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5살 아이 덕분에 절 다시 되돌아봤어요(제목수정)

.. 조회수 : 2,602
작성일 : 2024-08-20 00:12:43

아이와 실랑이가 있었어요

밤잠 준비하기 전에요

그리고 아이가 감정이 올라와서

잘못된 행동을 보여서 타이르는데

그 과정에 자기도 억울함이 있었는지

근엄진지 한 목소리.표정으로

절 집중시켰어요

 

엄마 아니~~!!  잠깐 내 말도 좀 들어봐

왜 엄마는 내 말은 안듣고 맨날 그래

 

말하기 시작하길래 천천히 얘기해보라고 했어요

 

엄마는 왜 다 안돼라고 해?

그리고 아빠가 예쁜옷 사준다는데

왜 안돼 싫다고만  해?

예쁜옷 좋아 하면 되잖아

왜 아빠가 나 티비보여주면 화만 내?

왜 할머니한테 말을 안예쁘게 하고..

할머니가 어른인데 왜 맨날 안된다하고

하지말라고 해?

내가 오리 놀이터 물놀이터라고 하고

할머니도 맞다고 그러는데

왜 아니라고 해? 할머니도 맞다고 하는데..

왜 자꾸 엄마는 아니야 하는거야

엄마는 나빠. 미운아이야..

나 다 알아. 다 귓가로 들었고 다 알아

아빠 엄마 싸운것도 다 알아

아빠랑 엄마랑 할머니 우리 가족

다 사랑해야는데 왜 화를 내고 맨날 안된다고 해?

엄마 미운아이야 정말 나빠

우리가족 다 행복하고 사랑해야지이!!!

잘못하는건 고치면 되잖아

나도 엄마도 고치면 되는거잖아!!

 

아이가 진짜 맺힌거 풀어내듯이 20분 가까이

쉼없이 얘기하더라구요

 

아이가 저렇게 다 느끼고 생각했다는걸

직접 두 귀로 듣고 생생하게 아이 감정을

전달받으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어제 남편이랑 좀 다퉜거든요

전 아이한테 감정을 전달하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그게 아니었나봐요

 

그리고 또 놀라운게

엄마 껌딱지이고 엄마랑 거의 둘이서만 놀이하는데

아이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아빠지만

가끔 티비 켜주고 방으로 들어가는 아빠..

아빠를 좋아하고 아끼는구나 느꼈어요

 

남편이 가끔씩 재미삼아 무슨 이상한 옷?

자기맘대로 주문하는데..그럼 제가

왜 또 샀냐? 그런식의 대화가 아이는

엄마가 아빠의 선물에 왜 화내고 고마워하지

않는건지 이상하고 나쁘다고 생각했나봐요

 

근데 아이 말 듣고보니

제가 뭔가 혼자만의 기준으로 이 가정에서

꽤나 억압.통제를 해왔구나 느꼈어요

진짜 큰 한 방 ..맞은 기분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이가 속마음을 다 표현해주고

바라는바도 말해주어서 너무 너무 고맙다고 했어요

 

그리고 제 저 심연에 육아.집안일. 아이성장 등

전반에 무관심인 남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분노. 원망. 무시 같은게 깔려 있어서

나왔던 언행들에 있었을텐데..

아이가 마냥 해맑은게 아니고 벌써 아니

진즉?  언제부터 이렇게 다 느끼고 알았던걸까..

진짜 너무 맘이 아프네요

 

아이는 아까 그 시간..속이 뻥 뚫렸던건지

갑자기 자기 전까지 평소보다 엄청 의젓해졌어요

자기도 이제 안아달라고 떼 쓰지 않을거라고

말하기도 하구요

뭔가 아이가 편안한 모습이에요..

 

전 생각보다 쉬운 사람이네요

오늘 남편..생각하면서 너무 답답하고 그랬는데

아이의 뼈 때리는 얘기듣고

그냥 딱 모든게 정리됐어요

나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고

내가 답이 아닌게 부지기수이다

노력하자....

저 예쁜 아이에게 즐겁고 씩씩한 엄마이고

세상 든든한 편인 엄마가 되어주자..

 

아이와 맞이할 내일을 기대해봅니다

물론 뭐 내일이라고 크게 달라질건 없지만

이렇게 똑부러지게 말하는 아이 덕분에

저도 더 정신 가다듬고 홧팅해야겠어요

IP : 211.204.xxx.22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감
    '24.8.20 12:40 AM (180.80.xxx.173)

    8살 엄마 공감하고 지나갑니다.
    아이 키우면서 제가 많이 배우고, 다듬어지고 있어요.
    다시 힘내서 함께 화이팅합시다!!

