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쌍의 바퀴벌레라는 말 들으며 붙어다녔어요
영혼의 샴쌍둥이가 되고 싶었죠.
저의 원가족과의 피바람 부는 경험이 더 절박하게 나를 사랑으로 이끌었고
남편이 주는 안정감과 다정함이 고향같았어요.
그렇게 한 15년을 연인처럼 오빠처럼 선생처럼
이만하면 원만하고 행복하게 잘살아왔다 생각했는데
20주년이 되는 지금 사랑이 빛바래진 느낌이에요.
아이들의 사춘기가 시작되고
출구없이 매일매일 내 마음이 지글지글 자글자글
강변 자갈처럼 익어가고 있는데,
남편은 뭔가 늘 자기 세계에만 빠져서
컴 앞에서 살고
영혼없는 대답만 성실하게 하고
애들 실어나르는거나 늘 하던 일은 기계적으로 하는데
정신적으로는 전혀 서로 연결이 끊어진거 같아요.
섬같이 늘 등돌리고 있네요.
그 사람의 ai 같은 관계맺는 방식,
아이들을 자기 기준으로 바라보며 한심해 하는 거,
갱년기 들어오며 늘 피해의식 쩔은 이야기 반복반복,
저도 그런 남편 보며 작은 일에도 짜증이 치솟고
그게 해결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간 상태에서 또 다른 일...겹치고.
말다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이젠 관심도 없어지고 대화도 나누기 귀찮고 그런 지경.
아이 감정 내 감정 받아 쳐내기도 힘들어서
남편의 이야기에 공감할 그릇이 없어요.
너라도 니 일은 좀 니가 알아서 처리해!!..하고 싶어요.
좀 어른좀 돼라고...아직도 중딩같아.
어제는 싸우더라도 잘싸워야지 싶어
우주의 기운을 끌어모아
나 이렇게 당신과 부딪히고 하는게 힘이 들고,
일상에 영향받고, 삶의 질이 떨어지며
계속 이러다간 노년에 같이 살수 있을까 몰라서
걱정이 된다...라고 이렇게 얘기했는데..
평소라면 좀 수그러들텐데
어제는 낮의 화가 안가라앉았는지
또 뭐라뭐라 하더니 그냥 이렇게 거리 유지하고
자기 일 몰입하며 넘기고 살자는데
기가 막힌데...일단 니 생각 알겠다고 겨우 힘을 모아 대답했어요.
오늘 아침에 유투브로 내 종교 말씀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산책을했어요.
아, 낭만적 사랑은 이제 끝났고,
헤어질 정도는 아니니
인간적으로 거리 유지하며 예의바르게 대하자 결심을 하고.
집에 들어가서 기분이 처지지만
기계적으로 인사말도 하고 그랬네요.
함께 종일 보내기 싫어
동네 도서관으로 피신오는데 혼자있는게 왜이리 좋은지.
음악만 들어도 좋고 빗소리도 좋고.
그러면서도,
내가 가정에 한을 품고 좋은 가정 만들고자 애쓰며 그린 그림들이
이제 모두 와르르 무너지는 때가 되었구나 싶어 상실감도 들어요.
애들이며, 내 남편까지...
무너져야 마땅한거 알아요.
그래도 나 참 애쓰며 살았다. 자본도 없는데 기경하느라...하면서
하루를 그래도 잘 보내고
이제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이라 집에 가야할텐데
모른척 하고 밤까지 어디서 삐대고 싶네요.
집에 주말이라 함께 겨우 밥먹을 시간이라..
애들 맛있는거 해줘야 할거 같은 강박?같은 것도 동시에 느끼며...
이렇게 늙어가겠구나 싶어요.
현실을 받아들여야겠죠.
적당한 때에 애들이 슬퍼하지 않는다면, 졸혼도 괜찮을거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