놀소이 라고 사진빨 더 좋은 섬은 토르스하운에서 배로 20분.
페로는 아주 잘 사는 나라. 물가도 엄청난 나라.
버스비 4000~18000원, 토르스하운 시내버스는 무료. 버스비만 10만원 넘게 씀.
하이킹비용도 내야함. 미키네스는 8.5~10만원정도 다른 곳들은 4만원씩 받음. 돈내고 걷기.
퍼핀 기념품은 아이슬랜드에 훨씬 많고 품질도 좋음.
다시 아틀란틱 항공을 타고 파리로 이동. 페로의 공항은 출발 한시간전에 도착하면 됨.
짐부치고 보안검색마치면 45분 남음.
파리까지 두시간반. 지구상 가장 외로운 섬에서 문명의 중심지로 순간이동.
아는 탑, 아는 문, 아는 백화점. 한결 저렴해진 식비. 3박후 아시아나 비빔밥 먹으며 한국으로 복귀.
보름이 지난 지금, 아이슬란드도 파리도 기억에 가물가물하고 오직 페로의 카키빛 능선들과 숙소 창밖으로 매일 보던 고요한 만의 풍경만 생생.
돌아갈 곳이 하나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