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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도 제 고양이 얘기 쪼끔만;

야옹야옹 조회수 : 3,667
작성일 : 2024-01-09 00:10:42

(쓰고 보니 쪼끔이 아니네요 ㅋ)

 

고양이랑 같이 살아요.

사람 좋아하고 호기심 많고

고양이는 하루에 스무 시간 자는 존재라고 했는데 저보다 잠이 없고

야행성은커녕 밤 되면 딱 자러 가고 저 안 자면 와서 좀 자라고 짜증내고

해 뜨면 일어나서 놀자고 깨우러 오는, 그런...

제 고양이는 2005년 초반생, 이제 열아홉 살.

 

원래 말 많고 친화력 갑인 종이라고 했는데

평생을 통해 그걸 증명하고 (어떤 때는 저보다 말이 많음) 

나이 많이 든 지금도 세상 부산스럽고 말 많고 장난 심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확실히 나이 드니까 자는 시간이 늘었어요. 귀도 눈도 어두워져 갑니다.

전에는 제가 집에 들어오면, 이미 멀리서부터 저의 발소리를 듣고

현관문 여는 틈으로 아아앙! 하고 울며 머리를 내밀곤 했는데

이젠 들어와서 왔다갔다 해도 모르고 자요.

도르르 말고 잠든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너는 이제 내 발소리를 듣지 못하는구나.

 

까만 발에 흰털이 늘었어요.

새소리처럼 가늘던 목소리도

평생 담배 피운 사람처럼 잡음이 많이 섞였어요. 야옹~ 하는데 허스키합니다.

 

참을성은 줄어들고 (저기 아래에서 발톱 바짝 깎았다고 문 놈이 이 놈

제가 발톱만 19년을 깎았는데 베테랑이죠... 불빛에 안 비춰도 혈관 어딘지 알아요.

피 안 났음;; 근데 뭔가 불쾌하셨나 봐요)

요구사항은 많아지고 있어요.

감각은 둔해져서 추르도 코앞에 바짝 대 줘야 이게 맛있는 거구나 하고 먹고...

 

1킬로도 안 되는 몸으로

집안을 미친 듯이 휘젓고 다니는 아기 냥이었는데 

이젠 노년의 흔적이 역력해지는 내 고양이.

한 손으로 답싹 안아들면 

전성기의 그 터질 듯한 말근육은 어디로 가고

헐렁한 가죽이 붙어 있는 몸이, 가볍게 들려요.

신부전을 앓고 있어서 매일 약을 먹고 수액 맞아야 하는데...

처음엔 주사 잘 맞더니 이젠 싫다고 난리치며 도망가네요.

전기담요로 좀 데워서 주사 놓으니 난리가 좀 줄어서, 지금도 이불 밑에 옛날 밥그릇처럼 주사기 묻어 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냥, 지금도 제 발치에서 곤히 자는 녀석을 보며

뭔가 이 녀석 얘길 써 보고 싶었어요.

쓰고 보니 별 내용은 없네요. ㅎㅎ 하지만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분은 아시죠...? 

한번에 다 쓰지 못할 자잘하고 귀여운 에피소드가 매일 있다는 것을.

 

모든, 말 못 하는 동물들과

그들과 함께 사는 분들이 즐겁고 행복한 매일을 보내시길 빌어요.

사람의 삶보다 너무 짧게 머물다 가는 그들이지만

그런 만큼 더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고 생각해 보면서.

IP : 223.62.xxx.128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궁
    '24.1.9 12:13 AM (116.32.xxx.73)

    코끝이 찡하네요
    지금 낚싯대 놀이중인 세살 우리냥이도 언젠가 그리 되겠지요
    원글님도 냥이와 함께하는 순간들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시길 바래요

  • 2. 아이참
    '24.1.9 12:13 AM (125.178.xxx.170)

    그 분이랑 님이랑
    자꾸 울리시네요.
    그럼요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은 다 알고 느끼죠.
    19년을 키우셨다니 그 세월 얼마 많은 추억이 있을까요.
    하~

  • 3. 갸또
    '24.1.9 12:13 AM (121.183.xxx.56)

    따뜻하고 또 따뜻해서 눈물나요

  • 4.
    '24.1.9 12:15 AM (86.166.xxx.111)

    고양이는 2015년 7월말생입니다
    원글님 고양이랑 열살 차이나네요
    저도 원글님처럼 10년 더 같이 살았으면 하는게 바램입니다
    큰 고양이인데 매우 소심한 아이라...
    저에게만 승질내는 우리집 막내예요

  • 5. 아..
    '24.1.9 12:16 AM (222.119.xxx.18)

    따뜻하고 애잔합니다♡

    엄마가 모두 다른 쪼매 여기저기 안쓰런 세냥이 집사예요, 저는.

