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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게 남은 그의 소년미.

.. 조회수 : 4,758
작성일 : 2023-12-28 00:32:22

'시베리아 선발대'라는  여행 예능이 있었어요.

저는 어쩌다 그걸 알게 돼서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을 열심히 찾아서 봤었죠. 흥미가 있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배우들 몇이서 타고 거지꼴이 되어 가며 여행하는 게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눈에 띄었던 건, 거기 나온 배우들이 이선균과 김남길 말고는 무명에 가까운 조연배우들이었다는 거.

보아하니 이선균의 인맥 또는 추천으로 모인 것 같더라고요.

 

배우 한 명 한 명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고 그 열차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어요.

우선 보였던 건

세상 시크한 줄 알았던 김남길의 댕댕미. 애교 많고 말 많고 다소 예민한 편이지만 긍정적이고

약간 귀차니스트고

그러다가 신나면 리트리버처럼 뛰어다니고.

엥? 저런 사람이었어??

 

그리고 이선균의 소년미.

동굴 목소리고 뭐고 발음이 잘 안 들려서 별로 안 좋아했고 

'파스타'는 보지도 않았고

좀 스타 의식 있는 사람 아닌가 했는데...

웬걸, 아무 데서나 잘 자고 아무거나 잘 먹고

난 이거 싫어, 못 해, 못 먹겠어 이런 말은 아예 하지도 않고.

여배우들이라면 절대 안 그럴 텐데 머리가 까치집을 지은 꼴이 카메라에 찍혀도 개의치 않고

특히, 동생들 잘 챙기고. 큰형처럼 늘 먹을 거 챙겨 주고(비록 MSG 잔뜩 친 불량식품 같은 거여도

먹을 거 진짜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든 뭐라도 먹게 만들어 줌)

하는 행동을 보니, 소박한 보통 사람으로 오래 살았고 그걸 잊지 않은 사람

집에서 자기 먹을 거 정도는 챙겨 먹을 줄 아는 사람으로 보였어요. 행동하는 걸 보면 드러나는

몸에 밴 가락이 있잖아요.

 

그게 기생충 개봉 이후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간혹 알아보기도 하고

그걸 또 본인도 신기해 하고.

 

한 번은, 그가 누군지 모르는 외국인 탑승객 하나가

다들 몇 살로 보이느냐는 질문에 답하다가

이선균 나이를 20대라고 찍었어요.

그가 그때, 정말로 파안대소를 하며

스파시바~! 하고 러시아어 인사를 해요.

온 얼굴에 특유의 주름이 잡히게 활짝

그야말로 활짝 웃으며 말이죠.

 

그 모습이 인상깊게 남았어요.

그리고 생각났죠. 아 저 사람

커피 프린스에서도 저런 소년 같은 모습이 있었지. 그때 그가 부른 노래를 한동안 많이 들은 적이 있었지.

제목이 뭐였더라... 바다가 어쩌고 하는 거였는데

 

 

...그가 뭘 잘 했다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그냥 보통 사람이었다면

잘못한 것만큼 가족과 친구들에게 용서 구하며 살아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가 그렇게 가 버린 게 너무 허망해요.

그가 그간 보여준 모습을 생각해 보게 돼요.

무명 후배 배우 이상엽을 몇 달씩 집에 데려다 먹이고 재우기도 했다는 그의 얘기가 생각이 나는데요.

 

모르갰어요. 평상시 제 기준이라면

그렇게 술집 가서 노는 친구는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할 텐데...

그런데 그는. 그동안 보여 준 모습이 

그런 줄 몰랐는데 배신감 느낀다 쪽이 아니라

으이고 왜 그랬어~ 빨리 돌아와!

하게 만드는 쪽이었던 것 같아요. 기본 성정이 잘못되었던 건 아니라고 믿어주고 싶어지는

그러니까 빨리 사과하고 다신 안 그런다고 하라고 등 떠밀고 싶은.

 

 

같이 여행한 김남길, 고규필, 이상엽, 김민식...

