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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크리스마스날 우리언니는 심장 시술 받았어요.

마음 조회수 : 5,564
작성일 : 2022-12-28 20:42:02
내년이면 환갑을 맞이하는 언니가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심장시술을 받았어요.

협심증이래요.
언니의 곁엔 
속좁고 껄렁껄렁한 
형부가 있어요.

친정엄마곁에 사흘만이라도 있다고 싶다했더니
그마저도 싫은 티를 내서
어쩔수없이 집에 왔더니,
혈관시술로 팔과 손이 다 부은 언니를 팽개쳐두고
형부혼자서만
점심에 식당가서 된장찌개 백반을 해결하고 왔대요.

언니의 1박2일 퇴원소식을 듣고
반찬과 약간의 돈과 과일을 챙겨
가보니,
언니가 없더라구요.

게임삼매경에 빠진 형부는
내쫒았다, 킬킬킬.
아,늘 제대로 된 대답을 한번도 해준적없는 
형부.
10분정도 지나자, 언니가 윗집슈퍼에 택배찾으러
갔다고 하면서 돌아오더군요.
뒤이어 엄마가 반찬과 빵을 들고와서 냉장고에 들여놓으니
형부가 주춤거리다가
밖에 나가더라구요.

나갔냐??
언니가 제게 소리죽여 물어보더니,
아침은 병원에서 밥먹었고
곧 퇴원절차 밟고 열시무렵 돌아오니,
형부는 아침도 못먹었다고
근처 식당에 가서 혼자서만 밥먹어놓곤
누워있는 자신에겐 엄살피우고 있다고 
핀잔을 주며 게임만 하고 있더래요.

그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현관문이 소리없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형부가 몰래 엿듣고 서있더라구요.

우리아빠의 알콜중독은 무서울정도로
폭력적이었고,
황달기가 다분한 눈가에 비치던 아침햇살은
얼마나 비참했던 삶의 무늬였는지
어린 우리들은 그 슬픔이 얼마나 무거운 무게였는지
너무 잘알았지요.
그런 우리들에게 어른들의 냉대와 무시.
또 급우들사이에서도 철저하게 외면받고 친구하나 없이
감내해야 했던 그 시절은 제게 수용소같은 시절이었어요.
아무도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런 제가 지금은 어떻냐고요.
그렇게 스스로 노력을 했는데도 유년기내내
혼자 지냈던 제가 지금도 제 속을 드러내질 못해서
친구한명 없이 살아요.

그런데 그건 우리 언니도 마찬가지에요.
작은식당을 운영하는 언니곁엔
믿을수없는 형부가 있어요.

사철 발벗은 아내,
여기에도 있는데
일손을 손에서 평생 놓지못한 언니는
크리스마스날 심장시술을 했어요.
참 가혹하다싶어요.

절 찾는 친구하나 없는 제게
저녁나절 울린 전화번호.
왠지 낯익은듯해서
받아보니.
나 아세요?? 누군지??
반문을 하는 목소리에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작년겨울에 귤팔던 사람인데
올핸 안시켜서 물어봤다는거에요^^
그 귤, 안타깝게도 맛이 없었어요.
아주 시고
머리끝까지 쭈뼛거리던 그 신맛.
그 신맛이 떠올랐어요^^
아주 달콤한 맛이었으면 그나마
이전화가 덜 쓸쓸했을텐데.
그냥 이런 인생도 있구나 하고 
오늘 제 맘 들어주세요.

