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딴 말로 표현하기도 그래서
오지랖 정도로 할께요.
오늘 너무 피곤하고 마침 직장 쉬는 날이었는데
눈은 출근시간에 떠져 늦잠은 못자고
눈부신 햇살에 기분 좋게 누워서 간접 일광욕
하며 하루를 시작했네요.
밥 챙겨 먹고 누웠다 한숨 자고
오후 서너시쯤이라 곧 해가 지겠구나
더 누워있지 말고 간단히 집안 정리하고
집앞에 일광욕 하며 커피라도 한잔할까
마음만 먹고 뒹굴다 또 한시간도 넘게
깜박 잠들고 깨서는 아...아직 해가 있을 때
나가자 분명 해 지면 후회할거야
후닥닥 챙겨 입고 선크림 듬뿍 바르고
집을 나섰어요.
근처 큰 공원은 지금쯤 사람도 붐비겠고
걸어서 20분 거리라 그 시간 아껴서
남은 햇살 여유로이 즐기자 싶어서
집앞 5분 거리 작은 교회 벤취에
앉았다 오려고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서 급 땡겨서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들고 갔죠.
주말 빼고는 사람 자체가 없고
작은 벤취 세개가 다인 교회 마당이지만
화단도 이쁘고 새들도 지저귀고
호젓하니 앉아 혼자 생각하다 오기 좋은
곳이거든요.
뭐 교인도 아니면서 왜 가냐 하실 분들
계실까 미리 쓰자면 동네 공원처럼 항상
동네분들 누구라도 환영하는 곳이예요.
근데 오늘은 왠 아주머니가 앉아 있던데
그런가보다 마침 다른 벤치에 햇살이
비추어서 너무 좋길래 앉아서
눈감고 따스하고 환한 그 느낌을
막 만끽하려는 순간
'아니 거기 햇빛 비추는데 왜 거길 앉느냐~'
블라블라 옆 벤치 아주머니가 말을 거는 거예요.
정확히는 내 일광욕 그것도 눈까지 감고
흐뭇하게 즐기려는데 굳이 왜 말을 거는지...
대답을 안할수도 없고 그냥 좋게
해석해서 자기 기준으론 저리 푹 눌러쓴
본인 모자만큼이나 햇빛은 피해야 하는 존재인데
왜 그걸 일부러 맞고 앉았나 이해도 안가고
뭐 선심 베풀어 자기 옆자리 그늘에 앉으란 건지...
일부러 햇살 쬐려고 앉은 자리예요~
그냥 웃으며 답하고 눈 감고 말았네요.
흐음...근데 이미 옆사람이 그것도 타인이
내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을 침범한 기분이랄까
눈 감고 햇살 쬐는 날 누군가 의식하는 것 자체가
무념무상 좀 즐기고 오려던 내겐 부담
많이 바란 것도 아니고 햇살 쬐며
아이스크림 하나 먹을 시간만큼만
누리고 오고 싶었지만 이미 그러기엔...
할 수 없이 20분 거리 큰 공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네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가기도 그래서
들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공원 도착
거긴 사방에 햇살 쏟아지는 대로
받으며 사람들이 많이들 벤치에 앉아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각자의 방식대로 오후의 여유를 누리더군요.
거기선 왜 햇살 비추는 자리에 앉느냐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각자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라 나도 편하게 스며들었네요.
들고 온 아이스크림은 다 녹아 흐물 ㅠㅠ
그래도 몇입 먹을 만큼은 돼서
따스한 햇살 아래 시원달콤한 망중한 맛보고
해질 무렵 집에 와서 집안일 하고
다시 시작될 내일을 위해 일찍 자려고요.
굳이 오지랖은 상대가 원치 않을 때는
발휘 않는 게 더 좋을 거란 얘길 하고 싶었나봐요 ㅎ
눈까지 감고 있는 사람에게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