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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이야기 (11)

잠옷 조회수 : 7,802
작성일 : 2024-05-21 19:39:56

이야기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주가 정말 약사인지 현성이 말대로 룸싸롱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해요. 현주 어머니가 약사라고 하니까 그냥 약사라고 합니다. 현성이의 말 이후 정말 약사일까? 약국에서 그냥 일만하는건 아닐까 하고 이야기가 나왔고 엄마가 통화하는건 들었지만 아무도 그걸 확인할 엄두는 못냈어요. 오늘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우리 할아버지 이야기 쓸게요. 

 

우리 할아버지는 막내아들로 태어나서 연상인 마누라가 가지고 온 돈과 생활력으로 팔자가 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그 팔자가 핀 게 거저 그렇게 된 건 아니고 할아버지도 승부사 기질이 있었고 잘 살고자 하는 열망이 매우 크신 분이었대요. 마을에서 텔레비전을 제일 먼저 산 집도 우리 집이었고 전화기도 제일 먼저 놨다고 해요. 그런 것들로 위안을 삼으시던 분이었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보다 두살 아래셨는데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몇년 생인지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저도 할아버지가 할머니보다 두 살 어리다는건 아주 예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저희 남편이 결혼하러 인사드리러 왔을 때도 할아버지는 저와 남편의 나이차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자고로 남자는 어린 여자를 만나야지 잘 산다고 하실 정도로요.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마음 깊게 사랑하셨던건 아닌거 같아요. 집안의 재산을 충실히 불려주고 아이들을 낳고 며느리로서의 도리를 잘 하는 할머니를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좋아하셨던거 같아요. 반면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하셨어요. 제가 보기에도 할머니는 평생 할아버지의 관심을 갈구하며 사셨어요. 쥬단학 아줌마, 아모레 아줌마를 집으로 불러 마사지를 받은것도 다 할아버지에게 예쁨을 받으려 하셨던거 같아요. 할머니는 시골에 사셨어도 늘 손톱끝을 둥글게 다듬으실 정도로 본인을 관리하는 분이셨고 머리는 빠글빠글하게 파마가 되어있었어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엄마가 이것저것 심고 저도 봉숭아며 채송화며 키울 때 할머니가 집 안에서 절대 수국 키우는거 아니다. 수국이 꽃이 하도 탐스럽고 예뻐서 남자가 수국 꽃을 보면 가슴이 둥당거리고 설레어서 첩을 들이는거야. 그러니 수국같이 그런 탐스럽고 예쁜 꽃은 절대 마당에다 심는거 아니다 라고 말씀하셨었어요. 저는 수국이 참 좋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보기만 하고 집에 사놓지는 않게 되더라구요.

 

네 수국은 할아버지가 들인 소실의 댁호였어요. 이름만큼이나 고왔대요. 진짜 이름이 수국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그 집 마당에 수국이 많아서 그렇게 불렀는지는 모르겠어요. 할아버지보다 아홉살이 어린 수국할매는 혼기를 놓친 화전민의 딸이었다고 해요. 산골에서 산을 태워 농사를 지으며 살던 부모가 불을 잘못놔서 모두 불에 타죽고 수국할매만 살아남았는데 화전으로 처녀 혼자 살기 힘들어 마을로 내려와서 잡일을 했었대요. 얼굴이 희고 예뻐서 동네에서 눈독을 들이는 사람이 여럿 있었대요. 제가 82에서 읽었던 글 중에 얼굴이 예쁜데 보호해줄 가정이 없는 여자는 울타리 없이 핀 꽃이라서 건드리려는 사람도 많고 꺾으려는 사람도 많다는 글을 읽었었는데 수국할매가 그랬던 모양이예요.

