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요양원옆 칼국수집

노라 조회수 : 4,695
작성일 : 2024-07-06 19:06:52

매주 토요일 오후세시엔

3년넘게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 면회를 가요.

아가로 변해버린 아흔넘은 울엄니.

카스테라와 미지근한 믹스커피면 늘 오케이.

이것저것 드려봐도 맞춤식단 정착했어요.

사진찍고 재롱부려 웃음짓는 그 30분.

어머니 컨디션에 따라 우리기분도 출렁이죠.

면회끝나면 둘이서 들리는 그 칼국수집.

 

남편은 조개와새우홍합꽃게 시원한 칼국수

나는 조갯살과  쪽파듬뿍 파전에 막걸리한병.

어머니의 건강상태는 우리 식사의 큰 쟁점이되어

어느땐 눈물감춘 후르륵 칼국수가되고

어느땐 이대로 백살가자는 웃음의 파전이되지요.

이집  칼국수는 반찬이 한정식같아요.

심지어 거의 손수 농시지은 주인가족의 합작품.

 

오늘반찬은,

국수처럼 가늘고 길게 채썰어 꼬들하게무친 오이.

보라가지를 반달썰어  들깨가루를 비비크림인듯

바르고 들기름으로 에센스를 칠한 가지나물.

아삭하게 데친 콩나물에 수줍게 채썬오이를 

춘향이와 몽룡이가  어울리듯

겨자소스로 버무려버린 콩나물무침.

애호박에 뭐했노? 싶은 간장양념 부들하니

양파와 대동단결한 단짠하니 호박나물.

얼가리와 열무는 고추씨를 품어 새콤하고

이 고장 특유의 나박썬 무우김치는 국물이 자작.

무엇보다 추가 반찬은 셀프여서 

마음껏 맛있는 반찬을 먹으며 흡족하지요.

 

토요일은  울엄니 뵙고 칼국수집 가는날.

매주 우리의 소풍날.

엄니가 먼길 소풍 떠나실때.  까지.

.

 

 

IP : 211.234.xxx.206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4.7.6 7:13 PM (116.37.xxx.94)

    요양원후 칼국수집 코스 좋네요
    매주 가신다는데서 놀람요
    시어머님이랑 잘 지내셨나봐요

  • 2. ..
    '24.7.6 7:13 PM (211.117.xxx.104)

    소풍 떠나실때까지 두 부부의 소풍길에 함께 할 소풍도시락인 칼국수와 파전. 맛있는 시골반찬들..
    풍경이 그려집니다.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 되길 바랍니다

  • 3. ㅇㅇ
    '24.7.6 7:17 PM (125.130.xxx.219)

    아기 같으신 구순 시어머님과
    매주 들여다뵈는 며느님도 참 선한 분들 같아요.

    두 내외가 정갈한 칼국수집에서 식사하시는 모습
    따뜻한 드라마처럼 연상이 돼요.
    부디 모두 건강하셔서 오래도록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기원합니다.

  • 4. 나이
    '24.7.6 7:22 PM (1.246.xxx.38)

    슬프면서 아름답네요.
    다 때가 있는데 슬퍼한들 길이 있게습니까.

  • 5. 맑은향기
    '24.7.6 7:23 PM (121.139.xxx.230)

    글도 잘쓰시고
    마음도 예쁘시네요
    복많이 받으세요

  • 6. 눈물
    '24.7.6 7:40 PM (210.205.xxx.198)

    반성했어요..
    고운 마음씨 본받을게요

  • 7.
    '24.7.6 7:53 PM (119.193.xxx.110)

    글 정말 잘 쓰시네요ㆍ
    글 속에 그 장면들이 그려지네요

  • 8. ㅠㅠ
    '24.7.6 8:02 PM (221.145.xxx.192)

    엄마 면회하고 와서 이 글 읽고 눈물 주루룩..................

  • 9. 우리
    '24.7.6 8:09 PM (220.85.xxx.165)

    모두 갈 길 잘 걸어갈 수 있길 원글님 글 보며 빌어봅니다. 뭉색 없이 그 칼국수집 어딘지 여쭙고 싶은 맘은 덤입니다.

  • 10. +왔다리갔다리+
    '24.7.6 8:37 PM (49.1.xxx.166)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푹신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와 찰떡궁합 믹스커피
    너무나 소소한 행복이네요~
    이런 어머니 밑에 인성 훌륭한 아들 며느리입니다!

  • 11. ㅇㅇ
    '24.7.6 8:58 PM (175.209.xxx.48)

    글솜씨 좋으십니다

  • 12. ...
    '24.7.6 9:20 PM (58.142.xxx.29) - 삭제된댓글

    어머니, 좋은 딸 두셨네요.

