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때
4-5학년 쯤 걸스카웃을 신청했었어요
그 갈색 유니폼이 무척이나 예뻤죠
걸스카웃 정신 같은 건 사실 관심없었나봐요 ㅎ
걸스카웃이 하고 싶다고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고 신청을 했어요
당시 걸스카웃은 반에서 좀 공부도 잘 하고
부잣집 아이들이 했는데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고도근시가 계속 진행 중인 탓에
안경을 써도 칠판글씨도
잘 안보일 지경인데다 ...
학교공부를 왜 잘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그냥 동화책에 미쳐있던 아이
집안 형편도 ... 못 살진 않지만 그냥 평범
이런 애가 걸스카웃 신청을 하니
당시 꼰대 담임쌤도 약간 의아해 하셨죠
집에 가서 부모님께 말씀 드리고
유니폼 비용 등을 달라고 했더니..
뜻밖에 안된다고 하시는 거에요
이유는....
그게 돈이 많이 든다고...;;
나는 도저히 학교에 가서
부모님이 못 하게 하신다고 말 할 자신도 의지도
없었어요 ..
이미 모임에 한번 참석했고.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그랬더니 엄마가 학교에 직접 찾아가
담임쌤을 만나고
못한다고 말하고 ...
그렇게 끝이 났어요
내가 중1인가 되었을 때
우리집 막내 남동생이 초등 2학년이 되었는데
어느 주말에 보니
남동생이 보이스카웃 유니폼을 입고 있었어요
그날 초등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자는 야영훈련을 하러
학교에 가야한다는 거에요
아직 애기티를 못 벗은 막내동생은
자기는 거기 가서 자고 싶지 않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난 거에요
보이스카웃을 하고 싶은 거 같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처음엔 달래다 안되니까
평소 동생이 갖고 노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혼을 내고
별별 난리를 쳐도
어린 남동생 고집을 결국 못 꺾었어요
결국 동생이 이겼고
아버지는 그날 국대노하여
동생의 보이스카웃 유니폼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고
남동생은 하기싫은 보이스카웃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죠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나는 그 때.. 화를 내지 못했어요
부모의 이중성을 봤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때 나는
부모님 말을 잘 듣고
아주 소심한 아이였어서
상황을 그냥 받아들인 듯해요
이후
부모님은 남동생을 이긴 적이
단 한번도 없었어요
남동생은
중요한 문제에서 부모님께 한치도 밀리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했어요
나는 고등학교 가서는
미대에 가고 싶었어요
미술부 활동을 열심히 했고
미대 진학을 부모님과 상의하니
역시 ... 돈이 많이 든다며
안된다고 하셨어요
또 ... ... 그렇게
어쩔 수가 없구나 싶어 ...
그냥....수긍
일생이 그렇게 끝나나 했는데
대학 졸업한 해
2년간 암투병하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힘들고 슬프지만
해방.....?
나는 그 때부터 더이상 부모님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내가 가고 싶은 길로 갔고
내 인생을 살 수 있었어요
엄마와 동생들은
나를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
이기적인 인간이래요
그러거나 말거나
노 관 심!
해피 엔딩할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