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요양원옆 칼국수집

노라 조회수 : 4,648
작성일 : 2024-07-06 19:06:52

매주 토요일 오후세시엔

3년넘게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 면회를 가요.

아가로 변해버린 아흔넘은 울엄니.

카스테라와 미지근한 믹스커피면 늘 오케이.

이것저것 드려봐도 맞춤식단 정착했어요.

사진찍고 재롱부려 웃음짓는 그 30분.

어머니 컨디션에 따라 우리기분도 출렁이죠.

면회끝나면 둘이서 들리는 그 칼국수집.

 

남편은 조개와새우홍합꽃게 시원한 칼국수

나는 조갯살과  쪽파듬뿍 파전에 막걸리한병.

어머니의 건강상태는 우리 식사의 큰 쟁점이되어

어느땐 눈물감춘 후르륵 칼국수가되고

어느땐 이대로 백살가자는 웃음의 파전이되지요.

이집  칼국수는 반찬이 한정식같아요.

심지어 거의 손수 농시지은 주인가족의 합작품.

 

오늘반찬은,

국수처럼 가늘고 길게 채썰어 꼬들하게무친 오이.

보라가지를 반달썰어  들깨가루를 비비크림인듯

바르고 들기름으로 에센스를 칠한 가지나물.

아삭하게 데친 콩나물에 수줍게 채썬오이를 

춘향이와 몽룡이가  어울리듯

겨자소스로 버무려버린 콩나물무침.

애호박에 뭐했노? 싶은 간장양념 부들하니

양파와 대동단결한 단짠하니 호박나물.

얼가리와 열무는 고추씨를 품어 새콤하고

이 고장 특유의 나박썬 무우김치는 국물이 자작.

무엇보다 추가 반찬은 셀프여서 

마음껏 맛있는 반찬을 먹으며 흡족하지요.

 

토요일은  울엄니 뵙고 칼국수집 가는날.

매주 우리의 소풍날.

엄니가 먼길 소풍 떠나실때.  까지.

.

 

 

IP : 211.234.xxx.206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4.7.6 7:13 PM (116.37.xxx.94)

    요양원후 칼국수집 코스 좋네요
    매주 가신다는데서 놀람요
    시어머님이랑 잘 지내셨나봐요

  • 2. ..
    '24.7.6 7:13 PM (211.117.xxx.104)

    소풍 떠나실때까지 두 부부의 소풍길에 함께 할 소풍도시락인 칼국수와 파전. 맛있는 시골반찬들..
    풍경이 그려집니다.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 되길 바랍니다

  • 3. ㅇㅇ
    '24.7.6 7:17 PM (125.130.xxx.219)

    아기 같으신 구순 시어머님과
    매주 들여다뵈는 며느님도 참 선한 분들 같아요.

    두 내외가 정갈한 칼국수집에서 식사하시는 모습
    따뜻한 드라마처럼 연상이 돼요.
    부디 모두 건강하셔서 오래도록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기원합니다.

  • 4. 나이
    '24.7.6 7:22 PM (1.246.xxx.38)

    슬프면서 아름답네요.
    다 때가 있는데 슬퍼한들 길이 있게습니까.

  • 5. 맑은향기
    '24.7.6 7:23 PM (121.139.xxx.230)

    글도 잘쓰시고
    마음도 예쁘시네요
    복많이 받으세요

  • 6. 눈물
    '24.7.6 7:40 PM (210.205.xxx.198)

    반성했어요..
    고운 마음씨 본받을게요

  • 7.
    '24.7.6 7:53 PM (119.193.xxx.110)

    글 정말 잘 쓰시네요ㆍ
    글 속에 그 장면들이 그려지네요

  • 8. ㅠㅠ
    '24.7.6 8:02 PM (221.145.xxx.192)

    엄마 면회하고 와서 이 글 읽고 눈물 주루룩..................

  • 9. 우리
    '24.7.6 8:09 PM (220.85.xxx.165)

    모두 갈 길 잘 걸어갈 수 있길 원글님 글 보며 빌어봅니다. 뭉색 없이 그 칼국수집 어딘지 여쭙고 싶은 맘은 덤입니다.

  • 10. +왔다리갔다리+
    '24.7.6 8:37 PM (49.1.xxx.166)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푹신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와 찰떡궁합 믹스커피
    너무나 소소한 행복이네요~
    이런 어머니 밑에 인성 훌륭한 아들 며느리입니다!

  • 11. ㅇㅇ
    '24.7.6 8:58 PM (175.209.xxx.48)

    글솜씨 좋으십니다

  • 12. ...
    '24.7.6 9:20 PM (58.142.xxx.29) - 삭제된댓글

    어머니, 좋은 딸 두셨네요.

