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세탁소 합니다.
어쩌다 세탁소를 한지 한 10년되었어요.
이 일이 생각보다 많이 고되고 어렵더라구요.
남의 옷을 만진다는것이 조심스러워요
평생 제 옷의 단추하나도 제가 직접 안달아입다가 세탁소를 하게되니 저절로 수선을 하게되었어요.
처음엔 많이 헤매었지만, 지금은 아주 어렵거나 시간을 많이 필요로하는 수선 외에는 대부분 제가 다 할수있어요.
저희가게에는 한국손님은 거의 없어요.
간혹 오시는 한국손님은 한국계이지만 거의 현지화되어서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더 편한분들이라서 그냥 로컬손님이라고 봐도 무방할정도에요.
동네장사를 하다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상대하기마련이지만, 오늘 온 한국손님은 기억에 오래 남을거같아요.
지난주에 아들 졸업파티에 입을 양복이라며 양복자켓 소매 기장이랑 바지 기장 수선을 맡겨왔어요.
대부분은 저희집에 직접 아이와 함께와서 직접 입어보고 원하는 길이를 재어보지만, 이 손님은 집에서 따로 재어서 옷만 가지고왔더라구요.
(제 기준에서는) 꽤 급하게 해달라고 했어요.
저희집은 급하게 해달라는 건 왠만하면 하지않거든요.
드라이의 경우는 빨리 해달라고하면 결과가 좋지않을수도 있어요.
얼룩에 따라 미리 전처리를 해야하기도하고, 또 드라이했는데 한번에 얼룩이 안나가는 경우는 다시 또 드라이를 돌리기도하고... 뭐 그래요. 그래서 왠만하면 시간을 좀 달라고 하는 편입니다.
수선은 더욱 빨리 해달라고하면 왠만하면 안해줘요.
아주 단골인 경우는 하는수없이 해주기는하는데, 그 만큼 제가 많이 힘들거든요. 제가 수선만 몰두해서 하는게 아닌지라... ㅠㅠ
암튼 이 손님의 경우는 처음온 손님인데 빨리 해달라고 해서 이미 받은 오더라서 하는수없이 해주었어요.
근데 오늘 바지를 다시 가져와서는 하나도 하지않았다고 하는거에요.
그래서 오바로크한 실과 원래 바지 시접단에 오바로크되어있는 실의 색이 다른걸 보여주면서, 이미 수선을 한 바지고, 내가 직접해서 기억이 난다고 했어요.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기냐. 하나도 안한거같다. 바느질이 너무 더럽다.... 등등의 말을 하더라구요
'바느질이 더럽다'는 말은 생전처음 들어봤어요.
저희집은 양복바지의 경우는 오바로크를 한 후에 인비저블스티치머쉰으로 스티치를 해줘요. 그럼 손으로 뜬것처럼 겉에서는 바느질이 하나도 안보이게 스티치가 되거든요.
풀리지말라도 두바퀴 돌려서 줬는데, 네이비 컬러 바지에 검정색 실로 인비저블을 해주니 겉에선 안보이지만 안에서는 당연히 실이 보이죠.
무슨 의미로 바느질이 더럽다는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기분이 좀 상했어요.
결국 제가 다시 해드릴수는 있지만, 이 경우는 다시 돈을 내셔야해드릴수있다고 말했어요.
그말이 기분이 많이 나빴나봐요.
화를 내고 차를 타고 가버리는줄 알았는데, 5분쯤 후에 다시 돌아왔어요.
운전하고 가다보니 너무 화나서 참을수가 없었나봐요.
하나도 하지않았다고 또 주장하길래, 기장을 줄이느라 잘랐던 바지원단을 찾아서 보여줬어요.
이만큼 기장을 줄인거다. 줄자로 재어서 손님이 말한만큼 줄인걸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또 바느질이 더럽다고, 되풀이...
그리곤 한국말로 하던 분이 갑자기 영어로 말하면서 저의 에티튜드가 문제가 있다면서 화를 내네요.
온라인상에서 갑질사건이나 진상관련된 사연에서 보던 레파토리를 제가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마상이 커요.
이 또한 저의 열등감/자격지심이겠죠.
저도 제가 남의 나라와서 세탁소를 하며 살줄은 몰랐어요.
그 손님이 두번이나 연달아와서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여기 주인이 제가 아니라, 다른 외국인이었으면 이런식으로 컴플레인했을까?
에티튜드가 마음에 안든다고 소리를 질렀을까?
여러가지 생각을하게되었어요.
제가 돈 얘기한게 화근이었던거 아는데, 좀 요령있게 대처할걸 제가 왜 그렇게 했는지모르겠어요.
오늘 날씨도 덥고, 더구나 아침부터 일이 많아서 많이 지친찰나라서 저도 많이 예민했나봐요.
암튼 후회가 많은 하루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