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선 노년층의 행복을 측정하고, 행복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만큼, 고령층의 행복도가 사회 발전에 중요한 변수라는 공감대가 있다. 작년 3월에 발간된 ‘세계행복보고서 2022’에 따르면, 일본의 행복지수는 전세계 146개국 중에서 54번째였다. 선진국 중에서는 최하위였다(참고로 한국은 59위).
평생 회사에 의존해서 살다가 퇴직하는 고령 남성들의 낮은 행복지수는 일본 사회가 가장 풀기 어려워하는 숙제다. 사회평론가인 스기다 슌스케(杉田俊介)씨는 “회사일에 몰입해 살아왔던 남성들이 퇴직이나 황혼이혼, 상처 등을 겪으면 고립되어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어려워진다”면서 “그나마 배우자와 같이 살고 있는 남성이 혼자 사는 남성보다는 행복도가 평균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비영리단체인 일본의 ‘노화공학연구소’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행복지수가 80점 이상으로 높았던 고령 남성 중 80%는 배우자와 같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 사는 1인 남성 중에서 행복도가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4%에 그쳤다.
혼자 사는 고령 남성은 건강 측면에서도 불리한 측면이 많다. 올 초 일본 잡지 ‘프레지던트’가 ‘자녀와 손자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는 기사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독신남의 심근경색 사망 위험도(리스크)는 기혼 남성의 3.5배, 심장발작 사망 위험도는 2.2배, 호흡기관계질환 사망 위험도 역시 2.4배에 달한다. 또 독신 남성의 자살률은 기혼자와 비교하면 45~55세는 2.1배, 55~64세는 2.4배에 달한다. 취업이나 재산 같은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고독감이 주된 원인이다.
스기다 슌스케씨는 작년에 출간한 ‘남자가 괴로워(男がつらい!)’란 저서에서 “늘그막에 배우자가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남녀 배우자의 반응은 엇갈린다”라면서 “남성은 삶에 의욕을 잃고 행복지수도 크게 떨어지는 반면, 여성은 남편이 떠나고 난 뒤에도 크게 행복감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아내는 평소에 남편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친구와의 만남이나 지역 커뮤니티 네트워킹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 왔기 때문에 배우자 사별 후에도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류노인과 행복노인’을 쓴 사회학자 미우라 아츠시(三浦展)에 따르면, 혼자 사는 고령 남성에게 자녀나 손자는 행복 필수 요소는 아니다. 그런데 혼자 사는 고령 여성에게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아도 자녀나 손자가 행복지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동성 친구가 많을수록 여성 노인들은 행복해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남성은 친구가 몇 명이든 행복과는 별 상관이 없었는데, 이는 관계의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남성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혼자 사는 고령 남성의 행복도를 좌우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미우라 아츠시 씨는 “동성 친구보다는 친하게 지내는 이성 친구가 고령 독신남의 행복도와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 고령층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데이터가 나왔다. 친밀한 여성이 없는 고령 독신남의 행복도는 32%, 있는 경우엔 58.3%까지 높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고령 여성은 이성 친구 유무에 따른 행복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고령 여성의 행복도는 결혼 여부나 배우자 존재가 남성만큼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적인 불안감이나 건강 불안증 등이 여성들의 행복 점수를 좌지우지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선 누가 행복할지도 궁금하다. 지난달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한국인의 행복, 무엇을 해야 할까’ 보고서는 나이, 가족, 교육, 소득 등 항목에 따른 집단별 행복 점수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노인과 1인가구가 행복의 관계에서 취약한 집단으로 조사됐다.
김성아 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노년층은 장년기 생애 부담과 노년기의 여러 경험 때문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행복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면서 “가구원 수는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행복도를 느끼며, 1인 가구의 행복 점수가 가장 낮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