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앞에서 버스타고
여기 남양주 다산길
마재성지 왔어요
여기 다리가 짧고 얼굴이 동그란 고양이 하나가 살아요
올 초 겨울에 왔을 땐 찾아도 안 보이더니
오늘은 벤치에 앉아 있길래
옆에 가만히 앉았더니
전처럼 조심스럽게
제 무릎에 올라와서
제일 편한 자세를 잡더니 쿨쿨 자고 있어요
좀전에 핸드폰 빼느라 자세 좀 바꾸니
(이럴 때 내려갔던 거 같은데 ...;;;)
잠깐 깨서 뒷다리 구르밍을 좀 하더니
다시 새로 자리 잡고 더 깊은 잠이 든 거 같아요
성당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바로 옆엔 한복입은 돌 조각 성모상이 합장을 하고
계신데
제가 곁눈질로 성모님 얼굴을 보면서
하소연의 눈짓을 보내니
"그냥 거기 있어라!"
이 표정이세요 ㅜㅜ
나도 고단한 인생 토로 하려고
하느님 성모님 찾아왔는데
밖에 사는 이 녀석은
나보다 더 고단한 걸까요?
비가와 냉기가 돋는 날씨에
고양이 앉은 무릎이 따뜻해요
집에 가는 버스는 대략 40분 후쯤 오고
여기선 조금 걸어야 하니까
최대 30분의 시간
이 고양이의 고됨을 함께 나누어야 할까요?
내려 놓을 타이밍
내려 놓기 전 깨우기
하여간 뭐라도...
전 강아지 애미라서
이 상황이 낯설어요
노령이라 그런지
자면서 코도 골고 있어요 ㅎㅎ;;
글쓰는 동안 잠깐 깼다가
또 자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