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사시는 노부부
할아버지 75세 할머니 70세
(할아버지가 만나는 사람마다 얘기하고 다니심
내가 아직도 할망구 데리고 산다고....)
매일 아침 7시에 할머니는 버스를 타고 일하러 가십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침 마다 출근하시는걸 봐요
할아버지는 9시나 10시쯤에 동네 마실 나가십니다
그리고 아파트 앞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얘기를 시작 하십니다
할아버지 목소리가 베란다 밖에서 나는걸 늘 들어요. 자세한 내용은 귀담아 듣지 않아 모르겠지만 허세가 심하다 정도는 느낄수 있는 이야기들을 사람들을 붙잡고 합니다
저는 그 할아버지 만날까봐 피해다녀요
어쩌다 엘베앞에서 마주치면 대화상대를 찾았다는 기쁨에 반짝거리는 할아버지의 눈빛을 황급히 피하고 목례만 하고 계단으로 올라가 버립니다
저희가 이사 들어오는 이사하느라 정신없는 저희 집에 들어오셔서 온갖 호구조사와 자신의 TMI를 잔뜩 쏟아놓고 가셨거든요
극 i 인 저는 피로감이 확 밀려오더군요
그날 저의 레이더에 앞으로 저 할아버지와 마주치면 안되겠다는 감지가 되었지요
그분이 좋다 나쁘다의 차원이 아니라
제가 i 이라서요
아무튼 저녁 9시경 되면 할머니는 쓰레기를 매일 버리시는지 제가 수거장에서 만날때가 많았어요
주말에는 할머니가 무거운 화분을 1층으로 가지고 내려가서 혼자서 분갈이도 하시고
장도 늘 혼자서 봐서 들고 오시더군요
70할머니는 매일 출근하고 돈도 벌고
할아버지는 동네 사람들 특히 여자 아줌마나 할머니들 붙들고 얘기하는걸로 시간을 떼우시고
돈벌이도 장보기도 분갈이도 쓰레기 분리수거도 혼자 다 하시는 할머니가
참 대단해 보이네요. 옛날엔 저렇게 사는 분들이 많았겠죠.
무엇보다 그 연세에 매일 출근하시는게 대단해보여요. 할머니는 곱고 키도 크고 나이에 비해 젊어보이시고 할아버지는 연세보다 훨씬 더 들어보이고 키도 할머니보다 작고 못생....
제가 여자다보니 그냥 묘한 감정이입이 돼서 끄적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