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없어 상한 밀가루로 수제비를 끓여먹은 적도 있습니다 희어멀건하게 된장만 풀어서 끓였는데
시큼하면서 쓴맛이 난 그것을 배 곯은 입은 상관 없이 꿀덕꿀덕 목구멍으로 잘 넘기데요
엄마가 한 여름 아파누웠는데 사리에 맞지않는 말을
하더라고요 아마 열에 들떠 그랬을테지요 그런 엄마가
눈을 뜨더니 옆에서 어쩔줄몰라하는 제게 찬장에 밥 조금있을거다 그거 물에 씻어서 가져와라 그랬지요 물에 씻는데 미끄덩 밥알이 뭉개지고 그나마 반쯤은 물에 씻겨 버려지고, 엄마도 나도 그 밥이 쉬었다는 걸 알았지요
다행히 밥인지... 그 멀건 냄새나는 것을 삼키고 엄마는
기운을 차렸던거 같습니다
제 깊은 속 어딘가 감춰놓은 정말 구차했던 가난은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못했어요 가난했다 정도로 유년을 얘기하면 그 시절은 다 그랬다하는데 전 저의 가난이상은 들어보지 못해서 다 그랬어,라는 위로가 전혀 위로가 안되고 지금도 그렇고요
그러니 학력이 높을리 없습니다만 활자를 좋아해서
글을 많이 읽었어요 책을 많이 읽었다고 못 적는 이유는
끼니도 못 때우는데 읽을 책은 있었겠어요 그냥 보이는데로 글이라면 신문 쪼가리도 가릴것 없이 읽었지요
아버지 얘기는 언급없어도 충분히 유추 하실 수 있어
생략 합니다 이제 두 분다 먼 곳에 가시고 그곳에서
평안하시겠죠 저 부자는아니지만 노후 큰 걱정없을 정도입니다 아이들에게도 가난은 되풀이 되지않게 열심히 살아냈네요 한파인데도 낮동안은 보일러 작동을 안해도 훈훈하고 밝은 방에 누워 어린 날 어느 한 때를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