    매일이 기적인 나날을 이제 3년 살았는데
    19년이라니!
    선배님!
    덥석 ㅋ

  • 6. 원글님
    '24.1.9 12:17 AM (39.118.xxx.243)

    정말 정말 잘하셨어요.
    복 많이 받으실거에요.제가 다 감사합니다.

  • 7. ....
    '24.1.9 12:19 AM (14.36.xxx.99) - 삭제된댓글

    덤덤하지만 찡한 글이네요

    전 강아지를 키우고 있고 과거에 두마라 보낸 경험이 있고요

    주변에 키우시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너무 짧게 산다? 뭐 그런 얘기들에요

    저희 아주버님이 키우시는 고양이 년초에 입원해서 맘고생이 심하세요 다들 그렇게
    사는것 같아요

    선물같은 아이들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 8. 저도
    '24.1.9 12:20 AM (223.39.xxx.195)

    이제 해넘어가니 9년됐어요
    저는 님 고양이가 열아홉이라는데에 더 놀랍니다
    제가 울 냥이한테 엄마랑 십년만 더 있어줘라고
    새해에 말했거든요 저는 벌써부터 겁이 납니다
    그 세월을 함께 살고 보살피고 서로 사랑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할까요 그리고 고양이가 그리 오래 살 수 있는 건
    집사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도 알겠습니다
    그래도 아직 곁에 있잖아요 그 시간동안 많이 사랑 나누세요
    저도 우리 냥이가 건강히 오래 저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냥이도 집사님도 건강하길 바래요

  • 9. ..
    '24.1.9 12:21 AM (121.163.xxx.14)

    19살 냥이네요
    얼마나 잘 키우셨으면
    엄마곁에서 건강히 오래 머물길

  • 10. 19년이라뇨
    '24.1.9 12:23 AM (180.71.xxx.43)

    그렇잖아도
    사람이든 동물이든 늙는다는 것은 참 애잔한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냥 그 자체로도 충분히 슬퍼요..
    원글님 고양이랑 늘 행복하시길요.
    서로에게 서로가 너무 중요한 채로, 사랑하며, 행복하게요.

  • 11.
    '24.1.9 12:26 AM (118.32.xxx.104)

    울냥이랑 동깁이네요~
    청력둔해져서 부를때 가끔 다른쪽으로 고개돌리고
    잠 많이 늘고 관절약해 다리 휘청..
    계단써요ㅠ
    목소리 허스키해지고 커진것도 같아요
    아프지만 말고 살살 오래살아주길!

  • 12. 보고프다
    '24.1.9 12:30 AM (58.120.xxx.132)

    저희 강쥐 얘기인줄. 하는 짓 똑같네요. 저희 강쥐는 냥이 같았거든요. 17살에 무지개나라로 떠났어요. 19살 냥이 끝까지 잘 모시길^^

  • 13. ...
    '24.1.9 12:33 AM (39.115.xxx.14)

    2009년 스승의 날에 작은아들이 길에서 데려온 삼색무늬 털옷을 입은 아기냥이, 자는동안 일어나서 4번씩 우윳병 물려서 키웠는데 쌀쌀맞고 입짧아서 사료만 먹고.. 그때로 다시 세월을 돌리고 싶어요.

  • 14. ㅇㅇ
    '24.1.9 12:35 AM (211.234.xxx.194)

    부럽고도 애잔하네요

  • 15. 19살에도
    '24.1.9 12:37 AM (58.29.xxx.213)

    귀여운 냥이 종이 뭐예요?
    우리집에 2010년 2월생 두 마리 사는데 스코티쉬예요.
    한 마린 점점 뚱뚱해지고
    또 한 마린 점점 마르네요 ㅠㅜ
    할배할매라 했는데 원글님 댁네 냥이에 비하면 청춘이네요.
    마르는 냥이는 심장약 먹은지 2년이고 뚱냥이는 알러지가 있어요
    둘다 아주 건강하진 않지만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어요. 죽어도 못 보내요 ㅠㅜㅠㅜ

  • 16. ....
    '24.1.9 12:44 AM (39.115.xxx.14)

    이제는 관절이 불편해서 캣타워도 잘 못 올라가고 그전엔 아침에 꼭대기에 앉아서 왔다갔다 하는 가족들 감시하면서 괜히 솜방망이 날리던 싸가지

    원글님에게 19살 항상 애기같은 냥이
    따뜻한 봄도, 푸르른 여름도, 단풍고운 가을 , 그리고 추운 겨울이지만 바닥 따뜻하면 이리 뒹굴 저리뒹굴 하면서 오래 오래 지내시길요.