같이 드라마 찍은 아이유, 박호산, 송새벽, 또 다른 배우들

그들의 마음은 지금 어떨지.

 

 

두서없이 생각해 봅니다.

 

최근의 여행 프로에서 야구모자 뒤로 쓰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농구하던 모습과 함께.

 

 

보고 싶을 거예요.

약한 것도 결국 어떤 방식으로는 나쁜 거라고

저는 단호하게 생각해 왔었지만...

...

다시 생각해 볼게요. 이선균씨.

제가 틀렸을지도 모르겠어요.

 

내일 눈을 뜨면 그 모든 게 오보였다고

그런 뉴스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처음 의혹 터졌을 때

그가 그 의심 배우는 아닐 거라고 글 썼어요.

제가 본 그는 일찍 일어나고 밥 잘 먹고 건강하고 운동도 하는 사람이라고.

마약 상습범은 그렇게 뛰어다니며 운동할 수 없어요.

비록 그게 TV가 보여 주는 모습만 본 거고

결국 틀렸다 해도, 완전히 틀렸던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때는 욕하고 죽으니 혼자 감상적인 체 한다고

82를 하나의 사람으로 보는 듯헌 댓글은 사양합니다.)

IP : 223.38.xxx.252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12.28 12:37 AM (112.147.xxx.62)

    순수한건지 순진한건지
    달고닳은 유흥업소 여자들에게
    작업질 당한거예요

    오죽하면
    여실장에 수억 뜯긴거말고
    공범인 20대 한테도 돈을 뜯겼대요

    공갈 사기로
    실장과 20대가 사기친건 제대로 수사도 안하고
    이선균만 마약사범으로 몰려서는
    자살당했죠

  • 2. ...
    '23.12.28 12:41 AM (116.125.xxx.62)

    구구절절 공감.
    첫댓 사수 못해 허탈.

  • 3.
    '23.12.28 12:42 AM (223.38.xxx.193)

    아몰라요
    난 그저 송골매 콘서트에서 떨면서 부르던 아득히 먼곳...
    그 곳에서 평안하세요 . 선균씨..ㅠㅠㅠ

  • 4. 아마
    '23.12.28 12:45 AM (118.235.xxx.85) - 삭제된댓글

    여기서 첫댓사수하면 더 주나요? 주어없음.

  • 5. ㅇㅇ
    '23.12.28 1:12 AM (223.38.xxx.121) - 삭제된댓글

    연예인들이 자살할 때마다
    자주 매체를 통해 보던 사람들이라 마치 지인인 양
    먹먹해지고 며칠동안 우울감이 들어요
    설리, 구하라 때도 그랬어요
    사람이 자기 목숨을 끊을 때까지 겪을 아픔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감정들이에요
    이선균은 마담집을 드나들며 불륜을 했다는 사실에
    너무 실망이 컸고 놀라긴 했어요
    남은 가족들 잘 이겨내길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6. ..
    '23.12.28 1:43 AM (211.36.xxx.238)

    슬프고 허무합니다
    하늘에서 편안하시길...

  • 7. 동감하구요
    '23.12.28 2:27 AM (99.241.xxx.71) - 삭제된댓글

    위에서 설리 구하라 이름이 나오니
    아이유가 너무 걱정 되네요
    팬도 아닌데 주변에 잘못되는 사람들이 많아서 충격이 너무 클거 같아요

    솔직히 친구 한명만 잘못되도 그 충격 오래가는데.....다들 잘 이겨내시길 빌어요

  • 8. 동감하구요
    '23.12.28 2:29 AM (99.241.xxx.71)

    위에서 설리 구하라 이름이 나오니 갑자기 아이유가 너무 걱정 되네요
    아이유 팬도 전혀 아닌데도 아이유가 알거나 같이 일한 사람들이 이렇게 된 경우가
    많다보니 본인이 충격이 너무 클거 같아요

