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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사랑이었던 "그럼 됐다"

0011 조회수 : 5,473
작성일 : 2022-12-01 16:06:00


예전에 학교서 소풍가거나 하면
아빠가 용돈을 두둑히 주셨어요
늘 하는 말이 남들 먹을 때 먹고 싶다고 쳐다보지 말고
너도 사 먹으라고..

그리고 좋은 옷을 사주시고 나서는
따뜻한지 춥게 다니지 말라는 말도 해주시곤 했는데
제가 "네 잘 먹고 다녔어요" 혹은 "네 따뜻해요" 하면
항상 마지막에 "그럼 됐다" 라고 하셨거든요

그땐 그냥 하나의 대답일 뿐이었는데

요즘 아이 키우면서 그 말의 의미를 알게됐어요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큰 돈이나 제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될 때가 생기는데..
한겨울용 패딩을 산다던가..
피아노를 사준다던가...
소풍 가야한다고 해서 도시락을 열심히 싸주던가 등이요..

그러면 아이에게 밥은 잘 먹었는지
춥진 않았는지 등등 제가 물어요
그럼 아이가 "응 다 먹었어. 맛있었어" 혹은 " 안 추워"
이런 대답을 하면 제가 "그럼 됐다" 라고 하고 있더라구요~

오늘 그걸 자각 하고 아빠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그럼 됐다라는 말은

너만 좋으면 난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라는 말이 담긴 희생 이었더라구요..
회사 다니고 전쟁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내가 사고 싶은걸 조금 미뤄도 너만 좋으면
난 괜찮다는 온전한 사랑이기도 했구요..

아이가 좋으니
난 아무래도 상관 없는거..
온전한 희생이 가득 담긴 말이었어요..

저희 아빠가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저에게 심하게 할 때도 있던터라
아빠에게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던 것 같은데
아이 키우면서 아빠의 사랑을 보물찾기처럼 찾게 되네요 ㅎ
아빠한테 잘해드려야 겠어요 ㅎ
IP : 58.233.xxx.22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2.12.1 4:09 PM (222.236.xxx.19)

    원글님 글보니까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 생각이 갑자기 나네요..ㅠㅠ 그래서 좀 슬퍼요....
    원글님 진짜 아버지 살아계실때 진심으로 잘하세요 .저도 아버지랑 친구같이 제 고민거리도 다 들어주고
    다음생에도 우리 아버지딸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사이 좋았지만 돌아가시니까
    제가 못해드린것만 한번씩 생각이 나고 ...원글님 같은글 보면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어요..ㅠㅠ
    그냥 원글님한테는 일상글인데 전 아버지 때문에 울적하네요 ..

  • 2. 이 겨울 한파에도
    '22.12.1 4:10 PM (121.182.xxx.44)

    마음깊숙이 따사로운 햇살이 비껴드는 느낌..감사합니다.

  • 3. 이뻐
    '22.12.1 4:10 PM (211.251.xxx.199)

    뭐 모든 사람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아이를 키워봤냐? 아니냐?에 따라
    사람이 한번 더 성장한다는걸 느낍니다.
    특히 부모의 마음은 내가 자식을 키워봐야 알수있지요

  • 4.
    '22.12.1 4:40 PM (220.121.xxx.162)

    맞아요. 그럼 됐다... 너만 따뜻하고 너만 배부르면 됐다.
    나는 갖고싶은거, 먹고싶은거 참아도 다 괜찮다.. 너만 행복하다면.

    자식이 이런 존재 맞아요.....

  • 5. 0011
    '22.12.1 4:48 PM (58.233.xxx.22)

    네... 자식말고 누구에게 이런 온전한 희생과 사랑을 줄 수 있을까요..?

  • 6. 부러워요 원글님
    '22.12.1 4:52 PM (106.101.xxx.209)

    저는 자식 키우면 키울수록
    부모가 싫어져요.
    아니 어쩌면 둘 모두
    제가 아파도 약값 아까워 약 한번을 안사줬을까
    결혼할때도 돈 천원을 줄 생각을 안했을까
    자식키우며 더 싫어져서
    아예 연락을 안하게 됩니다.

