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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깊은 위로

피자 조회수 : 5,738
작성일 : 2023-01-16 23:13:02

나의 성장은 학대의 시간이었다.
아버지의 폭언, 폭행은 공기처럼 날 가득 에워싸고 있었다.

나는 마흔이 훌쩍 넘었고 아버지는 칠십중반이다.
이제 물리적인 폭행은 없지만
예측불가능한 지점에서의 폭발적인 화, 짜증은 여전하다.

지난 가을 아이 둘을 데리고 김장을 하러 갔다.
김장이 끝나자마자 쌓아놓은 김장통을 보고 아버지는
폭발했다. 차마 들을 수 없는 날 것의 욕들이 쏟아졌다.
엄마를 향해 퍼부었지만 나는 그게 누구 몫인지 잘 알고 있다.
아이 둘에게 미안하고 창피했다.
서둘러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하고 급히 친정집을 나왔다.
면사무소까지 3,40분은 걸릴 시골길을 아무렇지 않은 척,
감정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꾹꾹 눌러다며 걸었다.

다음날 엄마는 내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엄마가 미안해할 일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엄마는 아빠랑 잘 지내시라고, 나는 이제 가지 않겠다고,
이제 엄마가 우릴 보러 오시라고 전하고 통화를 끝냈다.

한달 뒤 아빠의 생신에 가지 않았다. 연락도 하지 않았다.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설이 오고 있다.
엄마의 진수성찬, 우리가 갈 때 맞춰 미리 짜놓는 기름들,
각종 청과 차, 장들이 생각난다.
엄마는 그렇게 우리를 기다리고 맞이했다.
난…그런거 말고 짐승같은 남편 단속이나 했으면…
그와 제발 해어졌으면 하고 바라고 바랐다.

혹시나 그 많은 음식들을 하면서 우리를 기다릴까봐,
새해 인사도 나눌겸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너는 설에 안올거지?
라고 묻는 말이 팽팽하게 울렸다.

시간날 때 엄마가 와. 우리는 안 가는게 아니라 못가는거야.
엄마도 알잖아.

그래. 하나뿐인 딸년이 찾아오지도 않는데 내가 뭣하러 가냐.

엄마, 안가는게 아니잖아. 설 잘 보내.

전화를 끊자 서러움이 밀려왔다.
이런 상황에 죄책감을 갖게 하는 엄마의 말이 미웠다.
하지만 나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내 옆으로 큰 애가 누웠다.

설에 할머니 댁에 안가려고, 근데 할머니가 속상하신가봐.
우리가 가는 걸 할아버지는 그렇게 싫어하는데
할머니는 그래도 우리가 가는게 좋은가봐.

나는 할아버지가 우리가 가는 걸 싫어한다는게 사실인지
모르겠어요.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잖아요.

할아버지는 우리가 가면 늘 화를 내잖아. 나는 그게 정말 싫어.

할아버지도 진짜 원해서 화를 내는 건 아닐거에요.
화를 어쩌지 못하는거지.

엄마랑 할아버지랑 있으면 늘 싸우는데 그래도 할머니는 우리가
왔으면 좋겠나봐.

할머니는 그걸 감당하시는거에요. 그래도 우리가 가는게
좋으니까요.

———————
엄마가 감당하고 있다고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그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늘 생각해온 나의 판단도
사실이 아닐 수 있지요.
무엇이 진실인지 나는 알지 못하면서도
나는 늘 한가지만 떠올려왔거든요. 그게 정답인양….

늦은 밤 아이에게 말했어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엄마한테 큰 위로가 됐어.
엄마는 할머니에 대해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못했거든.

사람은 다 각기 다르니까요.