    솔직히 친구나 지인 한명만 잘못되도 그 충격 오래가는데.....
    휴...다들 잘 이겨내시길 빌어요

  • 9. ㅇㅇ
    '23.12.28 6:16 AM (211.219.xxx.212)

    누구나에게나 따뜻하게 대했던 배우
    인간적이고 예능에서도 재밌었고 ...
    호탕하게 웃던얼글이 눈에 선한데 너무 슬픕니다
    그곳에선 평안하길

  • 10. ㅁㅁ
    '23.12.28 6:41 AM (211.60.xxx.216) - 삭제된댓글

    저도 그 그 예능 즐겨 봤어요
    그가 의외로 형아 노릇을 잘하고 동생들 귀여워 하며
    잘 챙기고 동생들도 잘 따라서
    어떤 사람인지 알거 같았어요
    처음 이사건 터졌을때...못된년들 한테 작업당한거란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주위사람들이 욕할때 작업당한거로 보인다고
    혼자 설파 하곤 했어요
    근데... 결국... 이지경이 낫네요
    자살소식 듣고부터 너무 속상하고 극도로 우울 합니다
    이런글 읽을때 마다 자꾸 눈물이 나요
    저는 그의 팬도 아니에요
    그런데 그의 작품은 거의 다 봤더라고요
    슬프고 속상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1. ㅁㅁ
    '23.12.28 7:02 AM (211.60.xxx.216)

    그 예능 즐겨 봤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참 허망합니다

    근조▷◁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2. ..
    '23.12.28 7:48 AM (14.48.xxx.221)

    이렇게 고인 추모하는글까지 찾아와 악닥구니 쓰고 싶냐? 첫댓아? 그렇게 살지 마라. 어제부터 수시로 눈물이 불쑥 나오는데 참 너무 슬프네요ㅠ 가신곳에서는 평안하시길ㅠ

  • 13. 뭐래?
    '23.12.28 8:30 AM (112.147.xxx.62)

    ..
    '23.12.28 7:48 AM (14.48.xxx.221)
    이렇게 고인 추모하는글까지 찾아와 악닥구니 쓰고 싶냐? 첫댓아? 그렇게 살지 마라. 어제부터 수시로 눈물이 불쑥 나오는데 참 너무 슬프네요ㅠ 가신곳에서는 평안하시길ㅠ

    -------------------
    내가 무슨 악다구니를 썼다고????
    순진한 이선균이 억울하게 죽었다구요

    업소녀들 작업질에 엮였는데
    불공정한 수사와 언론플레이로
    억울하게 자살당했다구요
    이게 무슨 악다구니예요?

  • 14. ......
    '23.12.28 8:49 AM (123.212.xxx.209)

    시베리아 선발대 다시 재방 했으면 좋겠다..원글님 글 읽으니..티비로 보고 싶네요...

  • 15. ...
    '23.12.28 9:21 AM (222.236.xxx.135) - 삭제된댓글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어요.
    인간아 하면서도 밉지않은 구석이 있어요.
    이 일 터지고도 이혼할거란 생각도 안 들었어요.
    와이프에게 엄청 구박받으면서 꽉 잡혀 착하게 살겠구나.
    몇년 고생하다 나오겠지 했어요.
    아까운 사람이고 배우라 마음이 아픕니다.
    남들에게 피해까지 가니 못 버틴거겠죠.

  • 16. .....,
    '23.12.28 9:24 AM (211.220.xxx.118)

    공감 백
    타인에 의해 목숨을버려야 했다는게
    마음이 아프고 슬프네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ㅠㅠ

  • 17.
    '23.12.28 9:59 AM (122.36.xxx.160)

    저도 같은 느낌으로 이선균을 좋아했고, 잘 버텨주길 바랬어요.

  • 18. 정작
    '23.12.28 10:14 AM (221.143.xxx.13)

    국민의 엄중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공직자의 비리와 부패는
    내편이면 눈감고 지나가고
    연예인 사생활엔 피튀기며 설레발인 사람들 때문에
    이런 비극이 일어난거죠.
    너무 안타까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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