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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친 닮은 사람 보고 정신이 번쩍

조회수 : 3,306
작성일 : 2022-09-26 20:24:02

헤어진 지 몇 년 됐고
서로 감정은 여전한데 제 상황상 헤어져서
아련하게 남은데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면 왜, 가끔 생각도 나고 보고싶기도 하고
싱숭생숭 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오늘 지나다가 문득 그 사람과 아주 닮은 사람을 봤어요
뒷모습이었는데 닮은 정도가 아니라
‘똑같다’는 말을 써야 할 만큼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가진 사람 이었고
그 사람이 자주 입던 바지와 똑같았고
심지어는 앞모습도 얼핏 비슷해서
앞모습을 보자마자 한 0.1초 정도
그 사람이구나 하고 순간적으로 가슴이 쿵 내려 앉았어요

그런데 한 1초 응시하니 아니네요
확실히 참 많이 닮긴 했지만, 아니었어요
그리고 한 10초 지나니 그 사람이 눈에 더 선명하게 들어오면서
뭔가 머리에 댕 맞은 것 처럼 명확하게
아 내가 저런…저렇게 별 볼 일 없는;
지나가는 인파 중 그저 한 명에 지나지 않는
그런 사람을 그렇게 특별하게 여기고 사랑했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 못해봤었거든요
그 연애 자체를 스스로 너무 안타깝게 여기느라
몇 년이 되도록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도 없었던 거에요

이제와 생각해 보니
불룩 나온 배와 굽은 등
낡고 오래된 가방
정돈되지 않았던 바지와 운동화
아 내가 그런 사람을 사랑했었구나
이게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수년 전 끝난 연애에 이제사 권태기가 와서
정나미가 확 떨어진 것 같은 느낌

애초에 다 지난 일이니 이제사 변할 건 아무것도 없지만
적어도 괜히 스산한 바람불면 쓸쓸해 하고
정동길 걸을때 괜히 싱숭생숭 하고
이제 그런 헛짓거리는 안해도 되는거구나
정신이 아주 맑아졌어요
참 이상한 경험이에요
IP : 121.163.xxx.1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2.9.26 8:30 PM (110.9.xxx.132) - 삭제된댓글

    잘됐네요. 콩깍지가 떨어져서 객관화 되신 거 축하드려요

  • 2. 원글님
    '22.9.26 8:33 PM (1.129.xxx.255)

    글보고 아넷트베닝 에드해리스가 나왔던
    페이스 오브 러브 영화생각이
    났어요
    두명배우연기에 감탄하며 봤는데
    추천드려요
    나라면 저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게 만든 좋은 영화라서요

  • 3. 뭔가이건
    '22.9.26 8:50 PM (188.149.xxx.254) - 삭제된댓글

    원효대사 해골물이.....
    득도하셨군요.

  • 4. 하지만
    '22.9.26 8:58 PM (118.235.xxx.221)

    저도 그런 기억있어요.. 힘들고 고달픈시절을 함께 보낸 연인이요. 저도 그사람 때문에 오랜세월을 흘려보냈죠. 원글님이 묘사하신 낡고 오래된 가방에 정돈되지 않았던 머리카락 허름한 운동화... 저도 한때는 내가 구질구질한 드라마속 주인공이 된것같은 생각에 우울해지곤 했는데요. 지금와서 생각은 달라요. 그 사람은 이생에서 제가 꼭 만나야할 인연이었다는 생각. 내 인생에도 그렇게 순수한 마음을 바쳐 사랑받고 사랑했다는 진짜기억. 지금 거리를 걷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그사람이 지금은 반드시 어디선가 잘살아가기를... 어디서 마주쳐도 내가 못알아보게 정돈된 머리에 고급스러운 신발신고 잘살기를 바래요

  • 5. ㅇㅇㅇ
    '22.9.26 9:01 PM (106.102.xxx.225)

    그 사람이 그립다기보다 내 젊은날 싱그러운 시간을 보낸 그 추억이 그리운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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