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인가구 설날 지내기

독거아줌마 조회수 : 3,862
작성일 : 2024-02-10 18:31:54

혼자 사는 60대입니다.

새로운 일 시작하고 1년 조금 넘었는대

오늘은 작정하고 처음으로 하루 쉬었어요. 

자영업이라서 매일 쉬지 않고 출근했거든요. 

오늘도...딱히 할 일 없으니 

사무실에 나가서 놀까?? 하다가 

그게 출근이잖아.... 말자... 하고 집에 있었어요.

 

늦은 아침으로 냉장고 뒤져서 

양배추, 콩나물, 두부, 샤브용 소고기 넣고

말도 안되는 짝퉁 샤브샤브 한 냄비 끓였어요. 

스리라챠 찍어서 느긋하게 먹으니 

매일 사무실에서 시간 쪼개 먹던 도시락보다

훨씬 속이 편하네요. 

 

오늘 하루를 뭘로 시간 때울까....하다가 

neflix에서 영화 포레스트검프를 보았어요. 

20여년쯤 전인가... 딸아이에게 DVD를 사주고 

집에서 함께 보았던 영화인대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슬픈 영화 였던가요?

오늘은 보는 내내 흐르는 눈물이 주체가 안되네요. 

 

아마도... 그 시절이 기억 나면서

그래도 그때는 삐그덕거리긴 했어도

아직 콩가루로 깨어지기 전이었고

모양새는 온전한 가족이었으니. 

금이 간 그릇을 부여 잡고 버텨 온 오랜 기간 나의 버둥거림.

영화가 슬펐던건지, 추억이 그리웠던건지....

이런 날 혼자라서 울적했던건지....

 

잠깐 낮잠 자고 일어나 

냄비 가득한 '짝퉁 샤브샤브'로 다시 배를 채웁니다. 

오늘 정리하려고 꺼내 놓은 옷들이 

방바닥 가득 그대로지만 

지나가며 발길로 스윽 밀어 둡니다. ^^

" 괜찮아. 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너를 너무 들볶지 마. "

 

한동안 망설이던 '1인용 미니그릴' 주문하고

혼자 좋아합니다.

"나의 힐링은 역시 쇼핑이지~"

내일 저녁에는 미니그릴에 냉동피자 구워서

맥주 한잔 할 생각이예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가 아니라

"이런 평안함을 누리려고

지난날 그렇게 천둥번개가 쳤나보다." 입니다. 

 

오랫동안 드나들며  정든 이곳 82쿡.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IP : 120.142.xxx.104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평화로움
    '24.2.10 6:36 PM (158.247.xxx.182)

    저도 혼자 여유로운 명절 보내고 싶어요
    다른 사람 밥때문에 일어나지 않고 내 리듬에 맞춰서 하루를 보내보고 싶네요....

  • 2. 잘하셨어요
    '24.2.10 6:40 PM (218.39.xxx.37)

    남들은 복작 복작 스트레스 받는 명절을 혼자
    유유자적 보내는 모습이 좋네요

  • 3. 바람소리2
    '24.2.10 6:42 PM (114.204.xxx.203)

    저도 혼자 커피만 마시다가
    3분카레 조금 먹었어요
    어찌나 먹기 싫던 지

  • 4. 독거아줌마
    '24.2.10 6:44 PM (120.142.xxx.104)

    결혼생활 30년 동안
    추석, 설날... 양 명절에
    단 한번도 친정에 가지 못했어요.

    나를 친정에 보내지 않으려는 시모.
    나를 앞세우고 당신 친정을 가는 시모.
    시모의 뜻에 따라 나를 끌고 다니는 모자란 남편.
    명절마다 본인 즐거움과 유희를 찾아
    오지 마라 연락하고 사라지는 친정엄마.
    제가 친정을 가지 못할 완벽한 조건이었지요~ ^^

    그래서 더 이상 저 자신을 불쌍하게 두지 않아요.
    나에게 충실하고, 나를 돌보고, 나를 위해 돈을 써요.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불쌍했더라구요.
    나만 참으면 어떻게든 지켜질 줄 알았던 가정도
    참는다고 되는게 아니더군요.

    다행인건 늙으막에 독립해서
    직업이 생기고...경제적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 5. 유윈
    '24.2.10 6:57 PM (121.159.xxx.177) - 삭제된댓글

    제가 순수100퍼센트로 원글님 부러워 할게요 누리세요

  • 6. 평온한 싱글
    '24.2.10 6:57 PM (58.228.xxx.149)

    딩굴딩굴하며 쓰윽 발로 밀어제껴놓고 좋아하는 음악,노래 흥얼거리면 괜히 기분더 좋아서 어깨엉덩이 둠치둠치~~~
    님 멋진분!

  • 7. 어뜨케요
    '24.2.10 7:07 PM (14.32.xxx.215)

    내일 그릴 택배 안올텐데 ㅠ 내가 다 안타깝네요

  • 8. ..
    '24.2.10 7:09 PM (121.163.xxx.14)

    원글님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대박나시길 빌어요!