응… 오늘 니 말은 엄마한테 정말 필요한 얘기였어.
고맙다.
IP : 112.170.xxx.79
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산딸나무
    '23.1.16 11:14 PM (175.121.xxx.6)

    잉.. 아이가 정말 생각이 깊네요
    아이에겐 어른들이 그동안 쌓아온 마음의 벽이 없어서
    정말 제대로 보고 있는지도 몰라요 ㅠㅠ

  • 2. ...
    '23.1.16 11:20 PM (222.112.xxx.76)

    어른들이 미안해.. 아이야

  • 3.
    '23.1.16 11:20 PM (61.77.xxx.72)

    아이가 한 말이 제 맘을 울리네요 멋진 아이를 키우셔서 부럽습니다

  • 4.
    '23.1.16 11:23 PM (122.40.xxx.147)

    그래도

    가지마세요

    그 둘은 바뀌지않아요

    계속 님에게 가스라이팅 할 뿐이에요

  • 5. 아이가
    '23.1.16 11:24 PM (59.1.xxx.109)

    어찌 속이 깊은지 흑

  • 6.
    '23.1.16 11:25 PM (116.37.xxx.63)

    대물림하지않고
    어질고 속깊은 아이로 키운 원글님
    대단해요.
    장합니다.
    아이도 몇살인지 모르나
    무척이나 이쁘네요.
    어른들도 미처 생각못했던 걸 생각하고
    속 깊은 위로를 나눌 줄 아는 멋진 친구!
    원글님은 좋겠다요~~~

  • 7. 그래도
    '23.1.16 11:34 PM (211.234.xxx.26)

    가지마셨으면 좋겠어요
    원글님의 성장기간은
    폭언과 폭행이 난무했던 학대의 시간이었었다는 것
    이건 변치않는 100% 사실인거잖아요
    온전히 치유도 되질 않은 상태에서
    원글님의 마음과 몸은 자랐을텐데
    원글님이 넘 가엾어요ㅜㅜ

    아이는 아이의 시각에서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말한것일뿐
    엄마(원글님)의 어린시절을 안다면 아마 저렇게 말 못할거에요
    아버진 아마 난폭한 성정이 쉽게 변하지 않으실거같아요
    아니 지금껏 못고치셨다면 저렇게 사시다가 가시겠죠

    모쪼록 힘들게 용기 내서 결단한 마음이
    변치 않으시길....
    그래서 뒤늦게나마 아픈 상처의 마음들이
    조금씩 치유되시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 8. 초콜렛
    '23.1.16 11:35 PM (14.52.xxx.224)

    토닥토닥 해드릴게요

  • 9. ㅇㅈ
    '23.1.16 11:37 PM (125.189.xxx.41)

    죄송하지만 아빠 말 무시하시고요.(잘 안되겠지만요)
    넘 담아두지마셔요..
    속깊은 아이말이 맞을겁니다.
    저 나이 어르신 저런 분 많아요..
    본인감정 어쩌지못하고 찌질하게 배우자에게나
    아랫사람에게 쏟아붓는...
    울집 어르신도 그러다가 좋아지는거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오롯이 어머니가 감당하셨어요..
    저히들은 그다지 상대안하고요..ㅠ
    힘들더라도 가시면 어머니가 위로라도
    될거같아요..에효..어쩌나..

  • 10. ...
    '23.1.16 11:41 PM (175.117.xxx.251)

    가지마세요. 잠시 쉬세요. 엄마이전에 날먼저 돌볼 시간도 펠요해요

  • 11. 안가션도돼요
    '23.1.16 11:41 PM (223.38.xxx.77)

    평생 폭언한 사람
    아버지대접 다 안해도돼요

  • 12. .....
    '23.1.16 11:47 PM (211.221.xxx.167)

    그 감당은 어머니 몫이죠.
    원글이 그런 아비를 감당할 이윤 없어요.

    내 자존감 갉아먹고 아이들에게도 안좋은 소리 듣게하는걸
    방치하는건 원글님 어머니가 했던 것을
    원글님 자식들에게 그대로 하는것과 마찬가지니까요.

  • 13.
    '23.1.16 11:52 PM (218.155.xxx.188)

    아이가 자기 생각을 잘 말하긴 했지만..
    사실 그건 아이의 입장이 당사자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글님과 어머니처럼 오랜 기간 버텨온 정도로의 밀접함은 없기 때믄에 보이는 거고요..그래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죠..

