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민학교4학년 때부터 스카우트 했는데요
그땐 돈있고 잘살고 공부 잘하는 애들이 했던거 맞아요
활동있는 날은 단복 빼입고 (중간에 단복이 바뀌어서 반팔 단복입은 애들이 더 고참티가 났죠)
지들끼리 몰려다니는거 싫어서 무지하게 빼먹기도 했구요
바깥일하는 엄마가 대학후배 한명한테 저를 전담시키는게 싫어서 야외활동도 안가려고 발버둥을 쳤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엄마 후배는 전업인데 대학선배 딸 시중들 일이 없죠
6학년 여름에 뒷뜰야영이라고 교실에서 잠자고
보물찾기 귀신놀이 캠프파이어 뭐 그런거 다 운동장에서 하는 행사가 있었고
저는 또 안간다 시위였구요
6학년 보장인데 보장언니가 엄마도 없이 보원들 밥이며 이불이며 챙기는게 쉽지 않은걸 눈치로 알았고
스카우트라는 집단이 애나 어른이나 정말 속물의 상징처럼 생각되던 사춘기였으니까요
선생님도 보장이 안오면 니네 보원이 어떻게 되냐고 말렸고
엄마도 당일아침에 나름 큰 돈을 주며 갔다오라고 ㅠ
다른집 엄마들은 다라이에 음식을 해 나르고 있는데 울엄마는 그런거 한번도 안했고
그 눈총은 제게 멀건국 노랗기만힌 카레 미지근한 음료수로 다 돌아왔으니까요
다 포기하고 엄마가 준돈으로 남궁동자 시리즈 두권을 사서
밤에 지기전에 읽기 시작헸는데 이게 너무 재밌는거에요
그래서 아침에 운동장에 식탁을 만들어야하는데
의자를 나르며 책을 읽어버리고 만거죠
(참 모녀가 눈치도 없는거 맞아요...아 엄마는 눈치가 넘쳤던걸까요)
근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게
선생님이 절 너무 정떨어지는 눈으로 보면서
넌 이걸 지금 여기서 읽어야겠냐고 했던 말이에요
황급히 집어넣긴 했지만 아침도 맛이 없었고 뭘해도 흥이 나지 않았어요
지금껏 살면서 남한테 그런 눈으로 보여진건 거의 유일무이한것 같아요
스카웃에 로망가지신 어머님들 글이 올라와서...
거기도 치맛바람 없으면 애가 된통 당하는 구조랍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