  • 17. 집사
    '24.1.9 12:50 AM (121.124.xxx.58)

    저는 이제 2년반째 자매 고양이들 키우는데 이 아이들 없으면 이세상 어찌 살았을까 싶을정도로 사랑에 빠졌어요.
    열아홉살 되도록 함께 하셨으면 그 마음이 어떠실까 싶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내 눈에는 영원항 아기고양이일텐데..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 18. 그리워
    '24.1.9 1:00 AM (58.127.xxx.56)

    님글 읽다가
    지난해.. (벌써 지난해네요.)
    보낸 우리 강쥐 생각에 눈물찍습니다.
    아오 보고싶오
    냄새맡고싶오오오오오
    뿌엥

  • 19. 잘때
    '24.1.9 1:08 AM (58.224.xxx.2)

    더 이쁘고,짠한 내 강아지옆에서 이글을 봐버렸네요.
    원글과 댓글을 읽으니,자동으로 눈뮬버튼이ㅠ
    제 강아지는 이제 5살인데,시간이 갈수록
    더 사랑스러워지고,
    두렵고 그래요
    19년 세월은,감히 상상이 안가네요
    사랑의 크기와 무게가 어떨지.

    검은 양말에 흰털난 냥이야.
    어디가지말고 엄마옆에 꼭 붙어서 안떨어지기를 기도해.
    늘 행복하세요.

  • 20. 야옹이
    '24.1.9 1:52 AM (14.138.xxx.98)

    우리 고양이도 신부전에 18살이에요. 목소리도 허스키하고 소리도 고래고래지르고 짜증도 늘었지만 정말 그래도 아직도 아가모습이 보여요.. 어찌 이별할 지 늘 걱정입니다 아프지않고 행복하게 지냈우면

  • 21. ㅠㅠ
    '24.1.9 2:44 AM (68.172.xxx.55)

    슬퍼서 눈물이 줄줄 코도 막혔어요 전 동물들도 없는데
    사실 이런 슬픈 일 감당을 못해서 정주지 않으려고 해요

  • 22. 올해로
    '24.1.9 6:06 AM (39.7.xxx.108)

    17살되는 어르신이랑 살아요- 낚시터에서 생선훔쳐먹던 아기냥이었던 이 아이를 지인 누군가가 맡기고 갔는데 그날부로 제 고양이가 되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싫다 좋다는 표현이 확실해지네요 ㅎㅎ 올해만 잘 넘기자는 마음으로.. 아이가 내 곁에 있는동안을 행복해하며 살고있습니다:)
    귀여운글 감사드려요- 원글님과 냥이어르신 올해도 무틸하게 건강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23. 저도 고양이
    '24.1.9 6:28 AM (49.171.xxx.187)

    제 고양이 2012. 12월생 입니다
    그냥 뭉클물쿵하네요
    한 겨울 화단 얼음위에서
    애옹거리던 길냥이 ..
    공주처럼 살고있는데
    수염이 몇개씩 빠지는거 보면
    우리 냥이도
    늙어가는구나 생각해요

  • 24. ㅠㅠ
    '24.1.9 6:35 AM (180.68.xxx.158)

    2007년생
    우리할배냥…
    작년부터 영 기력이 없어요.
    주식캔도 거부하고…
    밤마다 내일 보자고 인사할때,
    기도를 하게되요.
    내일 꼭 보자!
    원글님 냥이도 내일도 꼭 보자!

  • 25. 토닥
    '24.1.9 9:04 AM (222.235.xxx.9) - 삭제된댓글

    동물을 무서워해서 키우지 않지만
    짧은 글에
    원글님과 냥이의 세월이 읽혀져 뭉클합니다
    19년을 함께한 원글님의 동반자
    조금은 부럽습니다.

  • 26. 고나비
    '24.1.13 7:50 PM (163.239.xxx.56)

    저도 몇년전 신부전으로 보낸 16살 고양이 생각나서 울먹. 지금 키우는 세살짜리 유기묘들 보며 울컥.

  • 27.
    '24.6.22 2:41 AM (221.138.xxx.139)

    아기로 나에게 온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나의 작은 생명이
    나보다 먼저 나이들고 약해져가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가슴이 저미는 일입니다.

    머리로만 알던 것을
    한 번 겪어보니
    너무나 그립지만, 다시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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