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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엄마와 딸의 가을맞이 나들이^^

뿌듯한 하루 조회수 : 2,501
작성일 : 2022-08-24 20:11:50
엄마는 치매 초기십니다 
그래도 친정아버지께서 일찌감치 발견하시고 정기검진 꼬박꼬박 하시면서 약도 드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셔서 진단 받으신지는 10년 가까이 되셨지만 진행이 느려서 꽤 괜찮으세요 
기억력이 점점 안좋아지시기는 하지만 나름 알록달록 메모지 활용으로 스스로 챙기실 수 있는 부분들은 유지가 되고 있어요 
아빠가 컴터 게임도 찾아서 컴터에 넣어주시고, 제가 색칠하기 프로그램도 찾아놓고, 아빠는 매일 엄마를 데리고 나가서 운동을 하셨죠 
햇빛 쪼이면 좋다면서… 운동과 사람 만나는게 좋다고 의사가 이야기했다고 하시면서 교회분들의 봉사모임에도 참여하시도록 적극 도우시고 친구들 만나 밥도 사주고 만나서 수다 떨며 사회적 자극도 받으시라고 돈도 주시고..
아빠는 매일 새벽 같은 시간에 운동하시고 식사도 신경쓰시고 20년쯤 전에 걸렸던 암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 다니시면서 검사도 꼬박꼬박 받으시고 몸관리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엄청 열심히 하셨죠 
80넘으신 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골 장대하시고 근육질 팔다리에 다들 놀라실 정도로 
그러다 작년에 생각지도 않은 갑작스런 발병으로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철저하다시피 한 몸관리가 당신이 엄마보다 하루라도 오래사셔서 자식들 힘들지 않게 하시려고 강박에 가깝게 관리하신거라는걸 돌아가시기 직전 아빠의 일기에서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이제 제가 엄마 곁에 있어요 
두분이 저에게 해주신게 워낙 많아서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물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예요 
그래도 동생도 같이 돕고, 이제 서로 적응이 되었는지, 싸울만큼 싸웠는지 싸울 일이 없어서 슬슬 예전의 자매같던 사이로 돌아가고 있어요 ㅎㅎ
세상 사이좋은 모녀였는데 치매라는 것이 의도치 않게 서로를 힘들게 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 아빠가 혼자 엄마 돌보시느라 얼마나 신경쓰시고 힘드셨을지 한번씩 울컥하고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많이 나요 
돌아가시기 전에 아빠 참 힘드셨겠다고, 아빠 덕분에 난 아무 걱정없이 마냥 행복했다고, 아빠 손잡고 여러번 말씀드렸는데도 여전히 더 많이 말씀드리고 더 잘해드릴걸 하는 생각이 들고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저랑 정말 말이 잘 통했던 멋지고 쿨한 아빠셨거든요 ^^
아빠가 갑작스럽게 가시면서 말씀은 못하셨지만 엄마를 맡기고 먼저 가시면서 저와 동생에게 얼마나 미안해 하셨을지 짐작하고도 남기에 돌아가실 때 걱정 마시라고 의식없으신 아빠 귀에 수시로 말씀드렸어요 


엄마는 매일 주간보호센터에 나가시느라 나름 바빠서 시간이 안나던 차에 오늘 병원 정기진료가 있어서 하루 결석하고 진료도 보고 나들이도 했어요 
날씨가 하루만에 선선해지는 바람에 쾌적함과 더불어 여유가 생겨서인지 엄마랑 팔짱도 끼고 오래간만에 쇼핑을 했죠 
군것질거리도 사고 옷도 보고 신발도 보고 피팅룸에 같이 들어가서 입어보고 좋다 아니다 수다도 떨고…
평소 이런 시간이 잘 없어서 이때다 하고 어머니 가을 외출복, 실내복, 속옷 몇벌씩 사고 신발도 두켤레 샀어요 
(처음엔 뭘 이런걸 사냐, 비싸다, 필요없다 하셨는데 나중에 집에 오셔서는 저녁 식사도 잊으시고 정신없이 옷 바꿔입으시면서 패션쇼를 ~ ㅎㅎ)
마지막으로 집에 오면서 지하철에서 내려서 역에 마련된 스마트도서관 (성동구의 자랑거리^^) 에서 엄마랑 책한권씩 빌려가자고 했죠 
도서관도 갈 수 있지만 집에서 엎어지면 닿을 곳에 있는 역이라 여기서 빌리고 여기에 반납하는게 참 편하거든요 
스크린에서 도서목록 쭉 보고 엄마 한권 저 한권 골랐죠 
고르면 자판기 커피처럼 아래쪽 입구 문이 스르륵 열리면서 책이 딱 나와요 
엄마가 이런 것도 있냐고 공짜로 아무한테나 책도 빌려주냐고 너무 신기해 하시면서 우리 딸은 모르는게 없다고 뜬금없이 딸 칭찬 시작 ㅎㅎ
지난 여름 더위에 지쳐 많은 것을 멀리했었는데 이제 여유있는 맘으로 책도 사람도 엄마도 더 가까이 해보려고요 
저녁은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먹자고 빵도 사고 우유도 사고 쇼핑한 것들과 책한권씩 끼고 팔짱도 끼고 오는 귀가길이 뿌듯했어요
뭔가 가을맞이 준비를 든든히 한 것 같아 배도 부르고^^


