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소년은 강동원이나 원빈이나 현빈과 거리가 멀었다.
아주 멀었다.
아름다움은 6초딩때가 절정이었던 듯. 아름다움은 그 해에 다 불살라지고 끝이 났던 듯.
167센티정도 되는 나와 키가 비슷했고 몸도 왜소했다. 원빈도 현빈도 강동원도 없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급조된 동창회에 끌려나온 어릴 때 이름없던 남자동창들이 오히려
남자다웠고 수수했고 어른스러웠다. 미소년은 서울말을 썼다. 나는 아. 맞아.
제과점앞에 나왔을 때 이미 몸집이며 키가 작아서 따라나온 친구가 뭐. 그저 그런데 라고
말했다는 걸 들었지만 믿지 않았던 것을 기억했다. 나는 그 말을 하나도 믿지 않았다.
미소년은 재미도 없었다. 그날 그자리에 나온 남자동창들이 더 유머러스하고 재미있었다.
그 날 밤 이제 더이상 미소년이 아닌 미소년은 술을 많이 먹었다.
헤어질 때 쯤 되어서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술주정을 했다. 장교 초봉이 얼마나 박봉인지
아냐고 말했다.
그 자리에 나온 친구들 중에서 어릴 적 부터 미소년을 좋아했던 소녀는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아
이후 미소년과 연락을 했고 면회도 가서 만났는데 연인으로 발전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소녀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미소년과는 연락이 끊어졌다.
내가 서른살이 되었을 때 나는 싸이월드에서 미소년을 다시 보았다. 미소년은 이라크에
파병 가있었다.
석양을 등 진 사막에 군복바지위에 흰색 런닝셔츠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미소년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진은 꽤나 멋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의 미소년을 추억했고 멀리 이라크에 있다는 그를 상상했다.
서른살이 넘은 우리는 더이상 만나지 않았고 모두 자기 삶을 살았다.
자기 삶을 살기 위해 헤어졌도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고 마흔살이 넘었다. 마흔살이 넘었을 때 이번에는 밴드가
생겼고 밴드에서는 동창 찾기가 유행이었다. 유행을 따라 이십대 중반에 뿔뿔히 흩어져
소식을 모르게 된 우리들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흔 두살이 된 친구들은 사연이 많았다. 각자의 사연으로 책을 하나씩 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미소년은 이라크에서 돌아왔지만 여전히 멀리 있어서 동창회에 나오지 못했다.
우리는 동창회에서 미소년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미소년은 나를 기억했다.
이제는 미소년의 앞에서도 어떤 남자 앞에서도 조금도 떨리지 않게 된 마흔 두살의 여자가 된
나는 미소년과 오랫동안 근황을 주고 받았다. 미소년은 군인이고 장교고 두 아이의 아버지였다.
우리 애들은 누구를 닮았는지 공부머리가 없어. 라고 미소년이 말하고 나는 웃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 미소년이 동창회에 왔다.
미소년이 걸어 들어왔다.
우리는 모두 마흔을 훌쩍 넘어 있었다.
나는 추억했다.
미소년은 6학년이 시작되고 아직 어수선할 때 전학을 왔다.
키가 크고 수려한 외모 눈빛이 총명하고 코와 입이 그린 듯이 아름답고
고작 6학년일 뿐인 소년에게는 우리와는 다른 아우라가 있었다.
코찔찔이 우리는 소년을 동경하고 흠모했다.
그로부터 얼마만의 세월이 흐른 걸까.
미소년은 중년의 남자가 되어 저벅저벅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아아. 너는 왜 그렇게 아름다웠던 거니
이렇게 시들거라면 그렇게 아름답지나 말 지
너무 아름다워서 더 일찍 시들어버린 걸까
4월의 목련이 가지끝에서 그렇게 아름답기에
시들어 떨어질 때엔 믿을 수 없게 참혹한 걸까
그가 우리 앞에 와서 섰다.
미소년을 떠나보내며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