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인가구 설날 지내기

독거아줌마 조회수 : 3,898
작성일 : 2024-02-10 18:31:54

혼자 사는 60대입니다.

새로운 일 시작하고 1년 조금 넘었는대

오늘은 작정하고 처음으로 하루 쉬었어요. 

자영업이라서 매일 쉬지 않고 출근했거든요. 

오늘도...딱히 할 일 없으니 

사무실에 나가서 놀까?? 하다가 

그게 출근이잖아.... 말자... 하고 집에 있었어요.

 

늦은 아침으로 냉장고 뒤져서 

양배추, 콩나물, 두부, 샤브용 소고기 넣고

말도 안되는 짝퉁 샤브샤브 한 냄비 끓였어요. 

스리라챠 찍어서 느긋하게 먹으니 

매일 사무실에서 시간 쪼개 먹던 도시락보다

훨씬 속이 편하네요. 

 

오늘 하루를 뭘로 시간 때울까....하다가 

neflix에서 영화 포레스트검프를 보았어요. 

20여년쯤 전인가... 딸아이에게 DVD를 사주고 

집에서 함께 보았던 영화인대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슬픈 영화 였던가요?

오늘은 보는 내내 흐르는 눈물이 주체가 안되네요. 

 

아마도... 그 시절이 기억 나면서

그래도 그때는 삐그덕거리긴 했어도

아직 콩가루로 깨어지기 전이었고

모양새는 온전한 가족이었으니. 

금이 간 그릇을 부여 잡고 버텨 온 오랜 기간 나의 버둥거림.

영화가 슬펐던건지, 추억이 그리웠던건지....

이런 날 혼자라서 울적했던건지....

 

잠깐 낮잠 자고 일어나 

냄비 가득한 '짝퉁 샤브샤브'로 다시 배를 채웁니다. 

오늘 정리하려고 꺼내 놓은 옷들이 

방바닥 가득 그대로지만 

지나가며 발길로 스윽 밀어 둡니다. ^^

" 괜찮아. 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너를 너무 들볶지 마. "

 

한동안 망설이던 '1인용 미니그릴' 주문하고

혼자 좋아합니다.

"나의 힐링은 역시 쇼핑이지~"

내일 저녁에는 미니그릴에 냉동피자 구워서

맥주 한잔 할 생각이예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가 아니라

"이런 평안함을 누리려고

지난날 그렇게 천둥번개가 쳤나보다." 입니다. 

 

오랫동안 드나들며  정든 이곳 82쿡.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IP : 120.142.xxx.104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평화로움
    '24.2.10 6:36 PM (158.247.xxx.182) - 삭제된댓글

    저도 혼자 여유로운 명절 보내고 싶어요
    다른 사람 밥때문에 일어나지 않고 내 리듬에 맞춰서 하루를 보내보고 싶네요....

  • 2. 잘하셨어요
    '24.2.10 6:40 PM (218.39.xxx.37)

    남들은 복작 복작 스트레스 받는 명절을 혼자
    유유자적 보내는 모습이 좋네요

  • 3. 바람소리2
    '24.2.10 6:42 PM (114.204.xxx.203)

    저도 혼자 커피만 마시다가
    3분카레 조금 먹었어요
    어찌나 먹기 싫던 지

  • 4. 독거아줌마
    '24.2.10 6:44 PM (120.142.xxx.104)

    결혼생활 30년 동안
    추석, 설날... 양 명절에
    단 한번도 친정에 가지 못했어요.

    나를 친정에 보내지 않으려는 시모.
    나를 앞세우고 당신 친정을 가는 시모.
    시모의 뜻에 따라 나를 끌고 다니는 모자란 남편.
    명절마다 본인 즐거움과 유희를 찾아
    오지 마라 연락하고 사라지는 친정엄마.
    제가 친정을 가지 못할 완벽한 조건이었지요~ ^^

    그래서 더 이상 저 자신을 불쌍하게 두지 않아요.
    나에게 충실하고, 나를 돌보고, 나를 위해 돈을 써요.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불쌍했더라구요.
    나만 참으면 어떻게든 지켜질 줄 알았던 가정도
    참는다고 되는게 아니더군요.

    다행인건 늙으막에 독립해서
    직업이 생기고...경제적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 5. 유윈
    '24.2.10 6:57 PM (121.159.xxx.177) - 삭제된댓글

    제가 순수100퍼센트로 원글님 부러워 할게요 누리세요

  • 6. 평온한 싱글
    '24.2.10 6:57 PM (58.228.xxx.149)

    딩굴딩굴하며 쓰윽 발로 밀어제껴놓고 좋아하는 음악,노래 흥얼거리면 괜히 기분더 좋아서 어깨엉덩이 둠치둠치~~~
    님 멋진분!