  • 2. 자식은
    '24.8.20 12:40 AM (211.206.xxx.191)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잖아요.
    원글님도 성찰할 줄 아는 훌륭한 엄마예요.
    남펀에게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진심을 전해보세요.
    아빠들은 냅두는 게 육아더라고요.
    그러다보면 엄마 혼자 종종거리며 고군분투 하다가 폭발하죠.
    **이와 함께 성장하는 가족이 되고 싶으니 육아나 살림 어느 부분을 콕 집어
    영역을 놔눠 주고 터치 하지 마세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아빠 몫으로 스스로 꾸려 가게.

  • 3. ...
    '24.8.20 12:41 AM (112.153.xxx.239) - 삭제된댓글

    저도 요즘 느끼는게 자식은 부모한테 잘못한게 없어요.
    근데 부모는 너무 많은 잘못들을 자식들한테 해요.

  • 4. 쯔이
    '24.8.20 12:47 AM (182.218.xxx.63)

    성찰할 줄 아는 멋진 엄마와 똑부러지는 멋진 자녀네요.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정말 중요한 장면이었으리라 생각되어요. 아이의 말 이면의 마음을 받아주고 존중해주신 모습을 본받아야겠어요.

  • 5. 사랑스런 아가들
    '24.8.20 1:21 AM (112.169.xxx.67)

    아이들은 매일 부모를 용서한대요
    저는 이제 60대라 장성한 자녀들을 두고 있지만 걔들이 자라면서 불완전한 저를 매일 용서했을거라 생각하니 정말 울컥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부모도 사람인지라 알게 모르게 많은 잘못을 저지르지요
    그러나 자녀의 말에 귀기울여주시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줄 아시는 님이야말로 좋은 엄마이십니다

  • 6.
    '24.8.20 1:59 AM (58.76.xxx.65)

    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야 된다고
    하네요 저도 매일 반성합니다
    사랑스럽고 건강하게 자라길 기도합니다

  • 7. ...
    '24.8.20 11:56 AM (118.235.xxx.91)

    아이들이 다 보고 있다!
    자기 느낀 걸 얘기하는 아이는 왠지 잘 자랐고 잘 자라날 거 같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14312 운동기구 어디에 놓고 운동 하세요? 8 ㅇㅇㅇㅇ 2024/08/20 954
1614311 주말 자차로 양평 용문사 가는데 많이 막힐까요? 4 .. 2024/08/20 1,094
1614310 냉동블루베리 12 ... 2024/08/20 2,752
1614309 아시는 분? 여쭤보세요? 존대 아닌 하대 주의 6 한분이라도 2024/08/20 1,079
1614308 테슬라 수동으로 문 여는거 평소에 연습 못해요? 6 ㄴㅇㄹ 2024/08/20 1,334
1614307 콩파스타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4 .. 2024/08/20 1,292
1614306 사회성 부족도 전두엽 손상인가요? 5 et 2024/08/20 2,111
1614305 남편이 야동사이트에 결제를 했어요 42 메메 2024/08/20 7,245
1614304 조국혁신당 “김대중 대통령 추도식에서 한동훈의 황당한 태도” 16 뭐하는거임 2024/08/20 2,470
1614303 귓바퀴에도 기름 끼는 분? 13 ㅁㅁㅎㄴ 2024/08/20 2,891
1614302 '박정훈 재판' 판 커진다…윤 대통령 상대로 사실조회 요청 8 !!!!! 2024/08/20 1,848
1614301 돼지고기 갈은 거 있어요. 초등학생 뭐 해주면 맛있게 먹을까요?.. 5 맛있게 2024/08/20 1,055
1614300 고전 책 추천 부탁-사랑주제 16 2024/08/20 990
1614299 학벌 중요성 매우 낮아진거 맞아요. 214 ㅇㅇ 2024/08/20 21,826
1614298 고1 상관없이 명절 모이는걸로 스트레스가 더문제 3 명절 2024/08/20 1,207
1614297 미대 수시 11 123 2024/08/20 955
1614296 속이 너무 쓰려요 5 2024/08/20 985
1614295 테라피조명 써보신분 계시는지.. 수면에도움 2024/08/20 258
1614294 쌀에 벌레가 생겼어요ㅠㅠ 11 0 0 2024/08/20 1,539
1614293 소멸로 가는 0명대 출산율 5개국 15 ........ 2024/08/20 4,651
1614292 남한테 반말하는 사람들은 왜 그래요..?? 9 .. 2024/08/20 1,719
1614291 염장미역? 을 생전 처음 사봤는데 초무침 어떻게만드나요? 3 초무침먹고싶.. 2024/08/20 718
1614290 폰사진 출력 어떻게 하시나요? 2 2024/08/20 873
1614289 요즘 신축아파트는 에어컨하고 인덕션이 다 붙박인가요? 15 ㄹㄹ 2024/08/20 2,880
1614288 요즘 열무 한단 얼마인지요 5 마트에 2024/08/20 1,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