    어머니는 감당하는 것 맞고
    어머니 입장에선 자식이 오는 게 더 좋지만
    그걸 님의 자식에게까지 물려줄 필요는 없어요.

    가는 것 안 가는 것..모두 님의 자유지만요.

    저 같으면 당분간.. 좀 거리를 두겠습니다.
    내 상처를 돌봐줄 필요가 있어요.

  • 14.
    '23.1.16 11:54 PM (175.193.xxx.50)

    어머님 댁에 가서 준비해주신 것을 차에 싣는다.
    아버지 제외 시내 식당에서 식사한다.
    가는 길에 포장 들려보낸다.

    끝.

    원글님 앞으로 20년은 더 보셔야할 수 있어요.
    원글님이 느끼시는 감정도 소중해요.
    어머님을 위해서라면 모시고 나와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집 앞에 내려드리고 올라오세요.

  • 15. 님의
    '23.1.16 11:54 PM (220.85.xxx.236)

    어머니는 남편에게서 자식을 보호하지 못했지만
    님은 아버지에게서 자신과 자녀를 보호할 수 있어요
    무기력한 어머니들은 모두
    희생과 고통을 같이 감내하기를 바라지
    자식이 자신의 남편을 이기는 꼴은 또 못보더라구요

  • 16. ...
    '23.1.17 12:10 AM (116.36.xxx.130)

    아버지 본인이 어쩌지 못하는 화를 퍼붓는게 일상인데 못고치죠.
    하던대로 하세요.
    그래야 아버지가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게 될거예요.

  • 17. 피자
    '23.1.17 12:12 AM (112.170.xxx.79)

    늦은밤 댓글들 모두 감사합니다.

    수갈래 만갈래의 생각, 결심, 분노와 체념 속에서
    몇번은 지나고 지났을 마음의 흔적들을 댓글에서 만나네요.

    아이가 저랑 달라서,
    그 다른 생각들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많이 가난해서 가진게 하나씩 밖에 없었는데
    아이는 나보다 넉넉하고 여유 있음이 기뻤어요.

    누구도 나보다는 넉넉할테지만 아이도 그렇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되네요.

  • 18. 흠..
    '23.1.17 12:29 AM (58.233.xxx.138)

    전 어머니를 생각해서 가는게 어떨까하네요.
    그리고 김장때 이야기를 안해서 모르겠는데..어머니를 아버지가 몰아세울 때 원글님은 어떠셨는지요? 방관자였는지.. 어머니는 원글님의 아이가 말한대로 다 감당하는 거에요. 혼자 견디는 건데..
    님은 모른척하는게 과연 좋을까요?

    저라면 님이 불편하다면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한번쯤은 아버지도 꺾이고 적어도 님눈치와 손자?손녀 눈치를 보더라도 님의 어머니에 대해 하대하고 마구 화풀이를 할 수 없다는 걸 일깨워줬으면 해요.

    님은 안가는 걸로 그만이지만 어머니는 평생 배우자 잘못만나서 님도 못만나고 남편만 눈치보며 사는 삶이 불쌍치 않나요?? 어머니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그걸 다 감당해야하나요?
    저라면 어머니에게도 이러저러하게 이야기하고 좀 표현하라고 자기 주장하라고 하고
    아버지에게도 그렇게 터무니 없는 화는 루저에 전형이라고 뭐라고 막 해댈 겁니다.

    전 솔직히 님이 좀 못됀거 같아요. 님 아이가 정말 착하고.. 님 어머니는 불쌍하고 그러네요.