IP : 119.71.xxx.203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2.12.28 8:47 PM (211.214.xxx.61)

    이리 와봐요
    안아드릴께요

    괜찮아요
    잘살아오셨어요
    이젠
    하고싶은거 하면서 사세요
    등도 토닥여드릴께요

  • 2. 위로
    '22.12.28 8:48 PM (110.14.xxx.147)

    그래도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그냥 순하게 잘 살고 가면 좋은 끝이 있으리라 믿어요
    너무 슬퍼 말아요
    다 따져서 뭐하게요
    그냥 주어진 인생을 살아내는 거죠

  • 3. 그 형부
    '22.12.28 8:49 PM (218.39.xxx.130)

    조용히 사라져 주길~~~~~

  • 4.
    '22.12.28 8:50 PM (61.74.xxx.175)

    날이 너무 춥고 한 해가 지나가니 저도 지난날이 생각 나고 외롭기도 하고
    쓸쓸하네요
    형부란 사람 참 할 말이 없네요
    나이 드니 지인들이 남편에게 서운 했던 점이나 남편의 이상한 점을 솔직히
    터놓는데 이상한 사람들도 많더군요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왜 저런 배우자를 만났는지 듣기만 하는 저도 화가 나더라구요
    인생이 참 불공평해요

  • 5. , ,
    '22.12.28 8:51 PM (210.97.xxx.59)

    그래도 언니가 계시니 얼마나 의지되고 다행이세요.

    고단했던 지난날 너무 힘드셨겠어요. 잘 견디셨어요.

  • 6. 원글님
    '22.12.28 8:51 PM (49.171.xxx.76)

    위로를 드립니다. 그래도 잘 사셨고 잘 사시고 계십니다. 글만읽어도 따뜻한 분일듯해요. 내년엔 더 찬란히 좋은날만 있으시길 기도해요

  • 7.
    '22.12.28 8:55 PM (122.37.xxx.67)

    글을 참 잘쓰시네요~~ 소설이나 수필 써보세요

  • 8. 답답해요
    '22.12.28 8:56 PM (210.2.xxx.28)

    뭐하러 그런 형부와 언니는 사는 건가요.

    아이들 때문에요?

    아이가 없으면 당장 이혼해야죠.

    구덩이에 빠져있으면 발목에 사슬부터 풀어야하쟎아요

  • 9. 슬픈내용
    '22.12.28 8:58 PM (221.149.xxx.179)

    인데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서로를 위로할 자매라 참 부럽네요.
    의지 않되고 해답없는 철부지 남편
    평소 얼마나 갑갑하게 했으면 협심증일지
    읽는 저도 갑갑하네요. 언니 잘 보듬어 주세요.
    님도 건강하시길

  • 10. 싷ㅎ은티
    '22.12.28 9:12 PM (220.117.xxx.61)

    싫은티를 내거나 말거나
    친정도 못가니 그러고 살고
    형부가 그 따위로 발전하는거에요
    가슴이 아프고 속이 터지네요 ㅠㅠ

  • 11. 언니
    '22.12.28 9:29 PM (124.53.xxx.169)

    그런 형부와 헤어지면 안되나요?
    언니가 생활도 스스로 해결 하시는거 같은데 왜 그런남잘 옆에 둘까요?
    언니에겐 엄마도 계시고 원글님도 있잖아요.
    혹 그 침침함에 익숙해져 벗어던질 생각조차 못하고 숙명처럼 이고 살아가는건 아닌지 ...

  • 12. 못헤어
    '22.12.28 9:34 PM (220.117.xxx.61)

    못헤어지니
    건강하고 편히 사세요

  • 13. ㅡㅡ
    '22.12.28 9:36 PM (116.37.xxx.94)

    마음이 짠해지네요
    언니도 글쓴님도 앞으로 평안하셨으면 좋겠어요

  • 14. ..
    '22.12.28 9:43 PM (211.250.xxx.247)

    글 진짜 잘 쓰세요~ 쭉쭉 읽혀요 이렇게 쓰기 쉽지 않아요 재능 있으세요 친구 없으시다 하지만 언니가 있잖아요^^ 자매랑 친구랑 별개라고들 많이 그러지만 아껴주고 의지되면 친구고 자매가 되는거죠

  • 15. ...
    '22.12.28 9:51 PM (110.14.xxx.184) - 삭제된댓글

    40대 중반이 되니...
    사는게 첨 고역이구나...싶어요.
    힘내세요...

