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 얘기 나오니까 자꾸 생각나네요.
어릴 때 아빠가 술먹고 와서 엄마한테 행패부리고 할 때,
자다가 깨도 무섭고 가슴이 벌벌거려서 방에 자는척하면서 있었는데
다음날 엄마가 왜 너희가 와서 말리지 않았느냐고~ 자식들이 말리면 덜할텐데 그러셨어요.
저도 자식을 키우지만,
엄마가 당시에 저보다 나이가 열살쯤 어렸겠지만,
그래도 자식이 깨서 이 난리를 듣고 상처받을까봐 걱정하는게 당연한 일일 것 같은데.
엄마한테 그런 원망을 들으니, 그렇게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 바보같다는 생각...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친정에 가면 두 분의 냉랭하고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 때문에 가기 싫거든요.
그래도 엄마 필요 때문에 불러서 가끔 갈 때가 있는데, 부를 땐 시간 재촉을 해서 부랴부랴 막상 가보면 엄마는 운동 간다면서 나가버리고 아빠랑 단둘이 있게 만드는 적이 있어요.
제가 아버지랑은 일절 연락도 안하고 대화도 없는데, 아빠 아픈 얘기도 들어주고 니가 좀 어떻게 해라~ 이런 속셈인거 같아서 너무 기분 더럽더라구요. 아버지는 늙고 나서 계속 응석부리고 아프다고 어필하고~
엄마는 사소한 결정을 자꾸 딸들한테 묻고,
뭔가 이렇게 해라 얘기를 했는데 나중에 잘 안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니가 이렇게 하라고 했잖아~ 하면서 책임을 묻는다던지,
너무 사소한 결정을 자꾸 의논하려고 하고(책임을 미룸)
아들 관련된 일에 아들한테 물어야 할 걸 자꾸 저한테 전화해서 책임 회피하려고 하고~
(예를 들면 남동생 이사하는데 본인이 가봐야 하냐 안가봐도 되냐? 남동생 아이를 잠깐 봐주고 있는데 유모차 어떻게 작동하냐? 남동생 가게 장사가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
답을 알고 있으면서 테스트하듯이 물어보고~
사실은 이런 모든 성격을 저도 비슷하게 닮아서, 직장 다닐 때 옆 직원한테 묻고 또 묻고 그런 것도 너무 생각나서 싫구요.
전화 와서 또 뭐 묻거나 부탁하거나 하면 거절했는데,
참 희한한테 그렇게 매몰차게 해도 전혀 타격 없이 계속 전화하시네요.
나중에 엄마 돌아가시면 저 이런 행동들 후회될까요?
엄마가 경제적으로는 대학 졸업 시켜주시고 학원도 보내주시고,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만나면 너무 기분이 더러워집니다. (다른 표현은 맞는 말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