  • 19. ㅁㅁㅁ
    '23.1.17 12:31 AM (210.178.xxx.73)

    아이가 속이 깊네요 원글님의 큰 복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도 원글님 어머니를 너무 좋게 생각해 이해하려 노력하지 마세요 자식인 원글님을 보호하지 않은 분이세요
    못한 게 아니라 아니라고 한 건, 자식이 어렸을 때야 상황 탓하며 그리 사셨다 해도 지금은 자식이 말한 방식으로 거리를 두어 보호할 수 있는건데 자식의 죄책감 부추겨 같이 구렁텅이에 뒹굴자 하시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조부의 바닥을 보이지 마세요
    그리고 한가지 더,,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을 자꾸 미화시켜 이해하려 하잖아요? 나중에 나쁜 사람을 나쁘다고 못해 자식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요
    자녀분이 할아버지 화에 대해 한 이야기, 나중에 자신을 괴롭히는 남친에 대해 그 사람이 마음은 안 그렇다 화를 어쩌지 못해 저런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며 인연 이어간다면 아찔하지 않으세요?
    네 선의는 귀하나 저건 잘못된 행동이고 나는 너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엄마다 알린 뒤 안 가시길 권해요

  • 20. 흠..
    '23.1.17 12:35 AM (58.233.xxx.138)

    솔직히 님 부모 둘 사이에 중재자가 님인데 지금 봐서는 님은 중재자는 커녕 아버지의 화를 결국 간접적으로 다 그대로 풀도록 놔두고 있어요.
    님이 아버지에 대해 가스라이팅 당한 건지는 모르지만 님의 효도가 못마땅하니 저렇게 화를 님을 빗대어 어머니께 하는데도 님은 가만히 있고
    어머니는 맨날 당하니 가만히 있고....

    전 어머니가 참 불쌍해보입니다. 님의 자식에게 할머니에 대한 모습이 애처로와보이는데.. 외면한다고 아이의 그마음이 달라질까요?

    더 이상 아이에게 저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동을 하세요. 어머니께 그냥 속으로만 이혼을 권유하지 말고 당당하게 부모 앞에서 그런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이혼하시라 권유를 하세요.
    전 님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어머니 대해 불만을 차라리 두분 다 안보겠다고 어머니께 협박?을 하니 어머니는 더 외롭고 고독할 거 같아 안타깝네요.

    아무튼 설 앞두고 아이가 저렇게 이야기 하는 거 잘 새겨 들어보세요.
    과연 안가는게 해결책일까요? 님의 이기심만 표현한 거는 아닌지 찬찬히 님에게 물어보세요.

  • 21. 흠..
    '23.1.17 12:39 AM (58.233.xxx.138)

    그리고 안간다고 결심하면 당당하게 아버지에게 아버지 보기 싫어서 안가겠다라고 직접 말하세요.
    어머니 내세워서 하지 마시고요.
    어머니는 또 그러겠죠. 님이 바빠서 못올거 같다고 둘러대면 거기에 아버진 또 딸에 대한 원망을 어머니께 해대겠죠.
    어머니를 방패막이로 쓰지 마세요. 님은 님의 의사표현을 정확히 하세요. 적어도 아버지에게요.
    어머니는 지금 봐서는 님에게도 치이고 아버지에게도 치이고 있습니다.
    그걸 님은 어머니의 선택이라고 말하겠지만요.

  • 22. 속깊은 아이
    '23.1.17 12:43 AM (108.28.xxx.52)

    아이가 몇살인지 모르지만 대인배네요.
    진심 코가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부모복 대신에 자식복으로 다 받으셨나봐요 원글님.

  • 23. 친정
    '23.1.17 1:04 AM (124.57.xxx.214)

    근처에 가서 엄마만 만나고
    엄마가 주신 것 받고 용돈 드리고 오세요.
    아버지는 만날 필요 없어요.
    전화로만 더이상 화내는 아버지 안보고 싶다고
    하세요.

  • 24. happy12
    '23.1.17 1:14 AM (121.137.xxx.107)

    생각 깊은 착한 아이네요.
    그런 아이 말을 진심으로 들은 엄마인 원글님도 좋으신 분이세요.
    아빠는 정신차려야 할 것 같은데, 더 찾아가진 마세요.
    그냥 어머니만 뵙고 오는게 좋겠네요

  • 25.
    '23.1.17 1:24 AM (1.238.xxx.15)

    원글님이 따뜻한 분이네요 그래서 아이도 따뜻하고
    행복하세요

  • 26. ...
    '23.1.17 1:44 AM (222.239.xxx.66) - 삭제된댓글

    그걸 새롭게 생각해보고 고맙다고 할수있는 원글님의 마음..
    아이의 말에도 가만 읽어가다가 마지막 구절에서 마음이 찡해졌어요.
    원글님은 따뜻하시고 선한분이신것 같아요.
    원글님 마음이 가는데로, 마음이 제일 편한데로 하세요. 그것이 정답입니다.

