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랜친구가 노숙자가 되었어요. (사회복지제도 잘 아시는분 조언 부탁드려요)
그냥 지나치시지 마시고 도움될 수 있는 말씀 부탁드려요.
아버지가 사업하셨던 분이라 중학교때는 엄청 잘 살았었고 제가 내심 부러워도 하던 친구였는데 고등학교 들어서면서 아버지 사업 힘들어지시고 집에 빨간딱지 붙고 그와중에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집안이 완전히 기울어지면서 친구 아버지는 술로 지새시는듯 하다가 친구 대학교 들어갈 무렵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구요.
몇년사이에 부모님 두분 다 돌아가시고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버지 사업때문에 진 빚까지 친구가 다 떠안게 된듯했어요(친구에겐 전혀 도움 안되고 오히려 짐만되는 오빠 한명 있습니다)
아파트 한채 있었는데 그것도 대학다니면서 결국 낡은 빌라로 옮기게 되더라구요
생활비에 학비 버느라 알바두탕씩 뛰면서 대학다녔는데 밤새서 일하고 학교다니니 학교생활 제대로 하기가 만무했고 학점도 제대로 안나와서 한학기 다니고 휴학하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자퇴한걸로 알아요
(제가 고등학교랑 대학교때는 타 지역으로 가게되어 이 친구를 자주 보지는 못했습니다)
대학교1학년 지나는 무렵부터 이친구가 조현병 증상이 생기게 되었어요(이때는 이러한 증상이 조현병인줄도 몰랐는데 요즘에 많이 거론되다보니 그거였네요)
처음에는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자꾸 자기한테 욕을 한다면서 화를 내는걸 몇번 들었을땐 그땐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이친구랑 카페나 식당을 가게된날 건너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거 들었냐면서 또 자기 욕을 한다고 진짜 미쳐버리겠네 하며 얼굴이 확 변하면서 화를 내는걸 직접 보니 친구가 조금은 이상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은 계속 되었고요.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 무리중에 잘살고 늘 예쁘게 하고 다니던 친구 A가 있었어요
대학들어가면서 사귀게 된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하루는 이친구가 다른 애들한테 A친구랑 자기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는거 같다고 하면서 그 애가 자기 남자친구 꼬신다는둥 이상한 소리를 하기를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칼까지 들고 난리치는 바람에 한바탕 소란이 난적이 있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약간 망상같은게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사건 이후로 상태가 많이 심각하고 정말 잘못하면 큰일 날 것만 같다는 생각을 다들하면서 조금 무서웠던거 같아요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서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게 해주자고 친구가 안가겠다고 하는걸 억지로 끌고 병원도 데려갔었는데 우선 친구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걸 전혀 인정하지 못했고 병원에 가서도 제대로 된 상담을 받지도 않았어요
당시에 저희들도 어리다보니 지속적으로 도와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병원은 결국 한두번만 가다가 흐지부지 되면서 안가게 되었구요.
이후로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이랑도 차츰 멀어지게 된듯합니다. 아주 가끔은 만나지만 너무 가깝게 지내지도 않은거 같아요
그렇게 몇년은 자기집에 도청 장치가 있다
윗집에서 무슨 안테나를 우리집에 몰래 설치했다는 등 망상을 하고 본인집에 직접 CCTV까지 설치해가며 불안한 모습으로 지냈는데 어느날 부터 갑자기 괜찮아 진 모습이였어요. 지나서 생각해보니 친구 상태는 나아진게 아닌데 주위에서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 느끼면서 환청이 들려도 그걸 남들한테 말하지는 않고 숨기려고 하는 듯 했습니다.