  • 13. 어머니의
    '24.7.6 10:41 PM (119.205.xxx.236)

    컨디션에 따라 우리 기분도 출렁인다는 말씀
    매주 아버지계시던 요양벙원을 다녀오며 느끼는
    제마음의 감정과 똑같으시네요.
    엄마 곁으로 가신지 6개월 되신 아버지가 이밤에
    많이 보고 싶네요.
    세분이 지금 상태로힘들지않게 지내셨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 14. 쓸개코
    '24.7.6 11:14 PM (175.194.xxx.121)

    어쩜 이리 글을 맛깔나고 곱게 쓰셨을까요.
    제가 점쟁이는 아닙니다만..ㅎ 마음씨가 느껴지는 고운 글입니다.

  • 15. ..
    '24.7.7 1:40 AM (210.96.xxx.246)

    죄송한데 직접 모시지는 못하시나요?
    시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각별한거 같아서요ㅠ
    이런 마음을 가지신 분이라면 직접 모셔도 될텐데..

    요양원에서 일해본 사림으로서 물어봅니다
    요양원에 들어기는 순간 눈빛들이 서서히 죽어가거든요
    살아도 산게 아닌...ㅠ
    적응 잘하시는 분들우 얼마 안되세요
    맞벌이신가요? 심성을 보니 충분히 모셔도 될텐데요
    시어머니 요양원 보내고 미안하니 칼국수 드실때 울컥하실거에요 소풍가는 마음으로 면회 가시겠지만
    요양원을 창살없는 지옥이라 드리는 말씀입니다

  • 16.
    '24.7.7 7:37 AM (39.7.xxx.244)

    210.96님

    댓글 너무 슬퍼요
    원글님도 사정이 있으시겠죠
    원글도 잔잔히 슬프고…

  • 17. 슬픔어린 감동
    '24.7.7 9:43 AM (121.186.xxx.10)

    부모님이 거쳐가신 길을
    이제 우리들이 준비를 해야 하는거지요?
    심성이 고우신 분!
    맑고 선한 날들이 이어지길 빌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02061 이재명이 세월호때 단식투쟁한걸 알아봅시다. 37 .. 2024/07/15 1,661
1602060 여름용 예쁜 백팩 추천 여름 2024/07/15 852
1602059 이북리더기 요즘은 뭐가 대세인가요? 6 .... 2024/07/15 1,222
1602058 당뇨전단계 이신분들 간식 뭐 드세요? 4 허기짐 2024/07/15 3,375
1602057 은행에 1억 넣으면 이자 얼마나오나요? 25 전세금보관 2024/07/15 21,903
1602056 발을씻자는 엘지에서만 나오는건가요? 3 2024/07/15 2,374
1602055 이건 어디가 안좋아진걸까요 2 ㅇㅇ 2024/07/15 1,346
1602054 어떤 안경을 해야하나요? 5 안경 2024/07/15 1,436
1602053 갤럭시 폴드나 플립 쓰시는분? 6 폰바꾸기 2024/07/15 1,150
1602052 대기업 출신 계약직 갑질 2 ㅇㅋ 2024/07/15 1,699
1602051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음 2 오이 2024/07/15 1,837
1602050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 이용해보신 분 계신가요~? 5 Ake 2024/07/15 1,232
1602049 마른장마일까요? 3 ... 2024/07/15 2,037
1602048 집 보여주는거 넘 힘드네요 17 ㅡㅡ 2024/07/15 5,477
1602047 50넘도록 보톡스를 안맞았는데요 24 .. 2024/07/15 5,967
1602046 코인육수로 잔치국수하면 물 안끓여도? 2 2024/07/15 2,764
1602045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잘 아시는 분 1 .. 2024/07/15 997
1602044 국 괜찮을까요? 1 어때 2024/07/15 717
1602043 스텐냄비 이름 좀 찾아주세요 4 7월 2024/07/15 1,097
1602042 고등아이들 학원 빠지는 거 어느 정도 허용하시나요? 9 궁금 2024/07/15 1,361
1602041 외제차를 현금으로 구입하면 6 2024/07/15 2,379
1602040 실비보험만 단독가입 안되나요? 9 ··· 2024/07/15 2,046
1602039 7/15(월) 마감시황 나미옹 2024/07/15 538
1602038 승소후 받을수 있는게 변호사 계약금 말고 더 있나요? 2 재판 2024/07/15 920
1602037 이북리더기 포크5 쓰시는 분 계실까요? 1 미쁘다 2024/07/15 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