  • 7. 어뜨케요
    '24.2.10 7:07 PM (14.32.xxx.215)

    내일 그릴 택배 안올텐데 ㅠ 내가 다 안타깝네요

  • 8. ..
    '24.2.10 7:09 PM (121.163.xxx.14)

    원글님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대박나시길 빌어요!

  • 9. 글만 읽어도
    '24.2.10 7:11 PM (124.49.xxx.188)

    너무 멋있어요.. 저도 원글님처럼 나이들고싶어요..행복하소서
    오늘.시댁가서 다 산 음식으로 차리고 치우고 성묘 다녀왓는데
    몸이 너무 피곤하네요...

  • 10. 원글님
    '24.2.10 7:21 PM (58.239.xxx.59)

    이렇게 평온해지시려고 그 고난의 시간을 보내신게 맞아요 . 너무너무 부러워요
    앞으로 매일매일 더더 평안해지실거예요. 82쿡에도 잊지않고 자주 들러주세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11. 토닥
    '24.2.10 7:31 PM (115.138.xxx.63)

    앞으로 꽃길만 걷기 바라요

  • 12. 독거아줌마
    '24.2.10 7:40 PM (120.142.xxx.104)

    고마워요~ 감사해요~
    긴 세월 속에 82가 많이 변한듯도 하지만
    그건 누구나 변하는 자연스러운 과정.
    아직 따뜻하고, 서로 보듬는 정겨움도 많아요.
    사랑합니다, 82가족 모두모두~~

  • 13. 멋진 그대
    '24.2.10 9:26 PM (211.206.xxx.191)

    일상을 공유해 주어 고맙습니다.
    혼자여도 풍성하고 여유롭고 배도 부른 설날을 보내셨네요.
    그래요 우리 이제 그만 남을 위하고 나도 돌보는 그런 하루 하루를 살아요.
    당신의 삶을 축복합니다.

  • 14. 꽃피고새울면
    '24.2.10 10:12 PM (116.33.xxx.153)

    가끔씩 들러서 흔적 남겨주세요^^

  • 15. ...
    '24.2.11 8:55 AM (211.226.xxx.65)

    금이 간 그릇 부여잡고 버텼다는 대목이 저같아서 마음에 꽂히네요.
    계속 평안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 16. ㅇㅇ
    '24.2.11 9:52 AM (183.98.xxx.166)

    글 너무 편안하게 잘 쓰셔요.. 혹시 시간있으시면 브런치스토리 이런곳에 글올려보세요..
    구독자들 많이 생길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50428 골프 초보는 천천히 스윙해야겠죠? 7 ... 2024/02/13 1,457
1550427 매운갈비찜의 달인이 되었어요 히히히 15 ... 2024/02/13 4,603
1550426 낫또 어떤제품이 맛있나요 1 나또 2024/02/13 858
1550425 김밥이랑 떡국이랑 파는 분식점 하면 어떨까요? 32 김밥 2024/02/13 3,634
1550424 인터넷 회사 어떻게 결정하세요? 3 ... 2024/02/13 713
1550423 캡스 한달에 약 10만원 3 세콤 2024/02/13 1,537
1550422 한동훈은 답하라!! 조국이 말합니다! 13 한동훈 한가.. 2024/02/13 1,838
1550421 40평대 아파트 1월분 관리비 얼마 나왔나요? 24 ? 2024/02/13 4,410
1550420 목욕탕 티켓 가격 인상으로 돈 더내라는 어이없는 목욕탕 7 어이 2024/02/13 2,691
1550419 아이 안구건조증이 넘 심한데... 14 걱정맘 2024/02/13 2,299
1550418 대학등록금 인상되신분??? 6 ㅇㅇ 2024/02/13 1,518
1550417 공덕역 마포역 스테이크나 소고기집 추천해주세요 5 겨울이네 2024/02/13 899
1550416 입원사흘동안 간병원 구하기 쉬울까요? 11 모모 2024/02/13 2,303
1550415 오늘 스키장서 강습쌤 2 아들엄마 2024/02/13 1,652
1550414 나트륨 중독일까요? ... 2024/02/13 708
1550413 공덕역 마포역 단체모임 40명 9 현소 2024/02/13 1,592
1550412 샤워수전 14 해바라기 2024/02/13 1,695
1550411 윤통이랑 동선겹치네(부산) 10 짜증 2024/02/13 2,402
1550410 저도 용돈 문제 봐주세요 10 딸기 2024/02/13 2,943
1550409 치매 유전도 있는 건가요.  14 .. 2024/02/13 3,828
1550408 어린이집 수료하고 신학기 전까지 외할머니댁 15 .. 2024/02/13 1,748
1550407 안드로이드 & 애플 장단점 ㄴㅇㄹ 2024/02/13 513
1550406 실비보험 mri청구 해 보신분 8 급질 2024/02/13 1,800
1550405 탈때마다 느끼는데 9호선은 정말 답없네요. 5 어휴 2024/02/13 3,942
1550404 수부지 누런 피부인데 파운데이션 추천 3 지성 2024/02/13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