  • 27. ...
    '23.1.17 1:45 AM (222.239.xxx.66)

    그걸 새롭게 생각해보고 고맙다고 할수있는 원글님의 마음..
    아이의 말에도 가만 읽어가다가 마지막 구절에서 마음이 찡해졌어요.
    원글님은 따뜻하시고 선한분이신것 같아요.
    원글님 마음이 가는대로, 마음이 제일 편한대로 하세요. 그것이 정답입니다.

  • 28. ....
    '23.1.17 1:54 AM (110.13.xxx.200)

    근데 이제 성인이니 아버지라도 입바른 소리를 못하시려나요.
    저런 성정이니 씨알도 안먹히겠지만 그소리 듣고 평생 사시는 어머님도 안타깝네요.
    자식입장에선 먹히지도 않는 쓴소리 부모에게 하는것보단 안보는게 속편하죠
    저도 애비에게 학대당했던 사람이라 깊이 공감합니다.
    지금은 안보고 살아요.
    만나면 속에서 부글부글이였는데 안보니 평화롭네요.
    부모안보고 사는게 평화라니 참 부모를 잘못 만났죠.

  • 29. 공감
    '23.1.17 1:58 AM (174.94.xxx.4)

    요즘 인기있는 학폭에 관련된 드라마를 보면서
    가해자 심리에 대해 조금 이해가 되었어요.
    그들은 마음 깊이 쌓여 있던 분노를 쏟아낼 대상이
    필요한데 그저 자기보다 약한 존재가 눈에 띄면
    그뿐입니다. 공격해야 할 정당한 이유따위는 없어요.
    가족 안에서 더 많은 학대와 폭행이 발생하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겠죠. 분노를 터뜨릴 대상이
    손닿을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고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라 그만큼 안전하다고 믿으니까요.
    그런 가해자 심리를 가진 이가 가족 중에 있다면
    최대한 멀어지는 것이 정답입니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요.

    원글님 자녀분 말처럼 어머니는 남편의 폭행과
    폭언을 감당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자녀가 어릴 때는 그런 어머니가 있다는 것이
    다행한 일이지요.

    하지만 자녀가 자라서 성인이 될 때까지
    어머니가 그 환경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면
    어머니로부터도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머니의 신체과 목숨이 위급할 정도의 학대라면
    당연히 공권력을 동원해서 두 분을 분리시켜야
    합니다. 그정도로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정말 가슴 아프지만 그분의 삶이고 선택이에요.
    폭력적인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어머니를
    구하고 싶은 것은 모든 자녀의 절절한 소망이지만,
    당사자인 어머니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자녀의 노력은
    허무하게 소비되고 말아요.

    특히 원글님처럼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학대를
    받아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부모님과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원글님에게도 자신 만의 삶이 있고
    원글님의 선택은 언제나 원글님 자신의 안전과 평온을
    최우선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 원글님 자신과 원글님이
    이룩한 가족들에게 집중하면서
    살아가세요.

    그래도 됩니다.
    그래야 합니다.

    Cycle breaker는 원가족으로부터로 비난받고
    원망을 듣는 것이 흔합니다.
    특히 효를 바탕으로 한 가족문화가 끈끈하게
    이어져 내려온 한국 가족 문화 안에서는
    특히 더 심하겠지요.

    어머니를 죽음직전까지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가 살인을 저지른 아들에게
    패륜이라는 딱지를 붙이던 문화이니까요.
    요즘은 그렇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원글님과 비슷한 성장기에 아직까지도
    아버지의 이유없는 분노를 뒤집어 써야 하는 딸이기에
    원글님의 결정을 적극 응원하고 환영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힘내세요.