 

 화전민으로 살다 읍으로 나와 일을 하던 수국할매는 동네에서 떠돌아다니던 군복입은 거지같은 놈한테 겁탈을 당하고 그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했었는데 그 장소가 우시장이었다고 해요. 우시장은 항상 열리는게 아니라 장날에만 열리는 식이었는데 그럼 거간꾼이나 소 주인들이 모여서 쉬고 비오면 비라도 피하게 어설프게 지은 움막이 하나 있었대요. 평소에는 사람이 없이 비어있었는데 수국할매는 거기서 자살을 시도했었나봐요. 그러다 일찍 우시장에 나온 할아버지가 그걸 보고 살려줘서 그 다음엔 할아버지를 따라왔다고 해요. 장터로 내려가는 길 가에 수국이 탐스럽게 핀 초여름이었다는거 같아요. 수국할매가 할아버지를 따라서 집으로 들어왔을 때 그 수국을 꺾어서 들고 왔더래요. 예쁘게 들고 들어온게 아니라 꽃 잎 하나하나를 짓이기며 허드렛일을 시켜주길 서서 기다리고 있었대요.

 

할머니는 수국할매를 미워하지 않았어요. 수국할매는 본인의 분수를 아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할아버지가 준비해 준 작은 집에서 따로 살았는데 할머니가 가면 마당으로 내려와서 인사를 하고 아랫목을 내주고 설탕을 탄 시원한 물 한그릇을 가져다 주고 큰 절로 다시 인사를 하곤 했대요. 첩을 들이는게 아주 낯선 일이 아니었던지라 할머니도 수국할매를 그냥 집안의 일원으로 보셨던거 같아요. 

 

할머니는 찹쌀, 멥쌀이 들어오면 제일 좋은것들로 골라서 수국할매한테 보냈대요. 거기서 밥을 잘 해서 할아버지 드시게 만들라구요. 고기가 들어와도 수국할매 집으로 보내고 철이 바뀌면 새 옷과 시원한 이불, 따뜻한 이불을 지어서 수국할매 집으로 보냈어요. 겨울이 되면 홍시를 보내고 가을에는 참기름을 짜서 보내고, 여름이 되면 오이소박이를 담가서 보내어 수국할매가 할아버지를 모시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게 만들어주셨다고 해요. 저는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당숙들이 지나가면서 저기가 수국할매 집이다. 느이 할아버지 저깄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셨었어요. 어린 저는 그게 싫었는지 고개를 새침하게 돌리고 그 쪽으로 눈길도 안줬지만 설날에 할아버지가 하나 더 주는 흰색 봉투 안에 들어있는 용돈을 누가 보내주는지는 눈치껏 알아차렸었어요. 

할아버지는 일년의 반은 수국할매 집에서 보내는 것 같았어요. 제가 시골에 가면 할머니가 좋아하셨던게 시골에 제가 오면 할아버지가 수국할매 집에를 안가셨거든요. 그래서 더 저한테 집에 있으라고 하셨었나봐요. 

 

할아버지는 수국할매를 이뻐했지만 큰 일이 있으면  할머니를 찾았어요. 하루는 할아버지가 집에 오셔서 끙끙 앓아누우셨대요. 소 중계 일을 하고 수수료를 받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잃어버렸다고 정말 몸져 누우셨대요. 집에서 우시장까지의 길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하고 뛰어서도 가보시고 근처 돌도 뒤져보고 나무도 뒤적거리면서 하루종일 그 돈을 찾아 돌아다니셨대요.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안나는데 꽤 큰 돈이었나봐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드러누우셨대요.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께 어떻게 생긴 돈이었냐. 번호가 써 있었냐. 몇 번 접었냐. 어떻게 접었냐. 돈이 새 돈이었냐. 낡은 돈이었냐 이런 것들을 띄엄띄엄 물어보셨대요. 그리고 할머니가 그 돈을 찾으셨어요. 

