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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윤산군(尹山君) 일기8

대제학/ 펌 조회수 : 1,034
작성일 : 2022-03-26 16:32:19


7편에 이어 8편.

 

<용산역 대자보 사건>

 

차범석기자는 택극진인과의 인터뷰를 다 마치지 못하고 서울로 향했다. 윤핵관이 급하게 올라오라는 메시지를 보낸 탓이었다.

차범석 기자가 용산역에서 내려 신용산역 방향으로 나갈 때 한쪽 벽에 붙은 대자보를 보고 사람들이 몰려와 그것을 읽고 있었다. 대자보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매일 이곳을 출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3년째 계속되는 팬데믹에 심신이 지쳐있는데 지난 선거에 괴상망측한 자가 왕이 되는 바람에 슬픔과 노여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난 선거에서 2번을 찍었습니다. 저는 윤왕이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공약했던 것들은 줄줄이 폐기처분 되며 빌 공(空)자 공약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다가 윤왕이 갑자기 청와궁을 버리고 이곳 용산 국방청으로 집무실을 이전한다는 소식에 심장이 놀라고 분노를 감출 길 없어 이렇게 저의 생각을 시민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 몇 자 적게 됐습니다.

 

윤왕은 청와궁을 백성들에게 돌려준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도 청와궁을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자꾸 왜 저러나 싶습니다. 백성과의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하는데 윤왕의 공약 어디에도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어거지도 이런 어거지가 없습니다.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 믿어주지요.

 

민주적인 절차와 논의가 생략된 채 무언가에 씐 사람처럼 이렇게 밀어붙이는 모습이 너무 놀라고 두렵기까지 합니다.

 

윤왕은 처음에는 분명히 "청와대 완전개방"이라고 했습니다. "완전개방"이란 관저와 벙커까지 포함한 청와궁 내 모든 시설의 개방을 뜻합니다. 그런데, 윤왕 측은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윤왕이 당분간 청와궁 벙커를 쓰겠다고 했다가 다시 청와궁 위기관리센터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국가지도통신차량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졸속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니 매일 말이 바뀌는 것입니다. 아마 내일이면 또 말이 바뀔 것입니다. 동네일도 그렇게 처리했다가는 주민들한테 몰매 맞습니다. 정말 이렇게 준비 안 된 왕은 처음 봅니다.

 

저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라 정책이나 인물 같은 것은 잘 보지 않고 계속 신천지당 계열로 묻지마 투표를 하였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2번 찍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투표를 하여 나라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습니다. 

 

저는 최근에야 윤왕이라는 사람의 실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는 그동안 많은 자료가 올라왔었지만 제 부주의로 그것들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저를 가장 충격에 몰아넣은 것은 폐위된 왕 박근화(朴槿花) 탄핵 때 수사 검사가 윤왕이었고 뇌물죄로 엮어 넣어 탄핵심판을 받는데 결정적 근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보수쪽 지자들은 박근화 탄핵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수사의 칼을 휘두른 윤왕에게 표를 주었으니 앞뒤가 맞지 않은 이 모순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또 조극 법무판서 사건 때도 사모펀드 건이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처럼 난리를 피우고 대학교 표창장 위조로 부인 정교수를 소환 조사도 하지 않고 기소를 하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사모펀드 건은 권력비리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법 앞에 평등해야 할 김비(妃)는 주가조작이 분명하여 범죄일람표에도 그 이름이 수백번 등장하는데도 아직 소환조사 조차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왕 취임식에는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것을 어찌 공정과 상식은 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백성들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런 짓을 백주 대낮에 벌이겠습니까?

 

제가 아는 분은 대정동 사건의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건으로 사기 피해를 당해 일찍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그분의 아들은 저의 절친인데 이번에 사전투표에 2번을 찍고 불의를 심판했다고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언론에 김맘배 녹취록이 보도되었습니다. 거기에는 불법 대출 사건을 윤검사가 어떻게 무마시켜줬는지 생생한 증언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부모의 원수에게 표를 줬다고 몇 날 며칠을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나 그 친구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기득권 언론과 극우 유튜버에 세뇌되어 소중한 한표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사하였습니다. 생각할수록 분하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시민 여러분께 이제라도 고백하고 그 벌을 달게 받고 싶습니다. 

 

주변에 저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부디 그들을 너무 심하게 질책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이미 충분히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고, 자신의 판단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반윤(反尹) 연대에 참여하여 그동안의 잘못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무식한 무대뽀 양아치 왕을 끌어 내리는데 저부터 앞장 서겠습니다. 그것이 그동안의 허물을 용서받고 죄를 탕감받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의 고백을 시작으로 2번을 찍은 많은 분이 진실의 광장으로 나오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바보처럼 살았지만 더 이상 그들의 노예로 살지는 않겠습니다. 제 머리로 판단하고 논리적으로 따지고 앞뒤 선후도 살펴보겠습니다. 

