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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뜬금포 조회수 : 1,150
작성일 : 2022-04-02 17:04:19
1929년생 아버진 키도 훤칠하고 하얀피부의
미남이었다. 결혼 전 아버진 경남 통영 근처 벽방초등학교
교사였고 엄마는 31년생 정미소집 막내딸이었다.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셔서 외삼촌 세분에
언니 하나 였던 엄마는 큰 외삼촌이 내아버지 모습에
반한 나머지 기어코 막내였던 내엄마를 혼인시키고 말았단다. 살아 생전 엄마는 아버지를 늘 좋아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아마도 큰외삼촌이 아버지에게 가졌단 그 호감도 지점과 맞아 떨어진 게 아니었나 싶다.

1949년에 혼인한 정미소집 막내딸 엄마는 보리밥 구경도
안하고 살다가 통영 어느 시골 논이 많다고 논집이라 불렸던 집에 시집가 비로소 보리밥 구경을 하였고 위장병을 얻었다. 아버진 장손이었고 종가집이었다.

시집을 가보니 농사일로 잔뼈가 굵은 카톨릭세례명까지
있는 시어머님 아래 야물어빠진 시누가 셋 있었고 통영중 재학중인 시동생이 있었단다. 걸핏하면 머리아파 산수문제 못풀어 학교 안가겠다는 막내시누를 데리고 앉아 밤엔 공부 도 가르치고 길쌈도 하고 아침엔 또 일찍 일어나 밥을 해야하는 고된 시집살이를 당하고 말았단다.

정미소집 귀한 막내딸은 일이라곤 해보지도 않고 살다가
남자 인물 좋은데 빠진 오빠덕분에 인생이 구렁텅이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단다. 그래도 아버지가 좋았단다.

6.25 전쟁이 터진 그 이듬해 아버진 통영 광도국민학교 교사였고 거기까지 내려 온 인민군에게 만장도 써 줬단다.
글이 좋아서 붓글씨글도 잘 쓰는통에 엄청나게 큰 플래카드 글을 써 주고 했던 모양이다. 당시 인민군 장교가 여자였는데 그렇게 예의가 발랐었다고 후일 1995년 어느 밤 우연히 아버지의 긴 얘기를 듣게 되었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아버지에게 그게 부역이 아니었냐고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아버진 그런건지도 모르겠네...ㅎㅎ 하고 넘어갔지만
전쟁당시 분위기는 무서웠다.그 부역이란게 발각되고 죽어간 사람이 한둘이었나.........

이후 엄마는 고~~~~~~ 된 시집살이에 겨우 아이를 낳았는데 낳자마자 잃게 되고 피골상접으로 친정으로 요양하러 갔단다. 죽을 줄 알았던 맏며느리는 언니와 형부가 염소몇마리를 먹여가며 살려 내어 다시 징글징글 시집으로 귀환 시키고 엄마는 5년만인 1955년에 내 언니를 낳았단다.

전쟁 막바지 1953년에 전선으로 강제 차출된 아버진 제주도 훈련소 가는 배위에서 당시 교육부장관이란 자가
교원임명장을 다 들고 나와 찢어 버리면서 너휘들은 이제부터 군인이다..소리와 함께 속절없이 군인이 되고 말았다.와중에도 손을 얻겠다는 할아버지는 참혹한 제주도훈련소에 봇짐한개 달랑 안은 엄마를 보냈으나 귀한 손은 2년 뒤55년레 내 언니로 태어났고 58년엔 내가 61년엔 내여동생이 63년엔 유일한 남동생이 65년엔 막내 여동생이 태어난다.


IP : 112.153.xxx.14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2.4.2 5:11 PM (211.36.xxx.11)

    어떻게 부모님의 이야기를
    이렇게 소상히 알고계신지
    부럽기도, 신기하기도 하네요
    저는 69년인데 부모님이 32년생.
    원글님 부모님 보다 우리 부모님은
    자식을 많이 늦게보셨네요

  • 2.
    '22.4.2 5:41 PM (125.132.xxx.103) - 삭제된댓글

    비슷한 또래의 가족사라서
    그 시절 형편들이 대충 그려집니다
    정말 옛이야기네요

  • 3. 82의 매력
    '22.4.2 5:52 PM (217.149.xxx.104)

    이런 생생한 이야기를 어디서 들을까요?
    할머니 무릎에 누워 옛날 이야기 듣는 기분.
    더 해주세요.