엄마 말로는 그 돈을 찾은게 아니라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자세히 물어보시고 그렇게 돈을 접고 만든 다음에 거름밭에 떨궜다가 주워오셨대요. 돈 찾았소! 다행히 거름밭에 붙어서 멀리 안날아갔는데 냄새가 고약해서 빨아야겠소. 근데 꼭 생긴게 영감이 말해준거랑 비슷해. 하며 말씀하셨는데 할아버지가 정말 그 돈 찾았냐며 벌떡 일어서시더래요. 냄새는 좀 나지만 자기가 잃어버린 돈이랑 비슷했고 할아버지는 툭툭 털고 일어나셨대요. 그리고 그 돈을 샘터에 가서 잘 씻어서 주머니에 넣고 고생했다고 하시고는 수국할매 집으로 가버리셨대요. 

 

할머니가 서울에 땅을 사러 가고 집을 팔고 집을 지어서 팔고 또 땅을 사고 할 때도 할머니는 늘 할아버지를 부르셨대요. 할아버지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도장만 찍고 가버리셨지만 할머니는 그렇게라도 할아버지랑 같이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즐거웠고 그렇게 올라왔다가 할아버지가 혼자 낼름 시골로 내려가시면 그게 또 그렇게 서러웠대요. 그래도 시골에 수국할매가 있으니 식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대요. (그 놈의 밥....)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의리가 있고 수국할매도 그런 사람이라 둘 사이에서 자식을 낳지 않은 것만도 고마워 하셨어요.

 

한번은 할머니가 수국할매한테 집과 돈을 떼어주고 팔자를 고치게 해 주겠다고 마음 먹은 적이 있었대요. 돈을 조금만 주면 데려간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 또 돈 떨어지면 다시 돌아올까봐 아주 단단히 한 몫을 쥐어주고 보내려고 했대요. 여기저기 어떤 사람이 좋을까 하고 물색하며 할아버지 몰래 한번씩 그 집에 가서 남자도 보고 오고 하셨대요. 처음엔 빨리 떼놓고 싶던 마음이 나중에는 아유 저 놈은 여자 패게 생겼다. 안된다. 저 집은 시어머니가 너무 드세서 시집살이 시키겠다. 안된다. 거긴 자식이 너무 커서 가져간 돈 다 뺏기고 쫓겨날 것 같아서 안되겠다. 하며 안될 것 같은 집들을 치워버리니 마땅히 갈 곳이 없더래요. 야 저거 떼 놓으려고 시집 보냈다가 다시 돌아오면 더 문제가 될 것 같으니 그냥 우리가 끼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래요. 그때부터 수국할매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마을 구석에 있는 작은 집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사셨어요.

 

할아버지는 80세까지 정정하게 사시다가 돌아가셨어요. 할머니는 그 전부터 치매로 병원에 입원해 계셨었지요. 늘 말이 없고 조용하던 수국할매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이듬 해에 돌아가셨어요.

수국할매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를 불러서 할머니 드리라고 금반지 석돈과 금팔찌 하나를 주더래요. 우리 엄마 손에 금반지를 주면서 꼭 할머니 드리라고 병원에서 돌아오시면 드리려고 했는데 못보고 갈 것 같다고 했대요. 할머니 정신 좀 돌아왔을때 전해드리니 걔가 심성은 착하다. 딱 한마디 하셨대요. 우리 할머니는 그 이후 치매로 5년을 더 사셨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할머니께 우리 엄마가 말씀을 드렸대요.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아요. 전하시고 싶은 말씀 없으세요? 

있어... 보고 싶다고. 보고 싶었는데 왜 한번도 안왔냐고.... 이제 죽어서야 보겠네.....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할아버지 옆에 누웠어요.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수국할매가 계셨지죠.

할아버지가 살아생전에 그리 부탁하셨대요. 자식도 없이 평생을 자신한테 의탁했으니

죽어서도 그리해야 하지 않냐구요. 저희 할아버지 묘자리가 참 좋거든요. 너무 높지도 않고 

적당히 높아서 인사드리러 가기 좋은 곳에 두 분이 계세요.