  • 7.
    '22.12.1 4:52 PM (118.235.xxx.118)

    제가 하는말인데 전 그냥썼는데 그거군요. 요며칠 고구마사다 쪄서 썰어 건조기에 말리는 짓을 4일해 아이 기숙사로 보냈는데 답도 없고 전화 맛있니 물어보니 응 하길래 그럼됐다 ㅠ 부모는 주기만하는 존재 맞아요 저도 받기만했으니 쥐야죠

  • 8. ..
    '22.12.1 4:56 PM (116.39.xxx.71)

    아, 눈물 나.

  • 9. ...
    '22.12.1 4:57 PM (119.69.xxx.167)

    아빠 보고싶네요ㅜㅜ

  • 10. 아.
    '22.12.1 5:34 PM (112.171.xxx.112)

    마음이 몽글해집니다ㅠㅠ

  • 11. 진심
    '22.12.1 5:44 PM (223.39.xxx.82)

    부럽습니다

  • 12. ...
    '22.12.1 5:48 PM (166.104.xxx.100)

    눈물나네요... 아빠의 속깊은 사랑.
    "남들 먹을 때 먹고 싶다고 쳐다보지 말고,,,"라고 하신 아버님에게는 어린 시절 남들 먹을 때 먹고 싶어 쳐다만 보던 과거가 있었을지도요.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생각해보게 해 주신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 13. 햇살맘
    '22.12.1 5:56 PM (58.123.xxx.114)

    아빠가 치매로 2018년 여름에 요양원에 입원하셨어요.
    가끔 면회가면 어머니 어디가셨냐고 돌아가신 할머니만 찾으시고,
    자식들은 거의 못알아 보셨는데, 그와중에 막내딸인 저는 알아보시는지 어릴적부터 예쁘다고하며 웃으시던 미소를 지어주셨어요.
    그러곤 코로나 때문에 한참 찾아뵙지 못하고 올해 1월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대단할만큼 아빠에대한 정이 깊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죄송한 마음과 그리움에 시도때도 없이 울컥울컥 눈물이 나요. 지금도...
    원글님 아버님랑 좋은시간 자주보내시고, 사진도 많이 찍으셔요.
    원글님도 아버님도 건강하세요^^

  • 14. ㅇㅇ
    '22.12.1 6:19 PM (175.223.xxx.218)

    따뜻하네요

  • 15. ...
    '22.12.1 6:41 PM (223.62.xxx.81)

    원글니
    저도 눈물나요.
    별 감정없던 말이었는데 원글님덕분에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럼 됐다'..

  • 16. 좋은 글
    '22.12.1 8:39 PM (112.150.xxx.220)

    감사합니다~~
    저도 부모님 생각이 나서 좀 울컥하네요

  • 17. 쓸개코
    '22.12.1 9:41 PM (121.163.xxx.229) - 삭제된댓글

    난로처럼 따뜻한 글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나게 하는 글..
    울 아버진요.. 제가 티비 리모콘을 밟아서 '아야!' 비명을 지르면 리모콘에게 나쁜놈이라고 혼내시던 분이었어요.ㅎㅎ
    아빠 잘 계시죠?^^

  • 18. 쓸개코
    '22.12.1 9:42 PM (121.163.xxx.229)

    '그럼 됐다'
    읽는 저까지 위로받은 것 같아요.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나게 하는 글..

    울 아버진요.. 제가 티비 리모콘을 밟아서 '아야!' 비명을 지르면 리모콘에게 나쁜놈이라고 혼내시던 분이었어요.ㅎㅎ
    아빠 잘 계시죠?^^

  • 19. ..
    '22.12.1 9:55 PM (117.111.xxx.61)

    오늘 그걸 자각 하고 아빠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그럼 됐다라는 말은

    너만 좋으면 난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라는 말이 담긴 희생 이었더라구요..
    회사 다니고 전쟁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내가 사고 싶은걸 조금 미뤄도 너만 좋으면
    난 괜찮다는 온전한 사랑이기도 했구요..

    - 원글님 글을 너무 진솔하고 담백하게 쓰셔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너무 감사해요. 저도 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은 딸인데 언젠가 보물찾기 하게 되겠죠. 이 글 지우지 말아주세요. 두고두고 원망이 들 때마다 읽고 싶어요. 감사해요.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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