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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인류학적(인문학적) 의미 - 첫번째 이야기

e12 조회수 : 1,651
작성일 : 2024-03-17 13:17:01

1.호모 사피엔스의 추상화 능력

 

과학자, 화가, 시인들은 모두 복잡한 체계에서 '하나만 제외하고' 모든 변수를 제거함으로써 핵심적 의미를 발견하려고 애쓴다. 현실이란 모든 추상의 종합이며, 이 가능성을 알아냄으로써 우리는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즉, 진정한 의미에서 추상화란 현실에서 출발하되,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가면서 사물의 놀라운 본질을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할 일은 추상화 자체의 본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https://rhange.tistory.com/entry/%EC%83%9D%EA%B0%81%EC%9D%98-%ED%83%84%EC%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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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블로그에서 소개한 추상화에 대한 글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추상화의 개념을 잘 설명하긴 했으나, 사실 이 설명의 상당부분은 수정되어야 하거나, 다시 쓰여져야 합니다.

 

추상이라는 것은 간략화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가장 일반적으로 '언어'라는 인간의 도구로 인해 만들어진 우리의 인식체계이며, 더 나아가 화폐, 국가, 종교, 신, 도덕, 수학 등등 인류문명의 거의 모두를 지배하는 호모 사피엔스만의 독특한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이 추상의 문제는 사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제기했던 인간과 지구 우주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철학적 문제였고, 중세시대의 종교, 근대의 철학과 과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거의 모든 지적 흐름의 가장 중요한 테마이기도 하죠.

플라톤의 이데아가 사실상 최초의 화두였다면, 철학적으로는 칸트를 거쳐 소쉬르와 비트겐슈타인에 의해 완성되어졌다고 보는 인간의 인식의 문제가 최근의 뇌과학의 연구성과에 의해 거의 증명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감탄스러운 것은 현대의 뇌과학이 증명하는 우리의 인식 시스템을 전혀 알지도 못했던 소쉬르 같은 세기의 천재들은 그것을 경험적으로 사고적으로 알고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뇌과학과 추상화의 과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만약 저기 식탁위에 빨간 사과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우리는 우리의 눈을 통해 사과를 바라보고, 그것이 사과라고 인식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정말 사과가 있는 것일까요?
우리가 사과를 인식하는 방법은 빛이 사과의 표면을 부딛치고, 그중 빨간색으로 보이는 일부 파장이 우리의 수정체를 거쳐 시각시경을 자극하고, 거기에서 만들어진 전기신호가 뇌로 전달되어서 우리는 저기 식탁위에 사과를 본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초적인 철학적 문제에서는 만약 빛이 없다면, 우리가 안대를 하고 있다면, 우리의 시각신경이 고장났다면 과연 사과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사과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나 현대 뇌과학에서 밝혀진 바로는 단지 빨간 사과의 반사광이 우리의 시각신경을 자극하고, 그것이 뇌로 전달된다고 해서 우리가 사과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식 시스템은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신호들을 해석해서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신호들을 동시에 처리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수치적으로 말하자면, 예를들어 우리가 사물을 보는 것은 약 5천만화소의 화면을 초당 17프레임 정도의 영상을 인식합니다. 자세히 들여다 볼 경우 최고 5억 7600만 화소의 해상도까자 볼 수 있죠.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528062&memberNo=549345...

(현재 LG에서 나온 최고사양의 UHD TV가 보통의 모니터가 8백만화소의 화면을 보여준다고 하니까, 아직까지는 우리눈의 1/6정도의 성능이군요.)

 

수치적으로, 우리가 사물을 볼때, 특히 움직이는 어떤 것들을 볼때, 우리는 최신 LG TV보다 여섯배나 빠르게 데이타를 받아들여서 인식한다는 얘기인데, 과연 우리의 뇌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빠른 처리 속도를 가질까요?