평생 소를 좋아하셨던 분이라 묘에서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외양간도 있구요.

거기서 열댓걸음 떨어진 곳에 수국할매 묘가 있어요. 혼자 쓴 묘라 크지도 않고 관리도 할아버지

묘 관리 할 때 껴서 같이 하는 정도라 눈에 띄지 않지만 추석이나 한식때 가면 술이라도 한잔 

부어놓고 절이라도 한번 하고 와요. 

누가 누굴 더 불쌍하다고 하겠나요.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신거지....

 

IP : 211.211.xxx.149
6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엄마
    '24.5.21 7:47 PM (58.234.xxx.86)

    아, 이 시리즈는 정말 엮어서 책으로 내야 해...

  • 2. 789
    '24.5.21 7:48 PM (61.77.xxx.175) - 삭제된댓글

    처음 댓글 남겨요. 그 상황이 보이는듯 합니다. 이야기가 너무 아름답네요. 계속 써주시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 3. ....
    '24.5.21 7:50 PM (106.101.xxx.51)

    세상에..
    책으로 남겨야 해요2222

  • 4. ..
    '24.5.21 7:55 PM (219.255.xxx.15)

    재밌는 얘기 감사해요
    TV문학관 한편 본것 같아요

  • 5. 은하수
    '24.5.21 7:55 PM (58.142.xxx.195)

    드라마 만들어야 합니다.
    넘 아픈 이야기네요

  • 6. 우와
    '24.5.21 7:58 PM (211.234.xxx.121)

    10편 읽은지 얼마 안되어 11! 감사해요
    이번에도 댓글부터 달고 윗줄로 갑니다 신나^^

  • 7. 마나님
    '24.5.21 7:58 PM (175.119.xxx.159)

    저도 글 읽으면서 똑 같은 생각했어요
    꼭 책으로 냈음 좋겠다고요333

  • 8. 에휴
    '24.5.21 8:06 PM (61.101.xxx.163)

    이번 이야기는 참 슬프네요..ㅠㅠ

  • 9. 얼른클릭긴여운
    '24.5.21 8:06 PM (211.110.xxx.44) - 삭제된댓글

    지금처럼
    사심없이
    원글님 방식대로 차분히 써모으시길요.
    누워서 아이 성적표 생각만 하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고 너무 아까운 분이네요.

    글쓰는 엄미의 뒷모습이 산교육이죠..

  • 10. ㅠㅠ
    '24.5.21 8:07 PM (221.145.xxx.192)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이렇게 아름답고도 슬픈가요.........

  • 11. 민초파파
    '24.5.21 8:11 PM (221.139.xxx.130)

    티비 문학관 딱 맞는. 말이에요

  • 12. 반가워요
    '24.5.21 8:13 PM (180.229.xxx.164)

    그동안 쓰신 몇편을 놓쳤었네요.
    잠옷님 수필집 내셔야할듯요

  • 13.
    '24.5.21 8:15 PM (183.78.xxx.197)

    어쩜 이리 글을 잘쓰시는지~~

  • 14. ...
    '24.5.21 8:16 PM (106.101.xxx.51)

    원글님 집은 근데 할머니며 수국할매며 엄마며 다들 정이 있고 성품이 좋으신 분들 같아요 마음 속에 사랑이 살아있는 분들ㅡ 너무 포근해요
    진짜 이런 집에서 살아봤으면.....

  • 15. ㅇㅇ
    '24.5.21 8:19 PM (59.6.xxx.200)

    아 진짜 오늘거가 젤 슬프고 먹먹해요
    저 울어요 ㅠㅜ
    할머님 ㅠㅜ

  • 16. 모모
    '24.5.21 8:24 PM (219.251.xxx.104)

    10번이 언제 올라왔나요?
    벌써 11번 이네요 ㅠ

  • 17. .....
    '24.5.21 8:24 PM (220.118.xxx.37)

    다들 의리가 있었네요.