친구 외모가 사실 좀 못난편이예요… 호감적이지 않고 무섭게 생긴 얼굴상인데 20대 어릴때 알바를 하면 카페나 홀서빙 알바를 하는게 보통이나 이친구는 그때부터 일을 구해도 주방이나 궂은일만 하게 되더라구요…
남들 대학다니고 직장생활 시작하는데 친구는 밤낮 바껴가면서 고기집이나 식당, 술집에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그래도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솔직히 제가 친구같은 상황이라면 저는 그렇게는 못살고 죽었을거 같아요. 그 누구에게 기댈수도 없는 상황, 더 나아질 기미도 안보이는 삶
어릴때부터 마음 약하고 누구보다도 참 착했던 친구 였어요. 그래서 마음에 병이 생긴듯 합니다
그렇게 저희는 30대 중반이 되었고 가끔 안부하며 제가 고향에 갈때 몇년에 한번씩 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2019년에 마지막으로 그 친구를 봤을때 제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고향으로 내려갈까 생각중이라고 말을 하고 헤어졌었어요
코로나 시작하기전 무렵 저한테 잘 지내냐고 고향에는 언제 내려올꺼냐고 카톡이 왔었는데 그냥 안읽고 넘겼어요…
코로나 시작되면서 제가 고향으로 거처를 옮기고 저도 여러가지 상황으로 힘들어서 주위사람들이랑 전부 단절하고 살다가 전혀 잊고 지냈어요.
어제 늦은밤에 뭐 살게 있어 잠깐 나갔는데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쌀쌀한 날씨에 겉옷도 없이 얇은 수면담요같은걸 두르고 컵라면을 먹으면서 누가 먹다가 버리고간 비닐에 든 음식을 막 먹는 여자가 있길래 쳐다봤더니 그 친구 같은거예요…
막 노숙자처럼 머리나 행색이 아주 더럽거나 하진 않았지만 추위에 많이 노출되서 얼굴이 완전 다 트고 피부가 뻘겋게 된 상태였어요…
자세히 쳐다볼 수는 없어서 긴가민가하며 아니겠지하고 그냥 지나가다가 아무래도 너무 찜찜해서 다시 되돌아가 멀리에서 유심히 지켜보니 그 친구가 맞았습니다…
너무 놀라 아는 척을 해야하나 하면서 망설이고 있는데 친구가 컵라면을 다 먹더니 옆에 소주를 그냥 병채로 거의 한병을 벌컥벌컥 다 마시는겁니다.
순간 무서웠어요. 예전에 아팠던 그 친구 모습이 떠올라서요…
친구가 알콜중독 증상도 있었어요
일마치고 매일 집에서 혼자 술마시고 자는게 일상이였고 그러면서 환청도 더 심해졌던거 같았구요..
내가 지금 아는척을 하면.. 그렇다고 지금 나는 그 친구를 우리집에 데려갈 수도 없는 상황인데…
술을 다 마시고선 자리를 뜨길래 어디로 가는가 싶어서 몰래 뒷따라 갔더니 약간 외진곳 어느 빌딩으로 들어가선 어두운 계단으로 막 올라가길래 거기서부턴 너무 어둡고 으슥한곳이라 무서워서 더이상 따라가보지도 못했습니다.
그 빌딩에 고시원같은게 있나 싶어서 건물 우편함이랑 간판같은거 다 찾아봤는데 그런건 없는거 같고 아래쪽엔 영업을 하지만 그 빌딩 윗층은 여러곳이 공실이라 임대라고 크게 붙여놓았더라구요…
아마도 제 생각은 그쪽에 사람이 없고 비어있으니 그곳에서 오늘밤을 보내려고 한거 같아요…
친구가 올라가고 친구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남자가 받더라구요. 1년전쯤 번호를 바꿨고 이번호로 그 여자분 밀린 공과금 문자랑 찾는 전화가 많이 왔었었다고… 제 친구가 돈빌려 가놓고 튀었다며 그 남자분한테 아는 사이 아니냐고 막 윽박질렀다고 하더라구요…
전화 끊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방에 발 들여놓으니 친구에게 너무너무 미안한거예요…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친구가 마지막으로 저한테 카톡 보냈을때 혹시 벼랑끝에서 제 도움이 조금이라도 필요했어서 연락했었던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오늘 같은 상황에서 아는척하며 선뜻 도와주지 못하는 제자신도 너무 이기적인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