 

무엇보다 백성들을 개 돼지 취급하며 우리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윤핵관(윤왕의 핵심관계자)을 비롯한 부패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여 온몸을 바쳐 싸울 것을 다짐합니다. 마음의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오늘 저의 다짐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2022. 3월 용산역에서

2번남이었지만 이제는 1번남이 된 평범한 시민 올립니다.”

 

 

시민들은 대자보를 둘러싸고 자기 생각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비록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마음만은 서로 통하여 있었다.

 

탐사기획 전문 뉴스 열림공간tv 강진국 기자도 취재를 위해 나와 있었다. 30대 여성에게 마이크를 내밀고 소감을 물었다.

 

“물건 사러 나왔다가 이걸 보게 됐는데요. 저도 그동안 힘이 빠져 있었는데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민주당 의원들에게만 맡기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저부터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국회의원들도 검찰공화국이 얼마나 무섭겠어요. 시민이 목소리를 내고 연대의 뜻을 보낼 때 정치인들도 좀 더 힘을 내고 저들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옆에서 그 얘기를 듣던 노신사도 거들었다.

 

“내가 4.19 혁명과 5.18 민중항쟁을 겪어 봤습니다. 6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따낼 때도 거리에서 함께 했습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그 앞에는 늘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정치인들에게 맡긴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시민의 힘이 조직화 될 때 정치인도 따라오더라고요. 내 나이 70이 넘었지만, 망나니 독재자가 판치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겠습니다. 젊었을 때보다 더 힘을 내서 앞장서겠습니다.” 

 

대자보 옆 상가의 주인도 나섰다.

 

“일찌기 대중대왕께서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하셨습니다. 정 나서기가 힘들면 담벼락에 욕이라도 하라고 하셨습니다. 잡초는 뿌리째 뽑아 버려야 탈이 생기지 않습니다. 지금 윤왕 무리들은 간악한 술책으로 민주 진영을 분열시키고 백성들이 좌우로 나뉘어 싸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오직 저 한 줌도 안 되는 부패 기득권 세력과 그들의 앞잡이 윤왕 부부를 처단하는 데 우리의 힘을 집중하여야 합니다.”

 

여기저기서 호응의 소리가 들렸다.

 

차범석기자는 그 모습을 뒤로 하고 윤핵관회의로 향했다. 회의실에 윤왕도 와 있었다. 윤왕은 전현직 왕 회담이 아직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화가 나 있었다. 또 도리질을 심하게 하며 말했다.

 

“아니, 말야. 문왕(文王)이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내가 인사권을 행사하지 말라면 멈춰야지 겁대가리가 없어 그냥. 어, 집무실 이전 문제도 협조 안 하고 말야. 내가 안 만나 줄거야 그 인간. 취임식까지 거기서 그러고 있다가 5월 10일 새벽에 청와궁에서 기어나가라고 그래. 

좋은 말로 해서 듣는 인간이 아냐. 옛날에 수사하다 만 거 다 꺼내서 일제히 공격해버려. 더민주당 놈들이 검찰개혁 뭐 한다고 하는데 문왕 수사 들어가면 어떻게 나오는지 한 번 보자고. 아마 무서워서 벌벌 기고 오줌을 싸고 지랄들을 할 거야.

내가 그동안 왕 두 놈 감옥 넣고 의원 놈들 수사 많이 해봤는데 나한테 대들고 큰소리 치는 놈들치고 수사 들어갔을 때 계속 개기는 놈 하나도 못 봤어. 내버려 둬. 그리고 김행길이 시켜서 더민주당에서 몇 놈 빼오자고. 거 말 통하는 놈, 몇 놈 있지?”

 

차기자는 윤왕의 말을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더럽고 역겨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야, 너 같은 놈도 왕이냐? 이 돼먹지 못한 놈아. 네가 언제까지 큰소리치는지 한번 보자. 저 미친놈은 백성의 힘으로 광장에 끌어다 능지처참해서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차기자는 회의가 마치자 다시 태극진인을 향해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윤왕의 종말과 백성의 할 일을 자세히 알아볼 참이었다.

 

(9편에서 계속)

 

PS: 본 소설은 10편으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윤산군의 최후를 함께 지켜봐 주십시오.

 

IP : 221.139.xxx.8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싸
    '22.3.26 4:40 PM (123.98.xxx.49)

    1빠. ^^ 무림고수님 다시 등장 하셨네요.

  • 2. 감사합니다
    '22.3.26 4:42 PM (58.92.xxx.119)

    윤왕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작가님의 필력에는 언제나 감탄합니다^^

  • 3. ...
    '22.3.26 4:44 PM (220.117.xxx.165)

    10회에서는 윤가놈이
    자리를 내놓는 것으로 마무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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