  • 13. 어머니의
    '24.7.6 10:41 PM (119.205.xxx.236)

    컨디션에 따라 우리 기분도 출렁인다는 말씀
    매주 아버지계시던 요양벙원을 다녀오며 느끼는
    제마음의 감정과 똑같으시네요.
    엄마 곁으로 가신지 6개월 되신 아버지가 이밤에
    많이 보고 싶네요.
    세분이 지금 상태로힘들지않게 지내셨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 14. 쓸개코
    '24.7.6 11:14 PM (175.194.xxx.121)

    어쩜 이리 글을 맛깔나고 곱게 쓰셨을까요.
    제가 점쟁이는 아닙니다만..ㅎ 마음씨가 느껴지는 고운 글입니다.

  • 15. ..
    '24.7.7 1:40 AM (210.96.xxx.246)

    죄송한데 직접 모시지는 못하시나요?
    시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각별한거 같아서요ㅠ
    이런 마음을 가지신 분이라면 직접 모셔도 될텐데..

    요양원에서 일해본 사림으로서 물어봅니다
    요양원에 들어기는 순간 눈빛들이 서서히 죽어가거든요
    살아도 산게 아닌...ㅠ
    적응 잘하시는 분들우 얼마 안되세요
    맞벌이신가요? 심성을 보니 충분히 모셔도 될텐데요
    시어머니 요양원 보내고 미안하니 칼국수 드실때 울컥하실거에요 소풍가는 마음으로 면회 가시겠지만
    요양원을 창살없는 지옥이라 드리는 말씀입니다

  • 16.
    '24.7.7 7:37 AM (39.7.xxx.244)

    210.96님

    댓글 너무 슬퍼요
    원글님도 사정이 있으시겠죠
    원글도 잔잔히 슬프고…

  • 17. 슬픔어린 감동
    '24.7.7 9:43 AM (121.186.xxx.10)

    부모님이 거쳐가신 길을
    이제 우리들이 준비를 해야 하는거지요?
    심성이 고우신 분!
    맑고 선한 날들이 이어지길 빌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3897 혹시 어제 무슨 글 댓글에 자상한 아빠가... 7 아빠 2024/10/01 2,216
1633896 이번주 차박할건데 엄청 추울려나요?ㅠ 1 ㅇㅇ 2024/10/01 1,563
1633895 기내반입용 캐리어 사이즈가 어떻게 되나용?^^ 6 바닐 2024/10/01 1,282
1633894 시모의 엄살 3 .... 2024/10/01 3,144
1633893 요즘 재미있는 프로 드라마처럼 2024/10/01 1,021
1633892 울엄마의 모습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요~~ 2 제가 2024/10/01 2,730
1633891 세상엔 정말이지 가면 쓴 사람들 너무 많아요 10 2024/10/01 5,315
1633890 (펌) 40대가 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jpg 3 ㅎㅎ 2024/10/01 5,837
1633889 쇼그렌 진단 받았는데 한의원 잘 보는데가 있을까요? 5 ..... 2024/10/01 1,203
1633888 정수기 렌탈료 부담 되지 않나요? 7 .. 2024/10/01 2,023
1633887 옛날엔 모기향 피웠었죠. 5 모기향 2024/10/01 1,612
1633886 10월 됐다고 급 추워졌어요 10 ㅇㅇ 2024/10/01 4,005
1633885 우리나라 아직 살만한가봐요 1 ,,,,, 2024/10/01 2,573
1633884 시간순삭인 드라마나 영화 추천해주세요 3 ... 2024/10/01 1,781
1633883 신해철 10주기 추모콘서트 예매했어요 3 ㅁㄹㅇ 2024/10/01 1,259
1633882 전종서보니 골반 수술도 있나요?? 12 ㅇㅇㅇ 2024/10/01 7,258
1633881 이번 주말 서울에 무슨일 있나요?기차표가 없어요 10 상행선매진 2024/10/01 4,932
1633880 나는솔로 나가보라는 제안 어떤가요? 11 손절 2024/10/01 4,144
1633879 남자가 했던 가장 로맨틱한 말&행동 알려주세요 14 쉐어 2024/10/01 3,099
1633878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는 송창식이라고 생각해요. 22 ㅇㅇㅇ 2024/10/01 2,751
1633877 노인들은 왜 이뻐요를 이쁘요 라고 하는걸까요 5 ... 2024/10/01 1,863
1633876 전세준집 장판이 크게 찢어졌는데요 6 2024/10/01 1,802
1633875 넷플릭스 안 끊고 본 프로그램 있나요? 14 넷플릭스 2024/10/01 3,440
1633874 도경수 노래 14 인급동 2024/10/01 2,835
1633873 연애할때 최악의 말 무슨 말까지 들어보셨어요? 4 그냥 2024/10/01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