  • 18. ㅠㅠ
    '24.5.21 8:24 PM (211.108.xxx.164)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수국 좋아하는데 볼때마다 이 이야기가 생각날것 같아요

  • 19. ...
    '24.5.21 8:27 PM (42.82.xxx.254)

    곧 누가 드라마 만들자고 연락할것 같은 글이네요..
    할머니도 수국할매도 마음이 아려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 ..........
    '24.5.21 8:29 PM (211.36.xxx.4) - 삭제된댓글

    우와~너무 좋네요.
    82에기자들도 많은데,
    이글들 베낄까 염려스럽네요

  • 21. 수국할매도
    '24.5.21 8:36 PM (116.41.xxx.141)

    짠하지만 다행히 님 가정에 그래도 합일한게 올매나 큰 복인지 ...
    님 할머니도 정말정말 대인배시네요
    참 예전에 다들 맨정신으로 우찌 첩보고 사는지
    하기사 영국 찰스도 현시대에 저러고 살았으니 뭐

  • 22. ㅇㅇ
    '24.5.21 8:38 PM (59.17.xxx.179)

    진짜 출판 생각해보시길~

  • 23. ..
    '24.5.21 8:40 PM (223.62.xxx.230)

    여러분
    우려도 좋지만 생각을 좀 하고 우려하셨으면 합니다.
    기자가 이런 이야기를 퍼다가 어디에 쓰나요… 기자는 기사를 쓰는 사람들인데. 이 고운 이야기들이
    무슨 기삿거리는 아니잖아요.

  • 24. ㅇㅇ
    '24.5.21 8:43 PM (119.69.xxx.105)

    할머니는 품이 정말 넉넉한 분이셨네요
    아무리 소실이 심성이 착해도 그리 품으셨다니
    할아버지는 진짜 복많으신 분이었구요

    한편의 아름답고 슬픈 소설을 읽은듯합니다
    여운이 오래갈듯 합니다

    글솜씨가 나날이 발전하시니 감탄을 아니할수가 없네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 25. 잠옷님
    '24.5.21 8:45 PM (223.38.xxx.122)

    어쩜 이리 글을 잘 쓰시나요.
    단숨에 읽고 마음이 먹먹하네요.
    세 분은 어찌 그런 마음으로 평생을 사셨을까요.
    욕심도 없이 미움도 없이
    의리와 연민으로 맺어진 그 마음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잠옷님 덕분에
    어디서도 읽기 어려운 이런 글을 읽네요.

  • 26. 그런데
    '24.5.21 8:45 PM (223.38.xxx.15) - 삭제된댓글

    참 기억력도 좋으시네요
    그렇게 디테일하게 기억하시는게

  • 27. 잠옷
    '24.5.21 8:50 PM (211.211.xxx.149)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학원 설명회 다녀왔어요. 우울합니다. 설명회 다녀왔는데 애 대학 다 간 것 같아요....
    기말고사에 박차를 가하라는데..... 기말고사가 먼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더 답답합니다.
    기자분들.... 에구... 뭐 대단한 이야기라고 ㅎㅎㅎㅎ ^^;;;;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디테일하게 기억하는건.... 할머니가 치매 앓으시면서 했던 이야기 반복을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저희 엄마도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시는 분인데 예전엔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예~ 예~ 하면서 아는척도 하구요.... 근데 그게 이렇게 기억이 나네요.......^^

  • 28. ..
    '24.5.21 8:52 PM (219.251.xxx.190)

    담담한 글 속에 할머님도 수국할머님도 눈물 한 자락 느껴집니다

  • 29. 옴마나...
    '24.5.21 8:54 PM (183.99.xxx.150)

    할머니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전에 쥬단학 아줌마가 당신 딸, 여유있는 아버님 집에 첩이라도 들이게 하려다 할머님께 쫓겨났다는 얘기가 오버랩되네요.

