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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지나고 나서 고마운 사람.

조회수 : 3,985
작성일 : 2023-12-16 10:34:19

그때도 아마 이런 날씨였을거예요.

 

평일 회사 창립기념일인가 그런 날이였던거 같아요.

친구랑 백화점 화장품 코너 앞에서 약속을 잡았었어요.

 

그냥 만나서 뭐할지 뭐먹을지 생각나는데로 하자고.

 

제가 기쁜 마음에 너무 서둘러 1시간이나 백화점에 일찍 도착했어요.

오픈한지 얼마 안되고 날씨도 눈이 와서 백화점이 평일치고도 한산했어요.

 

그때 막 화장품 메이컵쇼케이스가 준비되었는데

정말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거기다가 화장품 쪽에 있는 사람은 오로지 저 한명뿐...

거기에 메이컵 담당하시는 분인듯 하시는 분이 제게

메이컵 해보라고 자꾸 권하는거예요.

 

사람들 다 보는데서 메이컵 받는게 좀 부끄러워서 소심a형이라

(약간 오픈식으로 되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 다보이게 메이컵 받게 되어서)

사양했어요.

 

약속 있다고 하니 몇분이면 된다고 해서 너무 권해서

너무 간절한듯 해보여서

나라도 안해주면 정말 오전에 사람 없겠다 싶어서

메이컵을 받았어요.

뭐 뭐 해도 괜찮냐고 해서 그냥 마음껏 해보시라고 했어요.

백화점 메이컵 담당하시는 분이 나보다는 잘하겠지 그리고

사람도 없는데 정 안되면 화장실 가서 지워야겠다.

생각보다 시간은 짧았고 10분 정도.... 그리고 

좀 제가 괜찮아보였는데 조명이 워낙 밝아서 조명탓이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래도 수고하셨다는 마음에 그냥 아이펜슬 하나 사고 친구를 기다렸어요.

 

근데 친구가 만나자 마자 저보고 뭔가 예뻐보인다는 거예요

그래서 메이컵 받았다고 하며 웃고 그날 지나갔어요.

 

그다음 날 회사가니 다들 예뻐졌다는 거예요.

뭐가 달라졌지 하루만에  성형은 아닌거 같고 다들 절 유심히 쳐다보다

오후에 한 직원이 눈썹정리를 너무 잘했다는 겁니다.

눈썹하나 달라졌는데 인상이 확 달라보인다고 자기도 어디서 했는지 묻는거예요.

그래서 백화점 이야기 해주니 정반대방향이라 자기는 너무 멀어서 안타깝다고....

 

당장은 모르고 회사사람들이 이야기할때도 잘 못 느꼈는데

두고 두고볼수록 눈썹이 너무 예쁘게 다듬어주셔서 그분이 다듬어준 대로만 정리하니

볼때마다 제 눈썹이 이쁘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제가 순악질여사처럼 눈썹이 시커멓게 나서 나름 정리를 했는데도 좀 투박하게 보였대요.ㅠㅠ

 

제딴에는 선심베풀듯이 한거였는데

그 분 눈에는 제가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웠으면 그렇게 권했을까 뒤늦게 부끄럽네요.

뒤늦게 가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는데  매장에서는그분은 본사에서 나온 사람이라고만 할뿐

제가 이름을 몰라서 잘 모르시더라고요.

고마움에 화장품  몇개 샀고요.

 

지금은 제때처럼 그렇게 메이컵 해주는 것은 없어진듯하고

아예 예약하면눈썹 정리 메이컵을 받더라고요.

(울 딸도 저처럼 같은 눈썹이어서 예약해서 받았어요 ㅎㅎㅎ)

 

가끔 거울볼때마다 제 눈썹 다듬어주신 분께 고맙고 선심쓰듯 굴었던게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제 인생에 고마운 사람중 한명이네요.

 

 

 

IP : 14.50.xxx.126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담인데요
    '23.12.16 10:50 AM (59.6.xxx.156)

    전 메이크업 받으면 상품 구입해야히는 것도 몰라서 서로 엄청 뻘쭘했을 것 같아요. 꽤 오래 전 일인 것 같은데 두고두고 고마운 마음 간직하시는 원글님도 멋지시고 자기 실력으로 원글님을 변신시켜주신 분도 멋지네요.

  • 2. 1212
    '23.12.16 10:52 AM (121.161.xxx.91) - 삭제된댓글

    저도 그런 사람 있어요. 여기 82요. 상세히 밝히긴 좀 ..
    생리랑 연관 있는데요, 벌써 10년도 훨씬 넘은 얘긴데
    제 딸한테 전수했더니 제 딸은 또 친구들한테 전수했대요.
    두고두고 요긴해요.