  • 16. 9949
    '22.12.28 9:53 PM (175.126.xxx.78)

    마음이 아프네요 한글자한글자에서 얼굴도 뵙지못한 님의 표정이 그려졌어요
    하지만 또 잘 지키고 버티셨구나 멋지신분이다
    담담히 간결한데 굉장히 전달력있게 울리는 글을 쓰시는 분이 되셨구나 자기연민에 허우적대지 않고 어른으로 잘 서계시는구나 라는 생각도 드네요

  • 17. ….
    '22.12.28 10:01 PM (121.162.xxx.204) - 삭제된댓글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여기에 자주 사시는 글 올려주시면서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서로 위로 받을것 같아요.

  • 18. 아가
    '22.12.28 10:02 PM (124.50.xxx.70)

    토닥ㅌ닥.....
    안아주고 싶어요...

  • 19. …..
    '22.12.28 10:04 PM (121.162.xxx.204)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여기에 자주 사시는 글 올려주시면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서로 위로 받으면서
    친구가 될것 같아요.

  • 20. 빼어난
    '22.12.28 10:32 PM (116.41.xxx.141)

    글솜씨
    작가지망생이신지
    자매 가족이야기 세상에 내놓아도 충분히 주목받을 솜씨세요 가족 친구들한테 받은 소와가 글솜씨로 날개잘았나봐요
    가독성이 넘 좋아요
    이리 편하게 읽게만드는게 쉽지않은데 ~~

  • 21.
    '22.12.28 10:47 PM (221.149.xxx.179)

    읽고 싶네요. 자주 올려 주세요.
    그 형부라는 남편은 데리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드네요. 부인을 아끼는것도 아니고
    염려하는 마음도 엿보이지 않고 게임에 빠져사는 듯
    멀쩡한 심장도 멈추게 하는 옆지기같아 욕이 갑툭튀중
    언니의 앞으로의 삶이 평안해지길 바래요.

  • 22.
    '22.12.28 10:48 PM (14.38.xxx.227)

    담담하게 풀어냈는데
    절절합니다
    참 잘 쓰십니다

  • 23. 어머
    '22.12.28 11:25 PM (27.254.xxx.165)

    글을 어쩜 이렇게 잘 쓰세요,
    글쓰기가 인생 동무 인가봅니다

  • 24.
    '22.12.29 12:06 AM (119.70.xxx.90)

    저도 글 써보시라 하려고 로그인했어요
    자기전 82와서 획휙 넘기다가
    차분차분 읽어봤어요
    친구없진 않으실텐데 한걸음씩만 내딛어보세요 자신있게.

  • 25. 저도
    '22.12.29 12:22 AM (58.79.xxx.16)

    친구없어요.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어요.

  • 26. 친구 없는게
    '22.12.29 12:52 AM (99.241.xxx.71)

    큰일 아니예요.
    저도 없는데 그게 문제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나쁜 인연보다는 아예 인연이 없는게 더 인생에 도움됩니다
    세상의 대부분의 인연들은 별로 좋은 인연들이 아니예요

    혼자 조용히 살면서 여러 즐거움을 느끼는 인생도 나쁜 인생 아니니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님도 언니분도 서로가 있는데 그렇게 나쁜 삶은 아니라고 보여요

  • 27.
    '22.12.29 1:07 AM (119.196.xxx.139)

    글 잘 쓰세요
    저도 이 말하려고 로긴

  • 28. ㅇㅇ
    '22.12.29 1:42 AM (112.165.xxx.57)

    언니분과 원글님 부디 남은 인생 행복하시길 빕니다.

  • 29. 가을여행
    '22.12.29 5:37 AM (122.36.xxx.75)

    글 담담하게 잘 쓰시네요
    행복하세요 언니분이랑

  • 30. .....
    '22.12.29 8:22 AM (223.38.xxx.47)

    언니분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 31. ......
    '22.12.29 9:39 AM (222.117.xxx.6)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그나저나 심장시술 받으신 분들 5년 후 재발율이 50%나 되더라구요.
    건강 각별히 챙기시고 식생활과 운동에서 신경쓰셔야 할텐데
    동생분이라도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도움도 안되는 형부는 내다버리면 안되나요?
    언니가 너무 여리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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