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살이 20여년 , 그동안 키우던 개들이 마당 구석진 곳을 헤집고 다녀서 몇 번 스컹크에게 당했어요. 만화에서 표현되는 것과는 다르게, 스컹크의 분비물은 기체보다 액체에 가까운데, 스컹크에게 당하면 개털 속속 가득히 그 냄새가 베어서 민간요법으로 토마토쥬스에도 씻고, 콜라 섞어서 씻어도 그 냄새가 이주일은 넘게 갔어요. 그동안 개들은 안그래도 후각이 발달한 녀석들이잖아요. 아 이게 뭐야. 나에게서 낯선 놈의 향이 나 하면서 괴로워 했는데...
오늘 밤에 저희 부부가 당했어요.
평소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면서 산책을 하는데, 오늘은 간만에 이야기가 깊어져 조금 멀게 돌아 오는데 작고 검은 무엇인가 저희 옆을 후다닥닥닥 지나쳐 갔어요. 그리고 2초 후 아아악 이건 뭐야 그동안 맡아오던 스컹크 냄새보다 더 독하잖아. 산패된 참기름에 석유를 들이 부은 냄새... 맡으면 안되는 냄새.
여보 뭐야, 오늘 왜 이래. 평소보다 10배는 더 강해. 했더니, 아기 스컹크라고 하네요.
다 큰 스컹크들은 액체를 분사할 때, 그나마 조절을 한다고 하는데, 아기들은 그 조절이 안된대요.
폭주하는 사춘기 아이들이라고나 할까나
집에 와서 벅벅 벅벅 씻었는데, 물론 냄새가 가실 일이 없어요.
저희는 싸워도 침대에서 함께 잔다는 것이 나름 규칙인데, 오늘은 도저히...
둘이 같이 누웠더니 엄마야...
저 집에 토마토쥬스가 없어서 블러디 메리 믹스로 다시 씻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저는 그나마 재택근무자여서 괜찮은데, 남편은 월차를 써야 할 것 같아요.
우리 개도 빙그르 잠시 옆에 오더니, 저기 멀리 떨어져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