너무 마음이 안좋고 답답해서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부모님은 너무 안쓰럽지만 니가 치료시키고 끝까지 책임져줄거 아니면 제 걱정에 괜히 나서지 말라고 당부하시네요ㅠㅠ
엄마는 어쩌다가 아직 나이도 젊은데 벌써 그렇게 삶을 놓아버렸냐며 안타까워 하시는데 저는 남들 철없이 보내던 시절부터 그 친구는 살기위해서 얼마나 발버둥쳤는지 치열 했었는지 알기에 그냥 다 포기하고 싶었을 거라는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나의아저씨란 드라마보면서 이친구 생각이 정말 많이 났었어요..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니 친척들은 자기들한테 짐 될까봐 다 돌아서고, 주위에 박동훈같은 어른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지금 이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
당시에 그 드라마 보면서 제 친구 인생이 참 서글펐었는데 지금 처한 모습을 보니 더 참담하네요
지금같은 상황에서 제가 해줄 수 있는건 도대체 뭐가 있을까요
이제 연락할 수단도 없는듯하고
제가 엄청 자주 지나다니는 곳인데 낮이나 저녁에는 단한번도 못보다가 11시 다 되는 늦은밤 어쩌다 나간 그 시각에 다시 나가서 그 친구가 나타나길 기다려봐야 하나요
저희 집으로 데려올 수은 없는 상황이예요…
따뜻한 밥이랑 겨울철 입을 외투, 얼마 안되는 돈이라도 만나게되면 해주고 싶은데 사실 직접 만나서 제가 이곳에 산다는걸 알게 되는게 조금 부담스럽고 무섭기도 한 마음입니다
지금 제 친구같은 상황에 도움을 줄수 있는 사회복지 제도 같은게 있을까요?..,
친구가 계속 그 비어있는 빌딩 공실에서 지낸다면 경찰분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는게 가능할까요..?
시설같은 곳의 도움 받으라고 경찰한테 연락했다가 그나마 지금 바람이라도 피하며 지낼 수 있는 곳마저 잃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Gg
'23.2.27 1:10 PM (59.9.xxx.40)저는 암보다 더 무서운 게 정신질환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2. ..
'23.2.27 1:12 PM (118.130.xxx.67)못돼보일지 몰라도 저는 그냥 못본척 지나치시라고 하고싶네요
3. ...
'23.2.27 1:14 PM (58.142.xxx.196)SBS 세상에 이런일이 제보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동사무소에 데리고 가서 긴급 구호를 받게 하는게 방법일것 같아요.친구가 구제하긴 너무 벅찰것 같은 상황입니다.4. ㄱㅂㄴ
'23.2.27 1:18 PM (1.237.xxx.178)사회복지시설에 연락해 머물곳과
일자리등을 알아봐줄수있음 좋겠네요.
애랑 이것저것 많이먹고 잔뜩남겨 니가안먹어서 그렇니 내가 같이먹자해서많이 만들어서 그렇니하고
말다툼하다 앉아 이글보는데 마음이 너무아프네요5. 기관에
'23.2.27 1:21 PM (222.98.xxx.31)알아보세요.
망설이는 일이지만 모질게 외면하지 않고
마음 먹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개인이 도와주는 건 단발성에 그치지만
사회복지에서 책임을 지면
최소한이나마 도움을 받겠지요.
참 고맙고 너무나 귀한 마음입니다.6. ㅇㅇ
'23.2.27 1:27 PM (123.111.xxx.211)원글님 마음 다 이해하고 또 감사해요
친구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꼭 있었음 좋겠어요
아시는 분들 댓글 부탁합니다7. **
'23.2.27 1:32 PM (112.216.xxx.66)조현병 맞네요. 저 지인도 그런경운인데.. 부모님과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보살폈거든요. 정신과 입원치료 받고요.. 일회성으로 쉽지않고 복지과나 나라의 시스템으로 케어가 가능할것같아요. 참 안타깝네요.