  • 9. 글만 읽어도
    '24.2.10 7:11 PM (124.49.xxx.188)

    너무 멋있어요.. 저도 원글님처럼 나이들고싶어요..행복하소서
    오늘.시댁가서 다 산 음식으로 차리고 치우고 성묘 다녀왓는데
    몸이 너무 피곤하네요...

  • 10. 원글님
    '24.2.10 7:21 PM (58.239.xxx.59)

    이렇게 평온해지시려고 그 고난의 시간을 보내신게 맞아요 . 너무너무 부러워요
    앞으로 매일매일 더더 평안해지실거예요. 82쿡에도 잊지않고 자주 들러주세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11. 토닥
    '24.2.10 7:31 PM (115.138.xxx.63)

    앞으로 꽃길만 걷기 바라요

  • 12. 독거아줌마
    '24.2.10 7:40 PM (120.142.xxx.104)

    고마워요~ 감사해요~
    긴 세월 속에 82가 많이 변한듯도 하지만
    그건 누구나 변하는 자연스러운 과정.
    아직 따뜻하고, 서로 보듬는 정겨움도 많아요.
    사랑합니다, 82가족 모두모두~~

  • 13. 멋진 그대
    '24.2.10 9:26 PM (211.206.xxx.191)

    일상을 공유해 주어 고맙습니다.
    혼자여도 풍성하고 여유롭고 배도 부른 설날을 보내셨네요.
    그래요 우리 이제 그만 남을 위하고 나도 돌보는 그런 하루 하루를 살아요.
    당신의 삶을 축복합니다.

  • 14. 꽃피고새울면
    '24.2.10 10:12 PM (116.33.xxx.153)

    가끔씩 들러서 흔적 남겨주세요^^

  • 15. ...
    '24.2.11 8:55 AM (211.226.xxx.65)

    금이 간 그릇 부여잡고 버텼다는 대목이 저같아서 마음에 꽂히네요.
    계속 평안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 16. ㅇㅇ
    '24.2.11 9:52 AM (183.98.xxx.166)

    글 너무 편안하게 잘 쓰셔요.. 혹시 시간있으시면 브런치스토리 이런곳에 글올려보세요..
    구독자들 많이 생길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4535 타일 청소 문의 1 ^^ 2024/05/23 562
1584534 과외 알아보는데 계산법이 이상한데 봐주세요 14 00 2024/05/23 2,123
1584533 변우석만봐도 부모가 좋은 피지컬 물려주는게 14 ... 2024/05/23 6,115
1584532 국힘당에서 몇명이나 거부권 찬성할까요 11 ㅇㅈ 2024/05/23 1,379
1584531 역대급 사진이네요 노무현재단 인스타 88 .. 2024/05/23 21,555
1584530 강형욱이 훈련소랑 회사 담보로 100억여원대 대출 6 ㅇㅇ 2024/05/23 6,705
1584529 시모와 1시간 넘는 전화통화 12 zzz 2024/05/23 5,360
1584528 강형욱사건 2 ... 2024/05/23 2,084
1584527 실시간 7호선 할머니 두분 마늘쫑 까드시고 계세요 4 ㅡㅡ 2024/05/23 4,898
1584526 고양이 하루에 물 어느 정도 먹나요? 5 ㅇㅇ 2024/05/23 905
1584525 종소세 신고 어찌할까요 3 ㅡㅡ 2024/05/23 1,045
1584524 손등 인대 손상. 남편 수술 2024/05/23 698
1584523 2009년에 결혼했는데 드디어 소파가 까지네요 15 꺄아 2024/05/23 3,855
1584522 입술이 각질로 덮혀 있어요 15 이유 2024/05/23 2,559
1584521 서울 고터몰 가보려는데.... 8 ㅡㅡㅡ 2024/05/23 2,128
1584520 입양한 딸 식탐이 많다며 태워 살해한 여자 모습 11 ..... 2024/05/23 6,390
1584519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 질문있어요 1 카라멜 2024/05/23 792
1584518 키157에 72키로에요 몸이 무거워서 일상생활조차 너무 힘들어요.. 26 무거운 몸 2024/05/23 6,047
1584517 나이들수록 고기냄새에 민감해지네요 ㅜ ll 2024/05/23 829
1584516 영작 도와주세요 15 . 2024/05/23 822
1584515 미술학원 선택 3 여름 2024/05/23 630
1584514 내 나이가 벌써 오수를 즐길 나이인가... 9 중년의 슬픔.. 2024/05/23 3,762
1584513 이런 우연이... 10 민망 2024/05/23 3,694
1584512 새밥솥에 밥하기. 요즘쌀은 물을 더 잡아야 하나요? 9 새건데 2024/05/23 960
1584511 저렴한 옷 지름신 강림 후기... 3 여행자 2024/05/23 3,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