IP : 59.6.xxx.68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부럽습니다.
    '22.8.24 8:14 PM (121.182.xxx.73)

    이쁜 따님 이시네요.
    저는 그러지 못해서. . .

  • 2. ㅡㅡ
    '22.8.24 8:16 PM (114.203.xxx.133)

    너무 기분 좋은 글이에요.
    원글님 부러워요.
    저는 평생 그런 경험을 해 볼 수가 없었어요.
    앞으로도 불가능.

  • 3. ......
    '22.8.24 8:19 PM (1.176.xxx.11)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네요..엄마아빠가 보고싶네요.날도 선선하니 맘이 쓸쓸해요.
    어머니랑 행복한 시간 많이 보내세요

  • 4. 그리움
    '22.8.24 8:47 PM (122.37.xxx.52)

    올초 아프시다 돌아가신 엄마생각에 글읽으면서 눈물이 핑도네요~~어머니랑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바쁘다는 핑계로 많은시간보내지못해서 넘 죄송하네요~

  • 5.
    '22.8.24 8:50 PM (175.121.xxx.7)

    원글님의 아버님 생각하니 읽는 저도 코끝이 시큰해요…
    어머님과 함께 하루하루 행복 만들어가시길..

  • 6.
    '22.8.24 8:57 PM (121.167.xxx.120)

    원글님 어머님과 함께 행복하세요
    원글님은 행복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어요
    어머님의 병세가 더디게 진행 됐음 좋겠어요

  • 7. 너무
    '22.8.24 8:58 PM (210.96.xxx.10)

    읽기만 해도 기분 좋아요
    아버님 얘기는 가슴 아파요 ㅠ

  • 8. ㅡㅡㅡㅡ
    '22.8.24 9:40 PM (61.98.xxx.233) - 삭제된댓글

    부럽네요.
    저도 오늘 시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검사받으러 갔는데
    증세가 심해져서 잠깐 사이 어디로 혼자 사라지실까봐 계속 손잡고 다니고, 집에 모셔다 드릴때까지 내내 긴장했어요.
    원글님 어머님만 같아도 맛있는 것도 사먹고 쇼핑도 하고 그럴텐데.
    건강하실때 좋은 시간 많이 가지시길.

  • 9. 모두들 감사
    '22.8.24 11:25 PM (59.6.xxx.68)

    따뜻한 댓글들 감사합니다
    엄마는 내일 데이케어에 입고가실 옷이랑 신발 맞춰서 골라놓고 주무시네요 ㅎㅎ
    저는 빌려온 책 좀 읽었고요
    살다보면 힘든 때도 있고 행복한 때도 있더라고요
    또 그 힘든 때도 어느덧 지나가고 행복한 때도 가고…
    다들 편안한 밤 보내세요^^

  • 10.
    '22.8.25 9:02 AM (175.192.xxx.185)

    제 친정엄마도 초기신데, 6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지금은 관리하시는 친정아버지한테 구박을 많이 받으세요.
    기운 차리라고 매생이 굴국, 삼계탕을 때되면 한번씩 끓여 주시던 분이 이제는 매생이가 뭔지 모르게 됐는데도 아버지 맘에 안든다고, 당신이 사 온 고기로 반찬 안해놓는다고 제가 가면 흉을 흉을...
    초기에는 아버지 당신 챙겨줘야하는데 큰 일이라고, 당신만 아파야하고 돈 써야하는데 저런다고 하는 걸 자식들인 저와 동생들은 알아서 아버지에게 이해해야 할 부분이고 보살피셔야 할 부분이라 했는데도 저래서 정말 싫어요.
    지금은 안계시지만 좋은 남편을 두셨고, 착한 따님을 두셨네요, 어머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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