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50 중반이고, 아직 부모님 살아계세요.
친정엄마가 저 어렸을 때부터 용하다는 점집을 전국으로 정말 많이 다니셨어요. 100 집을 다니셨다면 100 집 다 공통적으로 한 말이 '제 사주가 너무 좋다, 이런 사주 없다, 재복도 너무 많다'였대요. 아버지와 동생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었는데, 저는 그 많은 점쟁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제 사주가 좋다고 가는데마다 난리들이니 엄마는 그걸 점차 맹신하셨죠.
그런데 저는 그냥 평범한 남자 만나서 아이들 낳고, 처음에만 조금 일하다 전업된지 오래됐어요. 부모님은 저의 좋은 사주와 재복을 제 남편이 꺾었다고 지금까지 남편을 괴롭히고 계시고요.
엊그제도 오셔서 남편에게 또 한바탕 퍼붓고 가셨어요. 이제 저희는 그냥 미친 사람들이 또 와서 난리를 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단계까지 와서 담담했었고요. 이번에도 또 그놈의 사주 타령을 장황하게 하시더군요.
여기서 제가 든 생각이 정말 좋은 사주란 무엇일까?에요.
제가 생각할 때는 제 사주가 정말 좋은 것 같거든요. 남편은 돈 적당히 벌어다주고, 저와 애들이라면 벌벌 떨고, 밥도 주는 대로 먹고, 저는 게으른데 남편은 부지런해서 집안 일도 상당부분 스스로 하고, 같이 여행도 많이 다니고, 데이트는 물론이고 출장 갈때도 상황만 되면 저를 꼭 데리고 가요. 시어머님과도 참 파란만장 했었는데, 남편이 철저히 막아주고, 제 편 들어줘서 저는 좋았고, 시어머님께는 스스로 혼자 효도해서 인간적인 실망도 없었어요. 나중에는 혼자 고군분투하는 남편이 안되서 제가 자발적으로 치매 걸리신 시어머님 요양병원 관련사항들을 주도적으로 했고요.
처음에는 주변에서 저런 남자가 변하면 무섭다, 오래 안간다... 고 했었는데, 결혼 30년이 돼가니 검증은 된 것 같아요 ^^ 월급도 다 제가 관리하고, 용돈 올려달라, 기름 한번만 넣어달라 장난으로 조를 정도로 돈에 관해서도 관심이 없고요.
저는 남편을 존경하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정말 제 목숨도 줄 수 있어요. 백만번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다시 결혼할 거구요.
젊었을 때에는 엄마의 점이 다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50이 넘으며 생각해보니 큰 돈은 없지만 제가 쓰고 싶은 돈은 항상 조달이 되고, 남편, 아이들에게 걱정할 일이 없는 이런 사주라 좋은 사주라고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주 보시는 분들이나 자주 보셔서 반 무당이신 분들의 견해가 문득 궁금해서 글 올려 봅니다.
저는 엄마의 사주 소리가 한평생 너무 지긋지긋해서 점을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이 살아가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