  • 30. 댓글들이
    '23.1.17 2:28 AM (70.106.xxx.218)

    댓글들이 주옥같네요

  • 31. 댓글
    '23.1.17 4:17 AM (14.55.xxx.33)

    다 안 읽었어요
    기지마세요
    어머니가 안오는 딸로 인해 아버지에게 무슨 불만이라도 표시해야 또 아버지 본인도 자신을 주체 못해서 표출하는 화라면 속으로는 자식 그나마 하나있는 딸자식 안오는 거에 반성할거예요 물론 그 반성이란게 다시 어며니를 학대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깅쉬운데요
    그래도 시간 지나면 바꿜 거예요 특히 어머니가 자생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이라면 본인이 살기 위해서라도 아버지를 어떤의미에서는 이겨야할 거예요
    지금가면 영원히 그 구조를 못끊고ㅈ답습하게되어요
    자식이라면 속으로는 미워하지 않지만 자신을 주체 못해서 밥상업고 때리고살림부수는 사람이라도 막상 눈 앞에서 자기가 저지른 행태의 결과를 보면 달라질 수 있어요 안 그럼 이 고리 못 끊어요
    어머니를 위해서도요 자식까지 못오게 만든 애비를 용서 못하겠다고 어머니가 표현한다면 어머니를 생각히는 맘이 조금이라도 있는 애비라면 겁내고 무서워해요

  • 32. ...
    '23.1.17 6:12 AM (59.6.xxx.180)

    아이가 몇살인데. 그리 얘기하나요
    속 깊은아이이네요

  • 33. ㅁㅇㅁㅁ
    '23.1.17 7:17 AM (125.178.xxx.53)

    자녀분이 할아버지 화에 대해 한 이야기, 나중에 자신을 괴롭히는 남친에 대해 그 사람이 마음은 안 그렇다 화를 어쩌지 못해 저런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며 인연 이어간다면 아찔하지 않으세요?





    진짜 아찔하네요

  • 34. 엄마
    '23.1.17 8:07 AM (58.231.xxx.12)

    음식잔뜩해놓고 기다리는엄마를 생각해서라도 가세요 욕했다고 발길까지끊다니 엄마봐서가는거지 아빠의화도 어디서부터 시작된건지는 모르잖아요 키워준부모이니 명절엔 가세요 안간다고좋던가요 또다른괴로움이있어요 아이를생각해서라도

  • 35. 학대속에
    '23.1.17 8:35 AM (211.108.xxx.131) - 삭제된댓글

    성장하다보니 일순간 판단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건지요?
    분노조절장애로 치료받아야 할 사람.

    '아이 둘에게 미안하고 창피했다' 이건 팩트고

    님처럼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해보지않은 아이가
    하는 사실에 맞지않는 (실은 치료받을 정도잖아요)
    달콤한 말에 위로는 좀 안맞는것 같네요
    남편은 뭐라는지요?

  • 36. ..,
    '23.1.17 8:54 AM (203.234.xxx.155)

    자녀분이 할아버지 화에 대해 한 이야기, 나중에 자신을 괴롭히는 남친에 대해 그 사람이 마음은 안 그렇다 화를 어쩌지 못해 저런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며 인연 이어간다면 아찔하지 않으세요?
    3333333333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엄마에게 폭언, 욕설을 퍼붓는 상황에서는 원글님 자신과 자녀분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아야 합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서 못 벗어나는 건 그 분의 몫, 자식이 어쩔 수 없어요.

    어떤 가정에서도 자식이 부모를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보호해주는 존재지 그 반대의 상황을 자꾸 가정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에요. 부모에 대한 도리 등의 말로 원글님에게 죄책감 갖게 하는 댓글들 참 나쁘네요. 그런 폭력에 직접 대면해서 이 가정이 받을 상처에 책임질 수 없잖아요

  • 37. 원글님이
    '23.1.17 9:40 AM (61.82.xxx.161)

    안가셔야
    엄마도 스스로 자생합니다
    당분간은 발길 끊어보세요

  • 38.
    '23.1.17 9:58 AM (114.203.xxx.84)

    나의 성장은 학대의 시간이었다

    원글님이 쓰신 이 첫줄을 읽고도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친정에 가라는 댓글들이
    많아서 솔직히 충격받았어요
    솔직히 본인의 일이라해도 가겠나요?
    성장이라는게 하루이틀만의 기간도 시간도 아닐진대
    오롯이 그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난 원글님에게
    그 지옥같은 곳에 제 발로 찾아가라니요...