  • 3. 원글
    '23.12.16 11:04 AM (14.50.xxx.126)

    그때 전 메이컵받으면 무조건 뭔가 사야되는 줄 알아서 엄청 조심스레 말했었어요 ㅎㅎㅎ

    근데 상품 팔때는 다른 분에게 일임하고 별관심이 없이 속이 시원하다는

    얼굴이었는데 지나고 나니 왜인지 알아챘네요 ㅎㅎㅎ

  • 4. 원글
    '23.12.16 11:05 AM (14.50.xxx.126)

    121님

    저도 짐작이 가는 건데 저도 제딸에게 전수했어요. ㅎㅎㅎ

    그분에게도 두고두고 고마워요.

    82에도 고마운 분들 많아서 못 끊잖아요.

  • 5.
    '23.12.16 11:15 AM (122.254.xxx.73)

    글이 참 예쁩니다. 왠지 공감이 가네요.

  • 6. ...
    '23.12.16 11:19 AM (1.233.xxx.102) - 삭제된댓글

    윗님들 딸에게 전수했다는 팁 뭐예요?

  • 7. 원글
    '23.12.16 11:29 AM (14.50.xxx.126)

    생리혈 잘때 흐르는 것 막기 위해 꼬리뼈있는 곳에 휴지 뭉쳐두는 팁 아닌가요?

    121님과 다른 팁이려나요? 그럼 머쓱 입니다. 긁적 긁적~~

  • 8. 이런 비슷한...
    '23.12.16 11:39 AM (219.255.xxx.39)

    목욕갈려고 세수생략,꾸질꾸질한 상태였는데...
    모여서 갈 장소가 백화점 뒷문벤치 ㅋ

    대개 1층이 화장품코너이니 자연스레 둘러보는데
    딱 원글님과 비슷한 계기로 동글의자에 앉음 ㅋ
    다 하고나니 너무 피부좋고 얼굴살고 다 좋아보여
    파데,펜슬,붓도 샀네요.

  • 9. 오늘
    '23.12.16 11:55 AM (180.71.xxx.43)

    유독 마음이 순해지는 글이 많네요.
    오래전 고마움을 긴 시간 품고 사는 원글님도
    참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저도 다른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야겠다
    마음 다지게 되는 글이에요.
    감사합니다.

  • 10. 아우
    '23.12.16 11:58 AM (61.98.xxx.185)

    얼마나 고마웠으면 이렇게 글까지 남기시나요? 그 메컵해주신 분이 귀인이셨네요

  • 11. 원글
    '23.12.16 12:12 PM (14.50.xxx.126)

    219님

    제가 받은 분이 그쪽으로 간건가요? ㅎㅎㅎㅎㅎ

    180님

    저도 제일에 열심히 해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주려고 다짐하게 돼요.

    61님

    ㅎㅎㅎ제겐 귀인이죠. 제가 송승헌보다 더 눈썹이 짙고 두꺼웠거든요. 그러니 오죽 답답해

    보였겠어요? 제 나름 다듬었는데 거기서 반은 깎으시고 다듬으셨는듯해요. 처음에는

    낯설었는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요. 눈썹하나만 잘 다듬어도 얼굴이 달라지더라고요 ㅎㅎ

  • 12. 쓸개코
    '23.12.16 12:14 PM (118.33.xxx.220)

    원글님 같은 눈썹이 저는 제일 부럽더라고요. 진한 눈썹은 정리만 간단하게 해도 예쁘거든요.
    저는 눈썹이 흐려서^^;
    저도 한 가지 비슷한 추억담 적어봅니다.
    예전 준오미용실 오래 다녔었는데 성신여대점의 황선생님.ㅎ
    이분이 머리 컷 해주고 드라이 세팅까지 해주면 아주 기가 막히게 괜찮았는데
    다른 헤어디자이너들까지 와서 구경할 정도였어요.
    어느날 갑자기 그만두고 안 보이길래 물어봤거든요. 개인샵 냈으면 거기 가려고요 ㅎ
    그냥 집안 사정으로 그만뒀다고만 하더라고요.
    그때 머리 너무 잘해주셔서 어딜가나 머리 예쁘다는 소리 들어서.. 오래도록 고마운 맘 가지고 있었어요.

  • 13. 원글
    '23.12.16 12:23 PM (14.50.xxx.126)

    쓸개코님

    와.... 머리컷 잘 해주시는 분도 정말 이미지가 확 바뀌죠.

    전 아직 인생컷을 못찾아서 그냥 묶는게 젤 낫다는 소리만 들어요.

    너무 아쉽겠어요.

    우리나라에 금손이 너무 많으신데 돈을 떠나서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 많으세요ㅎㅎㅎ

  • 14. ..
    '23.12.16 3:35 PM (110.45.xxx.201)

    이런글.. 정말 82의 묘미?
    잔잔하게 미소지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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