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느닷없는 기분에 대한 관찰 기록

.. 조회수 : 912
작성일 : 2024-09-18 16:35:28

자고 일어나니까 왠지 기운이 없다.

그대로 누워서 생각한다.

지금 내 기분의 이름은 쓸쓸함.

 

기분은 나의 뇌에서 작용할텐데 가슴 저 어딘가가 가라앉아있다. 

늦가을 바닷가에 혼자 있는 기분.

배경은 회색과 빛바랜 주황색이다.

 

내 기분의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연휴가 끝나서, 내일부터 일을 해야 해서, 아니면 연휴가 너무 길어서.

그러나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바닷속 깊은 곳에 있던 수많은 이유 중에 지금은 쓸쓸함이 위로 떠오른 것뿐이니까.

 

해야할 일들이 있지만 움직이기 싫다.

잠시 움직이지 말자.

누워서 또는 앉아서 내 기분을 좀더 지켜보기로 하자.

 

나는 이 감정이 싫은 것 같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나는 좀더 활기차고 밝고 평온함 감정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억지로 기분을 바꾸려고 하지 말자.

나는 무의식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다.

그러니 무의식이 혼자 놀게 놔두고 나는 관찰만 하자.

어차피 물 위에 떠오른 물방울처럼 잠시 후에 지나갈테니까.

 

그런데 나도 모르고 쇼핑몰을 검색하고 있다.

난데없이 겨울에 입을 패딩조끼가 끌린다.

마치 할머니들 조끼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할머니들 조끼처럼 자잘한 꽃무늬에 세련된 디자인의 패딩 조끼를 찾는다.

하나를 찾았다. 가격은 30만 원대이다.

마음에 든다. 지금 내 마음에 든다.

결제 버튼을 누르려다 만다.

지금 이 쓸쓸한 기분이 지나가면 그때 다시 한 번 더 보고 생각하자.

 

내 기분은 아직도 가라앉아 있긴 하다.

난데없이 아이들 어릴 때 여행을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돈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난 예쁜 옷이 없었다.

날씨가 생각보다 더워서 그때 난 가져갔던 긴 팔 셔츠를 주방 가위로 잘라 입었다.

그때 속상했었다.

 

그런데 지금 내 옷장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나는 또 옷을 사려고 한다.

이 쓸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일까.

그럴 수도 있다.

어쨋든 이 기분이 지나면 그 조끼는 다시 한 번 보고 생각해 보자.

 

내 기분의 이름표는 쓸쓸함.

색깔은 회색과 빛바랜 주황색.

기분의 배경은 늦가을 텅빈 바닷가.

내 몸은 기운이 없고 가슴이 가라앉아 있다.

 

배가 고프다.

커피를 한 잔 먹어야겠다.

냉장고를 열어 오징어무침을 꺼내 먹었다.

하루가 지나니 더 맛있어졌다.

 

물거품처럼 올라왔던 쓸쓸함이 지나가고

일어나서 냉장고에 가득 찬 식재료로 저녁 반찬을 만들자고 상냥한 기분이 조금씩 솟아오른다.

이것 또한 물거품처럼 지나갈 기분이지만

지금은 쓸쓸한 물거품을 보내고 상냥한 물거품으로 대응하겠다.

 

지금 내 기분의 이름표는 무난함.

색깔은 아이보리.

배경은 지금 여기 우리집.

 

화려한 패딩조끼는 사지 않겠다.

굳이 다시 보고 싶어지지도 않는다.

 

 

내 기분의 관찰일지 끝.

(기분이나 느낌에 휘둘리지 말고 관찰하자.)

IP : 118.235.xxx.22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호
    '24.9.18 5:47 PM (112.154.xxx.32)

    82에서 보기 드문 글입니다?
    다양한 감정을느끼고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책에서 읽었어요.
    저도 요즘 제 감정 관찰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는게 좋을까요

  • 2. ..
    '24.9.18 6:03 PM (118.235.xxx.225)

    마음챙김, 알아차림 등으로
    책과 유튜브에 많이 나와 있어요.
    명상법인데 저는 명상이 어려워서
    원하지 않는 느낌에 휘둘리게 될 것 같으면 글로 써보는 방법을 하고 있어요.

    내 느낌이나 내 기분에 판단을 하지 말고
    타인의 느낌처럼 관찰을 하다 보면 느낌이 혼자 놀다 지나갑니다. 진짜예요^^

  • 3. ...
    '24.9.19 2:48 AM (61.43.xxx.79)

    내 감정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6924 30대 남성이 길가던 여고생 흉기로 난도질 살해 37 슬픔 2024/09/26 14,818
1626923 90넘으신 할머니와 다낭가는거 46 ㅇㅇ 2024/09/26 11,928
1626922 연애대신 입덕 11 보면 2024/09/26 2,378
1626921 이 정권은 하고 싶은거 다 하는 듯 ㅋㅋㅋ 11 ㅇㅇ 2024/09/26 3,084
1626920 반도체 겨울 왔다고 리포트 나와서 1 ,,,, 2024/09/26 2,612
1626919 강남.. 성인 4인 가족 식비.. 어느 정도신가요? 20 ** 2024/09/26 3,918
1626918 마라탕에 뭐 넣는거 좋아하세요? 11 11 2024/09/26 1,234
1626917 당근거래 약속 파기.비매너 일까요? 20 Aaa 2024/09/26 2,685
1626916 주부의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 10 .... 2024/09/26 3,563
1626915 저기 호박죽 하는거 어렵나요? 19 엄마미안 2024/09/26 1,964
1626914 집에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문득지은 시 11 ㅂㅇㅂ여사 2024/09/26 4,147
1626913 애스파 윈터요 5 ..... 2024/09/26 2,256
1626912 h라인 미디스커트를 샀어요. 4 헬프미 2024/09/26 1,924
1626911 영화 1408 진짜 역대급 무서운 영화인듯 14 ㅓㅇㅇㄷ 2024/09/26 5,925
1626910 서울대 높공은 어디과를 말 하는거에요? 20 2024/09/26 4,950
1626909 쌀국수가게 육수 뭘로내는걸까요? 5 ... 2024/09/26 2,449
1626908 7시 정준희의 해시티비 라이브ㅡ 문 닫는 검찰 , 열린 명태균 .. 1 같이봅시다 .. 2024/09/26 621
1626907 조선호텔김치가 품절인데요. 8 ... 2024/09/26 4,701
1626906 운동 가라마라 해주세여 6 ........ 2024/09/26 946
1626905 무턱(이중턱) 어떤걸 해야하나요?? 14 ...;; 2024/09/26 2,051
1626904 고딩아들이 말하는 친구들의 정치성향 22 ... 2024/09/26 4,126
1626903 스폰받는 사람 글을 봤는데 9 .. 2024/09/26 3,577
1626902 대통령실 "김태효, 국기 발견 못해 발생한 착오' ??.. 22 애국가울리는.. 2024/09/26 3,309
1626901 대파써는 전자동 주방기계 5 질문 2024/09/26 1,370
1626900 25만원지원법·방송4법·노란봉투법 국회 재표결 최종 부결 12 윤거니방탄당.. 2024/09/26 1,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