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300만원 글 보고 내가 멍청하구나 자각이 드네요.
공부하던 남편과 결혼해서 5년 넘게 제 수입으로 살았어요.
금융 쪽 일해서 제 연봉이 당시로는 높은 편이었지만 신혼집 전세도 친정에서 반, 제가 대출받아 반 마련해서 시작했으니 대출금 빨리 갚아야한다는 마음에 빠듯하게 살았죠.
남편 공부 마치고도 5년은 수입이 크지 않아 맞벌이 했고 10년만에 전업이 되었는데 그 무렵 집을 사서 수입 반 이상을 대출 갚는 데 썼어요. 그러니 남들 보기에는 있어보여도 실상은 제 개인 지출은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전업 10년 동안 돈 안버는 식충이 취급을 하도 해서 다시 취업했지만 오십 다 되어가는 경단녀 연봉 뻔한데 그동안 생활비 300만원 정도 쓰던 거 반은 부담하라네요. 남편은 가사노동을 전혀 하지 않아요. 재취업하고 어쩌다 와이셔츠 몇 번 못다리고 갔더니 그걸 뭐라 하는 인간이에요. 그 300만원은 생활비와 대학생 아이 용돈 다 포함한 액수에요. 남편 급여 통장은 오픈되어 있지만 급여가 전부 아닌 거 알고 있고요. 그 부분 전혀 터치 안해요. 급여로 찍히는게 1000만원 정도인데 남편 카드값이 300만원 넘어요. 나머지 돈은 아이 등록금이나 목돈 들어갈 일 있으면 나갑니다.
왜 이런 인간과 사는가(그 외에도 장점이 딱히 없어요. 외모 봐줄만 했지만 이제 나이 들었고 성질은 개차반이에요. 시집 치닥거리 징글징글하게 했고요) 생각해봤는데 저렇게 인색한 인간보다 내가 꼭 더 오래 살아서 그렇게 나한테 쓰기 아까워한 돈 내가 다 써주겠다는 마음이에요. 지금 사는 집도 동네도 정들고 편한데 이혼하면 집 나눠서 낯선 곳 가서 사는 것도 피곤하고요. 근데 맨날 최저가 검색하고 당근마켓 기웃거리는 게 익숙해진 내가 남편 죽더라도 펑펑 쓸 수나 있을까 생각도 들어요. 이 남자랑 살면서 가장 슬픈 건 내게는 좋은 것을 줄 생각을 못하고 안하게 된 거에요. 전업 10년간 돈으로 모욕을 너무 주니 싸우기도 했지만 말이 안통해서 더럽고 치사해서 스스로 적은 돈에 맞춰 살다보니 좋은 걸 누려도 된다는 생각을 못하게 된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