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초6때 고아원에 살았던 짝꿍이 생각나네요.

[..]

원래 친구 사이 아니었고 짝꿍이 되면서 친구가 됐어요.
성격도 조용하고 말투도 험하지 않고 조신 그 자체.
어린애였지만 교양미 흐르던 친구였어요.

옆 반 반장이던 정숙이란 친구를
그 반 담임이 반 꼴찌인 남자애랑 붙여줬는데
제 친구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숙인 진짜 선하고 착했거든요.
저 같음 드럽다고 몸에 닿는 것도 싫을텐데
쉬는 시간 놀러갔더니 짝꿍 머릿니 서캐를
제거하고 있더라고요. ㅎㅎ
그 남자애는 아직도 기억나는 게
저희 집 가던 길가에 홀로 있던 초가집 장남이었는데
그 밑으로 동생들이 엄청 많았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그때 정숙이 그 모습이 좋게 보였나봐요.
어느새 친해진 짝꿍 델고
볕 좋은 운동장 가서 그애 머리에 있던
서캐 뽑아주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치약, 샴푸는 커녕 비누도 교체하면
하루도 못가 없어지고 해서 씻는 게
보통의 가정과는 다르다고 그런 얘기를 제게 했었어요.

그 친구랑은 그 이후로도 계속 친하게 지냈는데
그 고아원이 학교 바로 옆에 있었거든요.
하교 후 길에서 만났는데 자기 아버지라면서
옆에 있는 아저씨를 소개 해주더라고요.
당시 양복에 넥타이를 했고 그 아저씨는
키가 엄청 컸어요. 친구는 작은데
아저씨는 180은 족히 됐던 듯 해요.
체구는 많이 마르셨구요.

그 다음날 학교 와서 또 둘이서 운동장 가서 앉아
얘기를 나누는데 전날은 고아원에서 안자고
여관 같은데서 아빠랑 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빠가 찾아 왔을 때 처음 보는
여자를 데리고 왔다나봐요. 아마도 사귀던 여자였던 듯.

그런데 방 끝에서는 친구가 자고
그 반대편에서는 아빠랑 그 여자가 같이 잤는데....
갑자기 밤에 그 행위를 하더래요.
저는 당시만 해도 성관계가 어찌 진행되는지
몰라서 그렇구나 하고 덤덤하게 들었는데
친구는 자는 척 하느라 힘들었단 얘기를
그 특유의 조용조용한 말투로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어느새 나이를 먹어 오십이 훌쩍 넘었고
초등 졸업 이후로는 그 친구 소식을 모르는데
희한하게 다른 친구는 몰라도
그 친구 생각은 계속 나더라고요. 그런데
얼굴, 말투, 긴머리, 수줍게 웃던 표정까지 다 생생한데
이름은 전혀 생각나질 않네요. 성씨조차 가물가물 ㅠㅠ

저도 자식을 키우다보니 지금 생각해도 친구가 그저 쨘해요.
그 하룻밤을 못참아서 하필....그 생각도 들어서 화도 나고요.
친구 천성이 조신하고 처한 환경과는 달리
품위 있고 정갈한 성격이라 더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날이 꾸물해서 엄한 얘기 꺼내게 됐는데
어디서 지내든 건강하고 평안하게 잘 살았음 좋겠어요.
더불어 82회원분들도 다들 행복하시기를~♡♡

[...]

잘 살면 좋겠어요

[친구정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ㅠ]

여친도 사귀며 딸은 고아원에 그러니여관방서 그짓이죠 참좋은 친구였던듯 잘되어있길 빕니다.애비는 개지만

[ㅇㅇ]

환경이 어려운데 참 잘자랐네요

[근데]

서캐 골라주는거 왤캐 귀엽나요
정숙씨 잘 살고 계시죠?

[그녀]

정숙이는 잘 살고 있을 거에요
특유의 그러러니 마인드가 어릴 때부터 장착되어성

[다들 난독증?]

정숙이는 옆반 반장이고
정숙이를 동경해서인지 고아원에 살던 내짝꿍과도 친해지게 되었단 이야기 아닌가요??

암튼 정숙 친구도 고아원에 그 친구도 원글님도 행복하기를.

[원글이]

제가 혼동 되게 쓴 거 같아요.
정숙이는 옆반 반장인 친구였고요.
그 옆에 앉은 짝궁은 춘식인가? 하여튼 춘자
들어가는 이름을 가진 남자애였어요.
시골서 살던 애들이 다들 비슷하긴 했지만
그래도 춘식(?)이는 유독 안 씻고 다녔는데도
정숙이가 싫은 티도 안내고 자진해서
머릿니 제거해주는 거 보고 내 친구지만 대단하다
그 생각했네요. ㅎㅎ

그래서 저도 저희 반 짝꿍 서캐 빼주고 그랬는데
제 짝궁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ㅠㅠ
다만 성씨가 길이었나?? 좀 희귀성이었어요.

하여튼 제 짝꿍 아버지 보고 어린 마음에도
저렇게 넥타이에 양복까지 입은 아저씨가
(그 당시 그렇게 입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왜 친구를 고아원에 맡겼을까 그 생각을 하긴 했네요 ㅠㅜ

[부탁인데]

원글님...친구 나중에 찾아서(sns등 찾으려면 방법은 있을 듯) 연락이 닿지는 않더래도, 꼭 만나진 않더래도 어떻게 사는지 후기 좀 올려주세요..좋은 사람 만나 결혼은 했는지 밥은 먹고 살만한지~ 흠..맘이 아픈 사연인데, 그래도 자신은 가정을 꾸렸으면..비도 오는데 저도 아련하네요. 제가 남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나, 왠지 후기가 알고 싶어지네요. 오지랖이 넓은 건가? 동정심이나 연민은... 그건 아니지만, 저희 시절에도 고아원 친구들이 꼭 하나 두울 있긴 했는데, 살다보니 남의 마음 아프게 하고, 갈취해서 잘 사는 사람들 많이 보긴 했는데, 한 번쯤 어릴 때 처지가 어렵고 힘들어도 꿋꿋이 이겨내고 어떤 의미로든 잘 사는 사람들 소식도 듣고 싶어집니다.

[애비개새끼]

쓰레기새끼
토나와

[...]

저도 글을 보고 좀 헷갈렸어요
초6때 고아원에 살았던 짝꿍?
정숙이?
난독증님 글 보고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