8. ᆢ
'23.2.27 1:40 PM (1.236.xxx.36) - 삭제된댓글그정도면 시설 들어갈수있어요
그러나 곧 나올거에요
지금 거리에있는 노숙자들이 갈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갈곳이 못된다는 생각에 안들어가고 들어가도나오는거에요
정신요양시설입소하면 정부 지원금이 많아 시설에서는 선호합니다9. ……
'23.2.27 1:45 PM (211.185.xxx.26)기관에서 데려가도 알콜중독이라 오래 못있는 것 같아요
친구라는 관계로 책임잘 수 있는 범위가 아닌듯해요
무연고자가 도움받을 방법이 있을까요? 저러다 험한꼴 당할까 무섭네요10. ..
'23.2.27 1:48 PM (223.62.xxx.87)친구분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주민센터 연락해서
익명으로 도와주세요
저러다 알콜중독과 배고픔으로
큰병 걸려 잘못되면
원글님 마음도 편치 않을듯 해요
일단 신고만으로도
기관에서 도움 줄겁니다11. 동사무소
'23.2.27 1:55 PM (124.57.xxx.214)사회복지과 같은 곳에 연락해 도움을 구해 보세요.
그 분들에게라도 연결시켜주면 친구 분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12. 주민센터
'23.2.27 2:23 PM (58.124.xxx.75)에 신고하시고 뒤에서 지켜봐주시며 도움주시면 어떨까요?
원글님같은 분이 있어 세상이 돌아갑니다13. ᆢ
'23.2.27 2:37 PM (1.236.xxx.36) - 삭제된댓글위에 글쓴사람인데요
주민센타 신고해도 억지로 치료못해요
그분이 치료의지가 있거나 보호자가 입원시켜야가능합니다
정신보건법이 있어 강제 입원이 불법입니다
그분 먼친척이라도 찾아서 해결해야합니다
사회담당이 절대 해결안하고 못합니다
제가 전직 사회담당이었어요
전두환 노태우시절에는 날잡아 다 잡아 집어 넣어 부랑인
시설에 오백명씩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에요
1급 지체장애인 눈만 깜박할수있는 전신마비 장애인도 시설에 나오겠다고하면 월 600시간이상 활동보조인을 붙여주는 세상에 살고있습니다
탈시설 정책을 쓰고 있어 강제 입원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니
가까운 친척있는지 알아보시고 상의하세요
아마도 지금상황이면 수급자 일수도 있어요14. ..
'23.2.27 4:00 PM (218.152.xxx.223)혹시 다시 마주치면 겨울옷 한 벌이랑 형편되는대로 밥값 좀 전해주고 잊으세요. 가난 알콜중독 조현병 이런건 가족도 감당 못해요. 원글님께서 자선사업을 할 정도로 여유가 된다면 모를까..
15. dd
'23.2.27 4:12 PM (211.228.xxx.73)안타깝네요
원글님 너무 좋으신 분 같고
그래도 직접 나서지 말고
구청 복지팀에 얘기해 보고
조그만 도움을 주셔도 좋지 싶어요
모두들 외면해 버리면 너무 슬프잖아요16. 12
'23.2.27 4:48 PM (175.223.xxx.146)원글님 너무 좋으신 분 같고
조그만 도움을 주셔도 좋지 싶어요
모두들 외면해 버리면 너무 슬프잖아요22222
혹시 다시 마주치면 겨울옷 한 벌이랑 형편되는대로 밥값 좀 전해주고 잊으세요. 가난 알콜중독 조현병 이런건 가족도 감당 못해요 22217. ....
'23.2.27 5:54 PM (175.223.xxx.18)정신병자에게 잘 못 걸리면 님 인생도 망가집니다.
직접적으로 만나서 무얼 하려고 하지마시고 다른이를 통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세요.
절대 마주치지 마세요. 살인 날 수도 있어요.18. echoyou
'23.2.27 10:16 PM (121.190.xxx.207)원글님의 친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귀하고 정말 따스한 분 같아요. 제가 그 쪽은 모르지만 윗분들이 좋은 말씀해주셨네요.
저도 덧붙이자면 절대로 그 친구분이 원글님 마주치거나 보게 하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원글님 위해서요. 가족들도 감당이 힘들고 험한일 일어나는게 조현병이에요. 전화로나 직접 사회복지과 등에 문의하실 순 있지만 그 이상 절대 마주치지 마시라 하고 싶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