    어머니 불쌍한거 맞아요 맞습니다
    하지만 위의 여러분들도 말씀해주셨듯이
    어머니는 원글님을 온전히 지켜주시지도 못했고
    본인또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도, 그렇다고 변화시키지도
    못하신것 또한 맞아요
    원글님이 얼마나 큰 상처 입은 영혼으로서 성장하고
    아직도 그 지옥같은 트라우마를 견디며 살고 있다는걸
    조금이라도 불쌍히 여기는 맘이 있다면
    저런식으로 자식의 마음에 억지 죄책감을 심듯 말할수는
    없을거에요

    원글님의 속 깊은 따님의 나이가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녀간 더 속 깊은곳의 대화가 이어지는 날이 온다면
    따님도 엄마를 이해할거라 생각합니다
    이건 당사자가 누구이던지간에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명확한 답이 나옵니다
    치유되지 않은 몸과 마음과 영혼을 가진 이에게
    상처받은 그 자리 그 공간 그 사람에게 가라는건
    정말 잔인한 일 그 자체라고 봅니다 애휴...(원글님 토닥토닥)

  • 39. 객관적 시각
    '23.1.17 11:00 AM (118.235.xxx.52) - 삭제된댓글

    아이한테는 남 일이기 때문에 객관적 시야로 볼 수 있는 거에요.
    그리고 그 말이 맞기도 하구요.
    하지만 내 일이 됐을 때 내가 그렇게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볼 수 없고 내가 피해를 당할 때 맞대응할 수 없다면 피해야 되는거에요.
    원글님도 자기 입장을 아이에게 잘 설명하시고 냉정한 대응을 할 수 없다면 피하는 것도 답이라고 알려주세요.

  • 40. 이제는
    '23.1.17 11:54 AM (220.85.xxx.236)

    어머니가 더 가해자입니다
    내가 님의 어머니라면
    딸에게 집에 오지말라고 하겠어요
    욕설과 폭언을 들으면서도 친정에 오라는건
    내가 벗어날 용기가 없는 이 시궁창을
    나이든 딸에게 가끔 함께 뒹굴달라는 뜻
    아버지만큼 어머니도 나쁜 사람입니다
    원글님 불쌍해요

  • 41. ...
    '23.1.17 1:00 PM (211.250.xxx.45)

    원글님......아픈시간 잘 지내오신거죠?

    우리아빠도 좀 비슷해서.....그마음 조금알아요
    부모님 연세가 어떤지모르지만
    아파보고 기운딸려봐야 좀덜해지지 죽을때까지 그성질머리 안변해요

    원글님 다른형제있는지모르겠지만 안온다하면 음식안하겠죠
    그냥 두세요
    그건 엄마의몫이에요
    명절에 집이 조용하고 썰렁한거 그거 다 부모님몫이에요

    잔인하겠지만 눈에 안보이면 좀 나아요
    집이 조용하다가 아버지가 어머님께 지랄을떨어도 안보이면 좀 나아요

    어머니도 더 받아쳐야하는데.....쉽지않을실거같고.....
    그냥 가지마시고 아이들과 재밌는시간보내세요

    진짜 아버지가 빨리죽기를 바라는 자식의마음은 아겼어본사람은 모릅니다
    원글님 이제 내가족만 챙기세요
    엄마보고싶으면 엄마만 밖에서 보고오시구요
    그래야 엄마도 아버지에대해 생각을 하실거에요

  • 42. ....
    '23.1.18 10:42 PM (110.13.xxx.200)

    키워준 부모니 명절엔 가라는 댓글은 부모입장의 노인분이신가요.
    나이들어서까지 나를 억압하며 살라니 참 한심한 조언이네요.
    안겪어보면 함부로 말하는거 아니죠.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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