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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 계절에 뭘 하면서 살고계시나요

사이다 조회수 : 2,795
작성일 : 2024-06-01 22:55:56

지난 3월중반무렵부터

동네에 있는 식판세척업체에

알바하러 다녀요.

처음엔  고달프고 힘들더니

한달, 두달이 지나면서

이젠 사람들과 말할틈도 없이

정신없이  일하는 두시간반이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 되었어요.

 

시간에 쫒기면서

많은 식판들을 세척하는 몇번의 과정을 거치고

건조기에 돌리고

주변청소하고 퇴근할때면 말이죠.

집을 나설때의 한창 뜨거운 기운은 다 사라지고

벌써 목덜미가 선뜻한 저녁바람이 

불어요.

 

저처럼 이렇게 일하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6명이에요.

한마디 말할 틈도 없이

모두 스텐식기가 부딪치고

물분사기가 시끄러운 그 곳에서

묵묵히 일만 하다가요.

퇴근할때도 서로 눈인사도 하는둥마는둥

다들 뿔뿔이 흩어지느라 바빠요.

 

그들이 어디사는지

그전엔 무슨일을했는지

서로가 알수없고

알필요도 없어요.

 

늘 그렇듯이 제가 들어선 

저녁나절의 골목길

참 호젓합니다.

바람이 가득합니다.

고등학교 졸업한후부터

많은 직업을 거쳐왔고

50살인 지금은

두아이를 키우며

설거지알바를 하는데

이일도 전 꼼꼼하게 열심히

하다가 옵니다.

 

언젠가  갓 애동이 되었다는

무당에게 전화점사를 봤더니

착하대요. 너무 착하대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제 겨우

맘을 내려놓았대요.

라는 말을 처음 건네준 그 무속인의

점사는.

맞는말같았어요.

이제 겨우 사람들에게 상처받지않으려면

너무 다가가면 안된다는것을 알았거든요.

 

두아이에게 아직 손이 가서

전 작년에도 알바를 했는데

에어앤비용 방을 청소하는 일이었어요.

크게 돈이 되진않았어요.

언제 청소하러 갈지는 늘 예측불가한일이라

전 늘 그 방에 대기상태였어요.

그일을 1년넘게 하다가 

지금은 이 세척알바를 하는데

말을 많이 아끼고

묵묵히 일만 하다가 오는

이 일이 내게 맞는 건가보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참 씁슬한 깨달음이에요.

 

 

IP : 58.78.xxx.10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6.1 11:03 PM (211.234.xxx.53)

    저도 창업 목표로 지금 돈 한푼 안 받고 시다바리 하고 있어요.
    그냥 뭔가를 목표로 묵묵히 열심히 살다 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 2. 고등맘
    '24.6.1 11:08 PM (118.221.xxx.195)

    이 세상은 님같은 착한 심성으로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내는 분들이 있기에 잘 돌아가는 것 같아요
    자녀늘도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그들의 삶을 성실하고 강직하게 살아낼 힘을 갖게 될거예요
    응원합니다^^

  • 3. ....
    '24.6.1 11:10 PM (106.101.xxx.229)

    글을 잘 쓰시네요.... 원글님 삶 응원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 4. ..
    '24.6.1 11:19 PM (182.220.xxx.5)

    소설의 한문단 같아요.
    글을 잘 쓰시네요.
    소설 써보시면 어떨까요?

  • 5. ..
    '24.6.1 11:22 PM (182.220.xxx.5)

    저도 님 처럼 살아요.
    회사와 팀장, 일부 몇 사람에 대한 실망이 커서 점심도 가능한 혼자 먹고 일해요.
    주변의 평범한 동료들은 좋은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들도 저처럼 상처받고 살아요.
    겨우 겨우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해요.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요.

  • 6. 원글님
    '24.6.1 11:40 PM (221.141.xxx.233)

    식판을 닦으며 담담히 심경을
    적어내려 가셨는데 글에
    울림이 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시든
    글은 계속 쓰셨으면 좋겠어요.
    여기에도 글 가끔씩 남겨주시구요.

  • 7. ...
    '24.6.1 11:44 PM (108.20.xxx.186)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님의 글을 읽고, 마음이 차분해졌는데 그 기분이 좋습니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라는 책을 좋아하는데, 묵묵함이 가진 힘이 원글님의 글에서 보여요.
    원글님의 6월이 좋은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 8. ...
    '24.6.2 12:00 AM (116.125.xxx.62)

    짧은 시간이지만 고된 일일텐데
    꼼꼼히 정성껏 식판을 세척하시니
    그 식판으로 식사하는 사람들은 복이 있네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데
    님의 자녀들은 얼마나 성실할지 짐작이 돼요.
    밥 먹기전, 늘 감사기도를 드리며 수고한 손길들 떠올려 볼 때도 있는데, 님의 직종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네요.
    앞으로도 평범하지만 잔잔한 울림이 있는 나날이 되시길...

  • 9. 일부러
    '24.6.2 9:47 AM (211.244.xxx.243)

    로그인 했어요
    원글님 글이 참 아름다워요.
    아름다움에는 슬픔과 힘이 담겨있구요.
    살아내야만 하는 자연앞에 한 인간의 선한 위대함이 무엇인지 알게 하시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내가 누구인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게 그리 일했어요
    그 일만 열심히
    저녁이 환하고 바람이 달콤한 봄날에 일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앉았을 때 원글님 글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제 기분을 글로 표현해 주셨네요
    작가의 글을 읽으며 줄 친 기분.
    그런데 전 그 일을 하면서 병을 얻어
    다시는 몸 쓰는 일을 못 할 것 같은 두려움과 좌절이 생겼어요
    아마도 나이 탓이겠죠.
    원글님 건강 잘 챙기세요. 잘 드시고 잘 자고.
    그리고 가끔 글 올려주세요.

  • 10. 원글님
    '24.6.2 10:07 AM (58.239.xxx.59)

    식판닦는일 하시기엔 너무 글도 잘쓰시고 지적이신데요? 좋은대학 나오셨죠?
    저보다 나이도 어리신데 열심히 묵묵히 살아내는 모습 존경합니다
    저는 이계절에 밥만먹고 방구석만 파고있담니다 밥벌레 식충이의 인생이죠 너무 부끄러워요

  • 11. 원글
    '24.6.2 2:41 PM (223.39.xxx.110)

    통채로 생략한 내용들이 많은데도
    통채로 공감해주시는 우리 82님들^^
    근데 윗님,저 좋은대학은 커녕
    여상졸이 전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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