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뿐만 아니고 저는 우리 나라 막거리 볼 때도 좀 막걸리를
더 멋지게 받쳐줄 막걸리 잔도 디자인이 잘 된 게 있었으면 할 때가 많구요
티비든 영상 보다 보면 가정집 식사 시간 나올 때 집집 마다
일본 느낌 나는 식기 안 가지고 있는 집이 없어요.
임진왜란 때 도공 잡혀간 얘기는 분기 탱천 해서 하지만
실제로는 딱 보면 아 한국을 연상시킬 만한 우리식 문양 도기 그릇은
아쉽게도 없어요.
일본은 거의 모든 그릇에 사쿠라가 크던 작든 들어가 있고 아니면
어떤 식으로돈 디자인이 일본 느낌 나는 그릇이 아주 흔하거든요.
그러니 일본 갔다 오면 도기인데도 가볍고 세련된 느낌이라 일본은 싫어해도
그거 사와요.
한국 거는 광주요 얘기 하시겠지만 아 한국거다 라고 떠올리기엔 좀 더 다양해야 하고
또 무거워서 쓰다가 자꾸 손이 안가게 되는데
광주요 같이 값이 나가지 않더라도 전국민 누구나 쉽게 손에 접할 수 있는 가격대에서도
한국을 떠올 릴 수 있는 그릇 디자인 하다못해 무궁화라도 넣자구요.
무궁화는 그거 색도 사실 예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아마 디올이나 돌체에서 무궁화를
넣어서 그릇이 나오면 멋지다 할거면서 우리가 하는건 왜 그리 자신도 없고
우리 건 우리가 홀대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국에 디자인 전공 대학생이 도대체 한 헤에 몇 명이 쏟아져 나오는지 모르는데
그 중에 단 한명도 그런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승부 보려는 학생이 사업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없는 건지 참 아쉽죠.
대학생 졸업 작품전 가보면 졸업하는 학생들 작품 쭉 걸어 놓은 거 한번에 보면
정말 작품이 하나 같이 똑같은 느낌을 받아요.
독창성과 창의성이 생명인 그 분야에서 마저도 그러니 그러다 어느 쪽 누가 뜬다 하면 우리는
또 모두가 거기로 한꺼번에 엎어지는 경향이 있죠. 마치 닭집 잘된다 하면 너도 나도 닭집 차려서
망하듯이요.
분명 능력 있는 사람은 많은데 왜 저런 분야에서 그런 자기만의 시도를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가정집 장면 보면 그 영국제 초록색 들어간 두껍고 투박한 그릇이
우리 나라 건가 싶을 정도로 많이 보이고 우리 나라는 오히려 그런 영국 오이엠 주문 받아 제작해주는 현실이 참 아쉽죠.
막걸리도 영화나 영상에서 한국 막거리 하면 그에 딸린 잔도 멋진 게 있으면
싶고 실상은 찌그러진 잔이 맛이다는 둥 그러는데 그것도 있지만 고급 막거리에 어울리는
멋진 잔도 있으면 좋은데 각자 다른 거 쓰더라구요.
자꾸 일본 얘기 해서 그런데 일본은 얘네 비싼 가이세끼 아니더라도 음식점에 나오는
그릇만 봐도 그 음식에 어울리는 식으로 무척 다양하고 거기서만 볼 수 있는 식인게 많더라구요.
그리고 베트남도 그 나름 도기 역사가 있거든요.
그래서 베트남 음식도 보면 중국 그릇과는 또 약간 다른 베트남 느낌 나는 그릇에
담겨 나오죠. 플라스틱 그릇 같은 건 제 눈엔 문양이 너무 촌스러워 보이지만
그래도 베트남이네 싶은 건 있어요.
그런데 한국 그릇은 촌스럽든 아니든 일본 느낌도 아니고 베트남과도 다른 그런 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전형적인 게 없죠.
달항아리 같은 매끈함이라 해도 그게 대부분의 집에서 쓰는
한국그릇의 대표적인 스타일도 아니고요.
한국 그릇도 한국 음식에 맞게된 멋진 디자인 있으면 그것도 한류에 덩달아 상품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죠.
우리 걸로 승부 보기 보다는 일단 명품이니 하는 외국 거 들여와서 파는 게 더 이윤이
남고 한국 사람들은 어제도 한국인 특성에서 말하듯이 명품에 쉽게 돈쓰니까
결국 그런 사이클로 이루어지니까 자기 브랜드는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능력 있어도
주문자제작 해주는 정도 하고 우리네 가정엔 초록새 가득한 영국제가 있고 그런 거 같아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풍년이 작은 회사니까 어쩌면 그런 디자인에까지
돈을 들을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좀 크게 내다 보면 디지인 전공자 한테
한번 정도 투자해서 기능 뿐 아니라 외관까지 명실상부한 한국 압력솥으로 뽐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데 돈 안 쓰고 소비자에게 물건을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그건 아닌데... 화장도 필요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