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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구순의 아버지 이야기

.. 조회수 : 6,264
작성일 : 2023-02-23 22:03:42
친정부모님이 남쪽동네에 사세요

막내딸인 저는 서울살고요.

원래도 마르고 입이 짧던 아버지는 고령이시고 여러군데 기능이 쇠퇴하여 뼈밖에 안 남으셔서 앙상하신데

요즘은 더 못드신다며 다녀가라는 엄마 전화에 급히 연차를 내어 어제 비행기를 탔어요

간다고 기별하면 현관 들어설때까지 걱정을 하셔서 말도 없이 가서 엄마 를 부르니 깜짝 놀라시고 평일인데 왔냐며 좋아하시고.. 곧 저녁식사를 하는데 갈치가 어찌이리 맛있냐며, 감자탕 도 맛이 좋다며 잘 드시네요

자는데 엄마에게 아버지가 '아아가 오니 차암 좋다'며..



오늘은 대학병원 가시는 날이라 제가 모시고 가겠다니 며느리가 오기로 했고 며느리랑 가고 싶으니 너는 있으라고 하시고..

새언니랑 병원에 다녀 오셨어요



늦은 점심식사는 막내딸과 며느리가 같이 먹어서 밥맛이 더 좋으시니 한그릇 다 비우시고 막 재워 아직 질긴 갈비구이도

맛있게 드시구요

며칠치 드실 식사를 하시고 소파에서 잠이 드셨는데..

맑디 맑은 얼굴이 아기 같아요.

사람은 아기때는 엄마바라기, 노년에는 자식바라기 인가봐요

아기가 엄마를 보듯, 늙고 힘없는 아버지는 자식을 보고 기다리고 옆에 있음 더 바랄게 없고 그런가 봐요



어릴때 아버지는 촌에서 보기 드물게 매일 양복입고 출근하는 사람이었어요 수십년 공직에 계셨던 분이라 참 꼿꼿한 성격이셨는데 언제 아기가 되신걸까요.



하룻밤 자고 다시 비행기를 탈려니 자식은 뭐고 부모는 뭘까 싶고 우리 아버지 해맑게 잠든 모습 몇번이나 더 볼수 있을까 싶어요.


IP : 219.255.xxx.26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눈물이
    '23.2.23 10:08 PM (219.248.xxx.53)

    눈물이 핑 도네요. 우리도 언젠가 그런 아기같은 노인이 되겠죠.

  • 2. ㅇㅇ
    '23.2.23 10:14 PM (211.245.xxx.37)

    저도 내일 친정 갑니다 내나이 50 이 넘었는데도 친정이 그립네요 새학기 시작하기 전에 친정 다녀올려구요
    친정이 부산이고 전 경기도라 자주 못가니 결혼 23년차 항상 친정이 그립습니다

  • 3. ..
    '23.2.23 10:16 PM (211.243.xxx.94)

    그 연세에 건강하시고 두분 다 살아계시니 좋으시겠어요.

  • 4. ..
    '23.2.23 10:21 PM (219.255.xxx.26) - 삭제된댓글

    건강하신건 아닌데,, 그 연세에 요양병원 안 가시고 두분 사시는게 건강하신거라고들 하더라구요
    총기는 참 좋으세요
    엄마는 깜짝 놀랄 정도구요
    아버지 수발을 엄마가 다 하시는 그런가봐요
    청소여사님만 드나드시니 엄마가 계속 이런저런 궁리를 하셔서 다 그런가봐요

  • 5. 친정부모님
    '23.2.23 10:35 PM (211.218.xxx.160) - 삭제된댓글

    두분이 다 계신거 복이네요.
    친정부모님이시니
    자식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요.
    나는
    94살 되신 시어머니가 아들 일하러 나갈때
    금방한 밥해먹이고 보내라고 해서 열받았어요.
    왜냐면 나도 일나가는데
    일하러 나가는 시간이 달라
    남편이 해놓은거 차려먹고 나가는데
    어떻게 금방한 밥을 먹여야 할지
    내가 일하러 나가지 말아야죠.

  • 6. 공감가는 말이에요
    '23.2.23 10:43 PM (59.30.xxx.78)

    저도 요양병원에 가신지 두달되신 아버지가 계세요.
    막내딸인 것도 같아요 저희 아버지는 97세...
    매주 토요일이면 언니들과 번갈아 면회를 갑니다.
    20분 남짓한 면회시간에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만 딸들 보는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셔요.
    토요일을 기다리는 힘으로 매일을 사시는 아버지...
    늙으면 자식 바라기라는 원글님 말이 정말 공감가네요

  • 7. 맞아요
    '23.2.23 10:52 PM (211.206.xxx.191)

    자식이 보약이예요.
    울엄마도 91세이신데 하루종일 요양사샘이랑 있을 때 잘 안 드시고 자식이 아침 챙겨 드리는 거는 잘 드세요.
    아기처럼 반찬도 밥 숟가락에 얹어 드리면 아기새처럼 잘 드십니다.
    자식이 뭔지...

