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와 냄비

**** 조회수 : 1,632
작성일 : 2024-07-26 00:20:50

내년이면 팔순을 맞이할텐데

그 세월을 못이기고 

엄마의 암이 전이되어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엄마혼자 지내던 집의

꽃들에게 물을 주고 오라고해서

시간을 내어 들러보았더니,

늘 깔끔하게 정리하고 정돈하며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네요.

 

찬장위에 가지런히 놓인 컵과

냄비들.

엄마가 어느날 이세상에 없으면

저 소중한 살림살이들도

당장에 먼지가 앉을것이고

꾀죄죄한 몰골로 한꺼번에 버려지겠죠.

 

냄비의 얼굴이 부엌에서 반짝이는것도

엄마가 있어야 가능한일인것을.

 

다시 병원에 돌아가

엄마의 머리를 감겨주고

의자에 앉혀 목욕을 시켜

새 환자복으로 갈아입혀

복도로 나오게 해주니

비누향기를 맡으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잠시 안되어보여요.

 

어린시절 늘 구박을 하면서

먹는것만 안다고 못마땅해했던 엄마가,

지금은 병원에서 제 손길에 의지하고 지내요.

온몸 구석구석 갖은 병을 지니고,

잘안보이는 눈과 잘 안들리는 귀와

부정맥으로 벌떡대는 심장과,

벌벌 떨리는 얇은 다리로.

 

병원에선 엄마의 몸을 씻기고

집에 와선 또 냄비를 닦으면서

지나간 세월도 이렇게 닦고

제맘도 냄비도

눌어붙은 얼룩이 지워지니.

반짝반짝 잠시 편안해지는군요.

 

 

 

 

 

 

 

 

IP : 58.78.xxx.10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7.26 2:16 AM (112.187.xxx.226)

    원글님과 어머님의 평안을 빕니다.

  • 2. 혀니여니
    '24.7.26 7:00 AM (121.162.xxx.85)

    글이 한편의 시네요
    출품해도 될듯
    쾌유를 빕니다

  • 3. 아름답고 여운이
    '24.7.26 11:10 AM (222.110.xxx.28)

    느껴지는 글에 응원의 댓글 쓰려고 로그인했어요. 간병에 그리고 무더위에 힘 드셔도 이겨내시고 어머님의 건강회복을 기원합니다. 원글님도 잘 챙겨 드시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9959 전 남직원 점심도 사줬는데 6 별 내용이 19:55:43 1,548
1639958 이스타 비자 프린트 할 때 영문으로 해야 하나요 5 ㅇㅇ 19:54:38 112
1639957 르무통 신발 베이지색 어떤가요? ㅇㅇ 19:54:08 214
1639956 미아 롯데백화점 주차장 난이도 어떤가요? 1 ..... 19:43:14 448
1639955 82에서 아나운서부부 내용을 보고 카톡을 정독했어요. 18 남일같지않아.. 19:42:51 3,640
1639954 돌아가신 조상님이 나타나 식구들에게 엿을 나눠주는꿈이요 8 꿈해몽 아시.. 19:41:41 1,326
1639953 다이어트 과학자 최겸님?! 15 인생 19:32:38 1,016
1639952 요즘엔 중고명품 어디에 파나요 3 ... 19:27:06 597
1639951 게임싫어하는 사람이 골프배우기 6 .. 19:24:04 441
1639950 전 눈치빠른분 부러워요 8 Ssaaa 19:20:11 1,321
1639949 진공포장기가 이렇게 쎄다니 3 어머나 19:17:16 1,234
1639948 친구가 제 생각하면 우울하다네요 20 19:15:34 3,522
1639947 병아리콩 다이어트 팁 11 나는저항한다.. 19:13:51 1,754
1639946 인덕션 가열판 어떤가요? 3 ㅂㄱㅂㄱ 19:13:14 225
1639945 어떻게 키우면 최동석 같이 크나요? 29 참내 19:12:25 5,189
1639944 오늘 좀 황당했었어요. 14 이야이야호 19:12:23 2,185
1639943 갑상선 진료 3 윈윈윈 19:11:33 536
1639942 민희진 사내이사 재선임 됐네요 11 .. 19:09:46 2,105
1639941 성인 백일해 맞아보신분 계실까요 7 19:08:54 343
1639940 tvn 좋거나 나쁜 동재 3,4회 완전 대박이네요 10 초대박 19:07:31 1,810
1639939 요즘 맛있는 것좀 추천해주세요. 저도 부추계란말이 추천할께요 5 ........ 19:05:33 928
1639938 최나 박이나 14 ........ 19:05:12 2,140
1639937 특검밖에 답이 없는 거죠? 1 ..... 19:04:40 380
1639936 8년전 카톡 건으로 8년동안 괴롭히면 14 00 19:03:25 2,198
1639935 고양이 밥이보약 다이어트사료 주시는분 계세요? 4 ll 19:01:22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