 

거기에 더해서 더 황당한 것은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시각데이타는 고작 200만 화소정도만 전달된다고 합니다. (뇌과학에서 밝힌 내용)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의 눈은 200반 화소의 데이타를 전달하는데, 우리는 5천만화소의 동영상을 인식한다는 말이죠. 비밀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인식시스템은 현재 시시각각 들어오는 데이타를 그대로 재현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눈을 통해 어떤 형상데이타가 들어오면, 이미 뇌에 저장(메모리) 되어있는 수많은 데이타 중에서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데이타를 순간적으로 불러들여서 화면을 재구성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유사한' 이란 표현을 썼는데, 가장 '근접한' 이라고 해도 되는 이 방식은 여러가지 장점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만약 뱀과 비슷한 밧줄 같은 것이 보이면, 뱀으로 인식하여 빨리 도망가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진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 이런 시스템은 생존을 위한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 뇌에 데이타가 전혀 없는 생전 처음 어떤 것을 보았을 경우 비슷한 데이타(메모리)가 없기에, 유사하지만 전혀 엉뚱한 것을 인식하게 하거나 아예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을 하죠. (예를들어 아마존 정글에서 산 사람들은 아주 멀리 있는 것들을 아예 보지 못하고, 사막에서만 산 사람들은 곤충같은 아주 작은 것을 보지 못합니다.)

 

우리의 인식 시스템은 우리뇌에 미리 저장되어진 데이타가 없으면 인식을 못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식탁위에 사과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 뇌에 그 사과형상이 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만약 사과의 데이타가 없다면 우리는 사과를 볼 수 없는 것이죠.

 

이런 인식 시스템은 우리의 모든 감각의 인식-청각, 후각, 촉각, 미각-에서 동일하게 작동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호모사피엔스만의 특징인 '언어'역시 똑같이 작동됩니다.
아니 오히려 이 '언어'를 통해서 우리의 인식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식탁에 있는 사과를 볼때, 시각적 형상으로서 사과의 형상을 뇌에서 그려냈다면, 우리가 '사과'라고 표현하는 이 언어의 데이타도 동시에 호출되어서 최종적으로 우리는 식탁에 사과가 있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만약 '사과'라는 이 말(언어)이 없다면 우리는 사과를 보고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이런 호모사피엔스만의 독특한 인식과정을 보면, 이런 과정 자체가 '추상'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건, 소리를 인식하건, 신을 인식하건, 자유의 개념을 인식하건, 강남 아파트가 30억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건, 이 모든 인식 프로세스과정이 
이미 우리 뇌에 저장되어있는 데이타, 메모리를 불러내오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렇게 이미 저장되어져 있는 이 메모리들이 사실상 '추상'화 된 메모리, 즉 '추상' 그 자체인 것이죠.

최초에 추상을 설명하는 글에서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핵심적인 의미를 간추리는 것이 추상이라고 설명하였는데, 제가 이 설명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것을 인식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추상화된 데이타의 복원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추상적 체계를 가장 극대화한 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학문이고,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수학위에 호모 사피엔스는 '컴퓨터'라는 기기를 발명했고, 프로그램이라는 극한의 추상화 시스템을 구현하게 됩니다. 

 

비트코인을 이야기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그것은 다음글에.....

IP : 45.2.xxx.13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3.17 1:25 PM (59.13.xxx.51)

    비트코인이 지금까지 우리가 모르던 새로운 개념이라
    사람들이 가장 비슷한 화폐의 개념으로 바라본다는 건가요?

  • 2. e12
    '24.3.17 1:33 PM (45.2.xxx.135)

    다음 편에 쓸 내용이지만,
    화폐 시스템 자체가 추상화의 시스템이라는 거죠.

  • 3. 그래서
    '24.3.17 1:36 PM (175.223.xxx.66)

    프사를 닮은 어떤 여자...로 만들어 사기 수준으로 걸어놔도 그걸 실제 사람보다 자주 보게 되고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 그 사람이 미인인 것처럼 약간 인식의 오류가 생기는 건가봅니다

  • 4. ..
    '24.3.17 1:43 PM (39.124.xxx.211) - 삭제된댓글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

  • 5. 요즘에야
    '24.3.18 10:09 PM (58.231.xxx.67)

    요즘에야 알게되었어요 e12님
    2년전부터 글 쓰셨던데요
    ㅜㅜ 진작알앗어야 햇는데요
    2년전 글부터 차근 차근 보겟습니다
    한결같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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