  • 8. 엄마
    '23.2.23 11:03 PM (39.112.xxx.81)

    친정엄마 92세이신데...
    일주일에 4일은 집에서 반찬 서너가지 만들어서 가져가 같이 밥 먹고 자고 옵니다.
    엄마와의 마지막 추억을 쌓는 중이라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소중합니다.

  • 9. ....
    '23.2.23 11:15 PM (180.69.xxx.33)

    사람은 아기때는 엄마바라기, 노년에는 자식바라기 인가봐요

    공감가네요

  • 10. 쓸개코
    '23.2.23 11:22 PM (218.148.xxx.196)

    돌아가신 아버지 보고싶어지는 글이에요..
    병원 중환자실이나 병실에 계실때 면회가면 그렇게 아이같이 좋아하시던 아버지..
    원글님 가끔 영상통화로 얼굴보여드리시겠죠? 아버지 얼마나 좋아하실까요.^^

  • 11. ㅡㅡㅡㅡ
    '23.2.23 11:59 PM (61.98.xxx.233) - 삭제된댓글

    눈물 납니다.
    이런 글 쓰는 원글님.
    참 좋은 자식이십니다.

  • 12. ㅠㅠ
    '23.2.24 12:01 AM (121.160.xxx.11)

    내일 친정에 가야 겠네요.

  • 13. ..
    '23.2.24 12:57 AM (219.255.xxx.26)

    엄마가 수발드느라 힘드셔서 그런지 불면증에 화병이 났어요. 딸들 아들 다 걱정은 하지만 각자 생활이 중요하지 나눌 자식 하나 없어요. 조금 자주 들여다 본다는 마음 뿐이지...
    엄마도 참 어진 성정인데 요즘은 아버지한테 화도 많이 내시나 보더라구요
    엄마도 안됐고 작아지고 힘없어진 아버지도 가엾고
    전쟁통에 사신 얘기 들으면 아득하고
    참 마음 아파요
    엄마한약 지어드리고 왔는데 불면증이 좀 나았으면 좋겠어요

  • 14. 아버님
    '23.2.24 1:05 AM (59.6.xxx.41) - 삭제된댓글

    말씀이 들리는 것 같아요.
    아가 오니 참 좋다...
    건강하시기를...

  • 15. 쓸개코
    '23.2.24 8:35 AM (218.148.xxx.196)

    엄마한약 잘 하셨어요. 옆에서 아픈사람 돌보는 가족은 힘드니..
    댓글까지 봐도 원글님 참 좋은 자식 맞네요.

  • 16. ~~
    '23.2.24 8:43 AM (125.136.xxx.31)

    따님 나이가 어찌되는지 마음씨고운 딸은 두신 부모님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 17. ..
    '23.2.24 11:45 AM (222.101.xxx.232) - 삭제된댓글

    부모님이나 따님이나 참 따뜻한 사람들이시네요
    저희 아버지도 백살 넘게 사시다 돌아가셨는데
    찾아뵙고 집에 올라치면 문 밖에서 저희 차가 안보일때까지 서 계셨어요
    지금은 돌아가셔서 안계시지만 부모님 보구싶네요
    살아계실때 자주 찾아뵈세요

  • 18. 좋다
    '23.2.24 5:18 PM (119.198.xxx.244)

    글이 참 좋아요. 참 잘쓰시네요.
    잔잔하게 쓰셨지만, 가슴에 뭔가 확 와서 박히네요..
    잔잔한 감동..
    효도 진짜 큰거 아니죠 연로하신 부모님이 바라는 건 자식 얼굴 오래 보며 소소한 일상 함께 하는거..

  • 19. ..
    '23.2.24 6:53 PM (219.255.xxx.26)

    남들은 친정부모님 보며 노년복이 많으시다고 하긴해요
    자식들이 힘든일이 있어도 부모님께 내색 안하구요
    근데 팔구십 되시면 그마저도 본인 힘있고 건강한 다음일이다 싶더라구요. 자식와서 좋다 하셔도 이젠 웃는 일도 없으세요. 점점 아기같아지는 아버지 얼굴보며 마음의 준비를 해요. 이제 오십되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안계시면 보고싶을텐데 어쩌나 생각도 하지만 그건 내 걱정일 뿐이에요
    몇년전에 곡기를 끊으신일이 있었는데 그땐 벌벌 떨며 울었는데 이젠 담담하기도 해요.
    나도 좀 있음 가는 길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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