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주제로 주위와 오래 이야기해본 적도 있는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입장에서 의사수를 늘리는게 단순하게 의사들이 돈을 잘 버는게 배아프다는 1차원적인 사고를 배제하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의사를 늘리면 경쟁이 붙어서 의료서비스의 질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어느 부분에서는 사실이고 어느 부분에서는 오히려 사실이 아닙니다.
저도 꽤나 환자를 많이 보는 편이고 제게 진료를 받으려면 대기가 좀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진료를 하면 점심도 못 먹고 진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의사수를 늘리면 대체제가 많은 비급여 진료는 박리다매가 더 성행하여 비급여는 내려갈 겁니다. 이건 제 사견이 아닙니다. 수많은 세계 석학들이 저술하고 선진국에서 실험한 의료 정책이고 그 결과입니다. 이건 예방의학에서 당당히 한 챕터로 다루고 있고, 제가 경영 회의에 참석하여 느끼는 바입니다.
그러나 필수 의료는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의사의 인건비가 아니라 수가 자체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경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의사의 인건비를 낮추면 의사가 경쟁하여 질이 올라가는게 아니라 수준 자체가 낮아집니다.
왜냐면 저는 맞아가면서 수련을 받았고, 그래도 선배들이 패면서 너 보드 따고 나가면 어차피 돈 벌거잖아. 꼬우면 나가 이런거 다 참고 견디면서 수련 받았습니다. 내과는 잘 안 때리는데 제가 그렇게 사회성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환자에게 꽤 목숨 걸고 진료하면서 그렇지 않은 의사들을 많이 비아냥 댔기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전공의들을 교육하는데 개네들이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세요? 밤새 당직하고 이렇게 수련 받고 펠로해봐야 나가서 일반의로 미용하는게 더 나은것 같은데 하고 1년차때 아니 인턴때 고민많이 하고 그만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몇 년후에 포르쉐 끌고 와서 제가 이렇게 돈을 잘 법니다. 하고 자랑하는 경우도 당해봤고요.
요즘 애들이 어느 정도의 기대 수익이 없으면 이런 힘든 수련을 안 받습니다. 주 80 시간으로 그나마 줄었는데도 힘들어 죽는다고 난리입니다.
제가 지방에서 의료 체계 시스템을 꾸리는데 있어서 사명감이 있는 의사 하나가 얼마나 힘이 없는지 깨달은게, 의사 늘리면 의료가 팍팍 돌아가고 모든게 끝이 날 것 같지요? 아니요. 파라메딕(간호사, 기사, 보조인력) 이 없으면 의사 혼자서 하기 힘듭니다.
그럼 의사 1명 늘리면 파라메딕도 같이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과의 의사만 채용하고 돈이 안 되는 과의 의사는 채용 안 합니다. 의사의 인건비가 대학은 월 천이 안 되는데 이게 대단해 보여도 요새 대기업 부장급에 인센티브 받으면 거의 비슷한 연봉입니다.
아마 사업하시는 분들은 월 천도 못 버느냐? 하고 코웃음 치실 수도 있는 금액입니다.
의사수를 단순히 늘려서 사명감 있는 의사가 나올때까지 뽑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공공의대도 저는 반대하는게 그거 만드는데 전라도에 의대가 없으니 새로 만들자고 하고, 100 명 만드는데 3500 억이 든다는 이런 의미 없는 계산을 합니다.
그럼 1명을 육성하는데 사회적 비용이 3.5억이 드는데 이 사람들이 전문의 따고 월급 700~800 받으면 아예 수련을 포기해 버립니다. 문제는 이게 10년입니다. 의사 하나 키우는데 10년이 걸립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람들을 육성하려면 병원이 필요한데, 500 병상짜리 병원 하나 만드는데 2천억이면 여기에 직원은 천명이 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 의과대학 병원들은 지금도 위기인데 이 병원을 더 만들어서 유지가 되겠습니까? 서남대 의대 꼴 나는겁니다. 기존의 지역거점 의대에 공공의료 TO 를 넣고 위탁 교육을 시키는 것이 저는 제일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전라도에 의대가 없으니 만들자고 하는건 너무 정치적인 고려가 많이 들어간 정책입니다. 우리의 혈세가 들어가는데 전남대 조선대 원광대 전북대 TO 에 공공의료 TO 를 추가로 만드는 것이 더 싸게 먹히는데 굳이 새로 만들어서 혈세를 낭비하는 건 인구도 없는 지역에 논밭 한 가운데에 아파트를 지어놓고 청년 주택 문제를 해결했다 라고 자랑하는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의미없는 정치적 고려만 가득한 의사 TO 증원은 반대입니다. 일반인 분들이 생각하는 의사가 늘어나면 유명한 의사를 덜 기다려도 되고 3분 진료가 없어질 것이다? 라는 기대값에 그러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유명한 의사는 정해져 있고 키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그 의사들은 병원에서 고용하고 있고, 병원은 사업자입니다. 그 병원에서 돈이 안 되면 내보냅니다. 비급여 진료를 더 싸게 받고 싶으면 늘려도 되지만 접근성이 좋아진만큼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큰 도움은 안 될 겁니다. 다만 지금 의대 정원이 3058 명인데 10만명당 의사 수가 인구가 줄면서 빠르게 선진국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 미국이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는데 10년도 안 걸리니 냅둬도 금방 선진국 수준으로 도달할 겁니다.
인구가 이렇게 빨리 줄어들 줄 아무도 몰랐지요. 초기 정책을 세울때는 다들 인구가 그래도 조금씩 늘어난다고 생각했지 2021년부터 인구가 감소할 줄 알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