    할아버님은 전생에 나라를 몇번 구하셨길래 할머님같은
    배우자를 만나셨을까..

    저 어릴적 동네 방앗간 부잣집에도 큰부인, 작은부인이 계셨어요. 두 분이 다 쪽진 머리하고 계신 할머니들이셨거든요.
    어린 제 눈으로 보기에도 할머님인데도 큰 할머니는 풍채가 엄청 크시고 무서운 인상이었고 작은 할머니는 인형처럼 예쁘셨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 잠옷 님 글 세개나 읽다니..
    참 행복하네요!

  • 30. 쓸개코
    '24.5.21 8:56 PM (221.138.xxx.11)

    아뉘.. 제목보고 반가워서 클릭하고 들어왔는데.. 어째 내용이 건너뛴 느낌이라 검색해보니..
    제가 82 안 들어왔을때라 글 올리신걸 몰랐어요.
    밀린 글 먼저 읽고 올게요~^^

  • 31. 잠옷
    '24.5.21 9:02 PM (211.211.xxx.149)

    쓸개코님 반가워요~~~~ ㅎㅎㅎㅎ^^

  • 32. .ㆍ
    '24.5.21 9:11 PM (1.239.xxx.97)

    박완서 작가의 환생인가...이 재주 가지고 아드님 성적 연연해 마시고 작가로 등단하소서~~

  • 33. ㅜㅜ
    '24.5.21 9:12 PM (86.161.xxx.226)

    원글님 나중에 책 내시면 꼭 제목 알려주세요..
    저도 하나 사고 친정엄마도 하나 사서 주고...
    정말 마음을 울리는 글이예요

  • 34. ㅇㅇ
    '24.5.21 9:13 PM (119.69.xxx.105) - 삭제된댓글

    저도 막내라 엄마가 당신 살아온 얘기 날마다 해주셔서
    엄마의 인생 스토리를 웬만큼 꿰고 있거든요
    원글님 할머니 시대가 돌아가신 저희 엄마 시절과 오버랩되면서
    갑자기 엄마가 그리워지네요
    해방직전 선한번 본 한살 어린 남자와 약혼하고 혼례식 하고
    해주에서 기차타고 서울 도착해서
    한겨울에 한강다리 걸어서 건너던 스토리는 한 열번 들은거 같거든요
    엄마 옆에 누워서 엄마의 청춘시절 새댁시절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들으면서 잠들었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 35. ..
    '24.5.21 9:23 PM (61.254.xxx.115)

    음 할매가 대장부시네요 저는 그리 못할거같아요 아무리 할배 모시라고 해도 좋은쌀 고기 오이김치 홍시 참기름 계절이불 그렇게 살뜰이 못챙길거 같아요 샘나서..

  • 36. ..
    '24.5.21 9:24 PM (61.254.xxx.115)

    정말 할머니는 아무리봐도 대장부시고 멋지세요 할배맘이 딴데가있는거 알아도 본인 가꾸기를 게을리 하지않으신것도.돈잃어버렸을때도 타박하지않고 비슷한봉투줘서 일어나게 만든것도 대단하세요 수국할매를 아무집에나 시집보내지않은것도 멋지고요

  • 37. ..
    '24.5.21 9:36 PM (61.254.xxx.115)

    할머니가 너무 대단하셔서 글을 읽고 또 읽고 했어요 진짜 박완서님 글보다 더재미있네요~^^

  • 38. 잠옷님
    '24.5.21 9:42 PM (92.40.xxx.171)

    버스안에서 읽다가 사연녀될뻔 했어요
    들은 얘기가 없어서 겹치는 부분이 없는게
    돌아가심 엄마 생각도 나고 쪽진 머리에 한복입고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 오셔 들르시던
    친할머니 생각도 나요

  • 39. 가지나물
    '24.5.21 9:49 PM (116.212.xxx.138)

    엉엉엉엉....눈물나요 ..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막 눈물나요.
    잠옷님은 보석같은 분이에요

  • 40. 원글님
    '24.5.21 9:50 PM (114.206.xxx.43)

    너무 재미있어요.
    고마워요...