  • 4. 얫날얘기2
    '22.4.2 5:57 PM (112.153.xxx.148)

    엄마가 시집이라고 가보니 시아버진 일이라곤 모르고 그저 책만 껴안고 앉아 계시더란다. 손이 귀한 집이었다.시아버지 즉 내할아버지는 5형제 중에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여동생만 살아 있었단다. 야무진 고모할머니는 카톨릭공소가 있는 인근 어장하는 집으로 시집가서 잘 살았던 모양이다. 그 시골에서 아들 넷을 대구 부산의 대학교에 다 보냈었다.나에겐 아제인 셈인데 셋이 유도를 했었다.
    부산의 어느 대학 유도전공. 큰 아제도 공부가 잘 안됐던 모양인데 대구의 청구대학생...지금 모르겠다.
    각설하고

    할아버진 집안에 돈 들일은 늘 장손인 아버지를 찾았단다. 엄마말에 의하면
    걸핏하면 편지가 오는데  늘 서두는 같았단다.
    " 아다시피 올 가을 농사가 어쩌고~~~" 로 시작되는 편지를 잊지 않고 얘기하셨었다.   시아버지 흉은 그것으로 시작과 끝이었다.

    아무튼 53년 5월에 총알이  소위, 소위,, 하고 날았다는전선에 투입되고 
    그 해 7월엔 정전이 되어 운 좋게 정말 운 좋게 아버진 다시 편안한 후방군인 생활을 하며 살았다. 고교재학 중 같이 응시한 친구 중에 유일하게 아버지만 교사합격이 되었는데 낙방한 친구들은 이듬해 졸업 후에 교사가 되고 대부분 학교 교장으로 생을 보냈으나 먼저 합격한 아버진 군인으로 가버리고 말았단다. 

    여전히 글이 좋아 행정장교로 근무하면서 인사과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후방 근무를 하게 된 아버진 돈을 좀 벌었단다. 엄마말에 의하면 검은 돈도 좀 받았을 거라고 했다.
    박정희정권이 시작된 수상한 시대라 군인이 인기였나보다.

    후방에서 다시 서울로 가게 된 아버진 육사를 졸업하지 않은 전력으로 승진에서 자주 누락이 되고 스트레스로 군병원출입도 하다가 부산으로 낙향 ...부산에서 군을 졸업한다.제대를 해버렸다.

    이후    그렇게저렇게 살게 되고 힘든 일도 많았다.  생계는 거의 일도 서툴고 음식도 서툰 엄마가 맡게 되고 아버진 자연인으로 살았다. 농사가 재밌다고 농사일에 전념하여 어쩌다 부딪히는 국민학교 제자들은 선생님이 농사를 참 잘 짓네요...같은 허사를 하기도 했다.

    와중에 우리 4형제...5명이었는데 내아래 여동생은 유년시절 내가 아픈 통에 혼자 떨어져 할머니랑 살게 되고
    사고로 죽었다. 생각하면 늘 미안하다.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내 동생하나..ㅜ

    ...우리 4형제는 또 그렇게 수상한 시절을 보내면서 대학공부까지 마치게 됐다..어찌보면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다.수상한 시절이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었던 수상한 시대에 대학을 다녔다.
    어쨌든 밥은 먹고 산다, 다들 그렇듯이..

    그 옛날 어린 시절 일본식적산가옥이었던 우리집 2층은 민주당 당사였다.
    어린 마음에도 핍박받는 당으로 느껴졌다 .  언제나 선거에 졌었다.
    아버진 그때마다 그 분들과 어느정도 아픔을 같이 했던 기억이 있다.

    .........파편처럼 여기저기 부스러진 아버지기억을 하다가 갑자기
    쓴 글같잖은 글나부랭이.
    여긴 자유게시판.
    나이 먹어 가면서 점점 더 애국심? 이 생기는 건지 뭔지 요즘 상황이 참 우려스럽습니다.  60대70대 왜들 그러시는지 ㅠ

  • 5. 재밌어요
    '22.4.2 9:57 PM (183.101.xxx.194)

    저하고 비슷한 연대를 사셨네요.
    저희도 할아버지가 정미소를 운영하셨고
    아버지는 교사로 갈 수 있었던 기회를
    포기하셨다네요.
    대학시절 전쟁에 투입되어 지금은 호국원에 계십니다.
    몇 편으로 연재하셨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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