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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읽었던 책들

ㅇㅇ 조회수 : 2,967
작성일 : 2022-08-02 19:13:20
멀리 끝없는 길위에.
부주의한 사랑.
우묵배미의 사랑.
20살초반에 읽었던 책들이
아직도 우리집 책꽂이에 그대로 꽂혀 있네요.
결혼하고, 몇번의 이사를 거듭하면서도
어떻게 이책들을 버리지 않았던것일까.

오랫만에 책 한권을 꺼내어 읽어보니,
지나간 한시절이 문장너머너머
생각나네요.

소설책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여러 지명들.
강원도의 횡성. 태백.
옥천의 한 저수지에 반사되어 빛나는 햇빛들.
주인공들과 함께 고요한 절의 요사채에 앉아있기도 하고
절터만 남은 황량한 백제문화권에 속한 익산의 한도시에 서있거나.
쓸쓸한 바닷가한켠에서 고깃배의 불빛을 바라보고있는 장면에서
저도 거기 함께 있는듯한 글이 주는 싱싱하게 살아 퍼덕이는 현장감.

그러다가 혹여,
책속의 도시를 가거나, 
그 절에 우연하게 가보기도 해요.
그러나, 신기하게도
글에서 만났던 가슴뛰는 여운이나 감동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 경험도.

 부석사에 부는 바람한줄기들이
작가에게 먼옛날의 혼령들이 귓가에 들려주었다는
인삿말들도.
또 자동차바퀴에 요란하게 짓밣히는 돌멩이소리들도
글에서 읽었으니 그 길을 지나갈때 들으면서도 
그들의 감성처럼 아름답게 이미지화되질 않아요.

그러면서도,
다시한번 
20대의 제가 읽었던 그 책들의 구절마다
눈이 가서 읽혀질때마다 낯익어서 반갑고.
정제된 글이 주는 감동이 새롭고.
그 잊혀진 시절로 다시 돌아갈수없어
그립고,
여전히 아름다운 작가들의 유려한 문장속에
또 흠뻑 빠져드네요.

가끔은,
머릿속에서 
문장한구절들이 그대로 생각나곤하는데
이 구절을 어디에서 만났을까.
골똘해지기도 해요.

비오는  늦은밤, 
커피숍문을 열어보니,
따듯한 커피숍안에는 사람들 몇명이
즐겁게담소하고 있는 장면을 어느 소설에서 읽었을까.

버스를 타고 떠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유리창에 걸려있는 것을 보면서
홀가분하게 떠나는 그들은 어디로 가고있을까.
라고 쓴 윤후명의 단편소설.

모래사막에서 커피한잔을 사 마시면서
나누는 황당한 대화.
스무살의 제게는
이 모두가 참 즐겁고 편안한 
글이었는데

다시금 이 모든 글들이
제손에 잡히고 눈에 읽혀지니
반갑네요..







IP : 119.71.xxx.203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d
    '22.8.2 7:16 PM (1.102.xxx.74)

    담백하고 아름다운 글이네요

  • 2. 원글
    '22.8.2 7:23 PM (119.71.xxx.203)

    스무살때 이책을 읽을 그때의 나는 얼마나 앳된 얼굴일까.
    소설책속에 등장하는 강원도 태백에서 뜨거운 여름햇빛과 고요한 녹음사이로
    새소리만 높은 작은 절에 제 마음도 가있어요.
    작가가 펼쳐가는 감성과, 이미지대로 즐거운 여행을 책이 끝날때까지 같이 하고 있던
    나의 스무살..^^
    하지만 지금도 좋은 시절인거겠죠???
    우묵배미의 사랑에 등장하는 기차소리처럼 참 아련하게도 간다.. 꿈같은 시절이^^

  • 3. .....
    '22.8.2 7:32 PM (222.116.xxx.229)

    원글님
    아련해지네요
    원글님 글 읽으면서 전 왜 30여년전 제 20대때
    갔던 카페 (커피숍??)들이 떠오를까요
    종로 연타운 반쥴 오카방고...
    이대앞 마농레스꼬 캐슬 이가 크레파스...
    감성 한바가지 받아마시고 센치해져요
    나의 청춘 ㅠㅠㅠ

  • 4. ..
    '22.8.2 7:33 PM (73.195.xxx.124)

    저도 옛 책을 꺼내들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잊고있는 꿈많은 시절도.....

    원글님, 행복하십시요.

  • 5. 아...
    '22.8.2 7:37 PM (223.39.xxx.18) - 삭제된댓글

    이런 주옥같은 글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글솜씨가 비루해서 주로 읽기만 하는 쪽이라...
    오랜만에 82다운 글을 봤네요. 감사합니다 원글님.

  • 6. 소중
    '22.8.2 7:38 PM (223.39.xxx.18)

    이런 주옥같은 글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글솜씨가 없어서 주로 읽기만 하는 쪽이라...
    오랜만에 82다운 글을 봤네요. 감사합니다 원글님.

  • 7.
    '22.8.2 7:42 PM (211.219.xxx.193)

    옛날 소설에는 그런 아름다움이 있었죠.
    요즘 소설이랑은 정말 다른거 같애요.
    노래도 그렇고.. 옛날사람인가봐요.

  • 8. 난봉이
    '22.8.2 8:21 PM (119.196.xxx.139)

    아. 좋타!

    원글님 글이

    소설 속 문장처럼 좋아요

    자주 써주세요.
    이런 글.

  • 9. 사랑
    '22.8.2 9:09 PM (219.254.xxx.174)

    원글님 글에 제마음이 다 설레이네요
    그런시절이 있었지요~

  • 10. 구름
    '22.8.3 12:08 AM (125.129.xxx.86)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
    너무 아련하고 그리움이 스며드는 글이네요.
    그 마음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어요.
    아 녹음처럼 빛나고 햇살처럼 찬란했던 그 시절..

  • 11.
    '22.8.3 1:27 AM (122.36.xxx.160)

    원글님의 글도 아련하고 아름답네요.
    저도 20대시절에 읽던 책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누렇게 바랜 종이들 냄새와 그 문장들이 향수가 돼서 차마 버리지 못하겠어요.

  • 12. 원글
    '22.8.3 8:12 AM (119.71.xxx.203)

    나는세월따라 함께 마음도 강파라지고 글쓰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 세월속에서도 소년같고 소녀같고,
    지나간세월따라 얼마나 변했나 거울보고 놀라고
    증명사진에서 놀라고
    나이의 연차만큼이나 세상을 알아버린 내눈빛또한
    사람을쳐다보는 내 눈길이 얼마나 교활할지.
    서로가 깊이를 알수없는 중년의 눈빛이 어떤건지
    그런 눈빛으로 친구가 되자고 웃음을 교환하면서
    돌아서자자마 표정굳어버리는 건 서로가 똑같은일.
    그런 모든일들이 오래된 책장을 만날때
    잊은줄알았던 그 감정이 나물을 씻을때 배어나오는
    푸른물에 손을 담그고 그 푸른손등을 닦으며
    우체부가 건네주는 편지를 받는 순간처럼
    그 찰나의 반가움과 반짝이는 눈물겨운
    기쁨이 느껴지는 것같았어요.
    맞아요,우린 잊을뿐 그 푸른마음을 잃은게 아니었어요

  • 13. ..
    '22.8.3 8:50 AM (211.110.xxx.196)

    한 편의 수필이네요.
    노안이라 책 일근지가 언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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