  • 41. ditto
    '24.5.21 9:55 PM (125.143.xxx.239)

    읽다가 아들과 딸의 백일섭 정혜선 부부의모습도 슬쩍 비쳤다가
    이제는 급기여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나 김약국집 딸들 이야기와 비슷하기까지 해요!!

  • 42. ...
    '24.5.21 9:56 PM (223.38.xxx.71)

    들 올려주실때마다 한편의 니야기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꼮꼭꼭 책으로 내주세요 아님 드라마로 만들어주세요
    방송국 관계자님들. 이건 대박 드라마입니다

  • 43. 나쁜할배 ㅎㅎ
    '24.5.21 9:57 PM (121.155.xxx.78) - 삭제된댓글

    잠옷님 할머니는 어쩌면 그리 속이 넓고 인정이 많았을까요.
    수국이고 뭐고 꼴도보기 싫었을거 같은데 대인배네요.

  • 44. ..
    '24.5.21 10:05 PM (61.254.xxx.115)

    아마 그집에 수국꽃이 많아서 수국할매로 불렸을겁니다 이름이 수국 아니고요 수국할매 인생도 불쌍한데 잘거둬주셨네요 아무리봐도 할매 너무 짱임!!

  • 45. 아...
    '24.5.21 10:07 PM (118.221.xxx.119)

    서사가 끝이 없네요. 끝나버릴까 두렵기도 하구요.
    오늘도 너무 좋네요. 감사해요^^

  • 46. 쓸개코
    '24.5.21 10:10 PM (221.138.xxx.11)

    역시 할머니의 지혜와 여장부 기질은 남다르시네요.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읽다보니 .. 여러분들이 티비문학관을 말씀하시듯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어요.
    수국할매와 할머니의 관계가.. 똑같지는 않지만 특집드라마 '곰탕'의 김용림(본처)과
    김수미(첩실)의 관계를 떠올리게 됩니다.
    김용림(젊어서 김혜수)은 인고의 세월을 지혜와 인내로 견뎌내며 집안을 일으켰었죠.
    멋진 할머니 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역시 좋군요!

  • 47. 진짜
    '24.5.21 10:19 PM (39.112.xxx.205)

    선물같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 48. 아 할머님
    '24.5.21 10:23 PM (114.203.xxx.205)

    장부같고 총명하시고 게다가 고운 순정도 있으셨네요. 첩과는 하품도 같이 안한다는데 마음 씀씀이가 남다르신 분 입니다.

  • 49. ..
    '24.5.21 10:31 PM (61.254.xxx.115) - 삭제된댓글

    요즘 남자들도 성매매가 쉬운데 차라리 고운첩실 있음 다방이나 룸살롱가서 꽃뱀한테 돈뜯기는것보다 돈도 적게들고 몸도 깨끗할수 있겠음

  • 50. 쏘니
    '24.5.21 10:49 PM (58.120.xxx.117)

    아름다운 이야기 감사합니다

  • 51. 옛꿈
    '24.5.21 11:01 PM (125.132.xxx.103)

    조근조근.....옛날 화롯가에 앉아 옛날얘기 듣는 느낌으로 읽었어요
    한 집안의 서사가 영사기 필름처럼 눈앞을 지나가요.
    글솜씨가 남다르시네요.

  • 52. 그래도
    '24.5.22 12:18 AM (175.223.xxx.252)

    할매가 복이 많으신분같아요 재복 인복이 있는거죠 욕심 사나운 여자하나 집안에 잘못들어오면 배다른 형제자매 줄줄이 낳고 할배재산 한몫 잡으려고 맘먹고 뜯어낼수도 있었는데 심성이 착한여자가 들어온거잖아요 자신의 마지막 패물인 금반지.금팔찌도 돌려준걸 보면요 할매는 할배만 바라보다 돌아가셨군요

  • 53. ㅇㅇ
    '24.5.22 12:29 AM (118.235.xxx.22) - 삭제된댓글

    할머니가 범상치 않으시더니
    역시나 정 많고 사람 품는 그릇이셨네요
    반가워서 아까 읽고는 지금 답 달아요

  • 54. ..
    '24.5.22 12:31 AM (182.220.xxx.5)

    불쌍한 사람은 없네요.
    다들 편안하게 지내셨네요.
    할아버지만 노나셨네요. 처복이 크시네요.

  • 55. ..
    '24.5.22 12:49 AM (117.111.xxx.92)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 56. 나무사이
    '24.5.22 1:18 AM (14.38.xxx.229)

    오늘 다~찾아 봤습니다.
    뭔가 아련하네요.
    인생의 희노애락이 다 담겨 있어요.

  • 57. ...
    '24.5.22 7:25 AM (106.101.xxx.194)

    박경리 토지 읽는것 같은 대하드라마네요

  • 58. 르망66
    '24.5.22 7:27 AM (143.58.xxx.72)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59. 포르투
    '24.5.22 7:50 AM (14.32.xxx.34)

    진짜 인생 하나마다
    소설 한 권이겠네요
    원글님 글 정말 아름다워요
    계속 써주세요

  • 60. 먹먹
    '24.5.22 8:02 AM (222.234.xxx.241) - 삭제된댓글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요. 뚝뚝 떨어지는데도 더 엉엉 울고싶어요

  • 61. ㅠㅠ
    '24.5.22 8:27 AM (222.234.xxx.241)

    글을 다 읽고 나니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넘치네요. 왜 엉엉 울고 싶을까요 슬프기도 아름답기도 충만하기도 절절하기도한 감정을 이끌어내시네요

  • 62. 쓸개코
    '24.5.22 9:31 AM (221.138.xxx.11)

    저도 처음에 원글님 초반글들 읽고 김약국의 딸들을 떠올렸었어요.
    가족과 이웃의 서사가 이렇게 풍부하니..

  • 63.
    '24.5.22 10:34 AM (210.103.xxx.101)

    이번 이야기는 정말 가히 최고네요. 할머니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요? 그리고 안타까운 수국할매의 마음도 그려져요.
    기회되면 정말 책으로 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소설책, 수필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 64. 항상
    '24.5.22 11:24 AM (1.214.xxx.18)

    항상 잘 읽고 있어요.
    어젯밤 잠들기 전에 이 글을 보고 가슴 촉촉히 따뜻하게 잘 잤고, 오늘 다시 찾아서 또 읽고 댓글 하나라도 남깁니다.
    고맙습니다.

  • 65. 단숨에 읽힘
    '24.5.22 11:27 AM (175.214.xxx.36)

    너무 재있어요

  • 66. ..
    '24.5.22 11:42 AM (39.7.xxx.197)

    편마다 이야기가 다 재밌고 울림이 있어요.
    고맙습니다!

  • 67. 수필읽듯
    '24.5.29 10:11 AM (211.46.xxx.89)

    읽어내려가며 잔잔하게 가슴이 요동치고 먹먹해 지네요
    정말 드라마 한편.아니 시리즈로 만드셔야 할것 같아요
    할머니에게 한이 되는 사연 이지만 그조차도 내색 없이 받아들이신 할머니를 존경하고 이렇게 아름답게 올려주신 원글님 정말 감사합니다

  • 68. ㅡㅡ
    '24.5.29 3:54 PM (211.209.xxx.70)

    누가 누굴 더 불쌍하다고 하겠나요.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신거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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