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저와 함께 한 시간이 2년 반... 올 여름이면 3년을 맞이해요.
고순이를 처음 만난건 빛이 갸냘프게 들어오는 세탁기 틈새 였어요.
여름, 햇 고구마 한 박스를 세탁실에 뒀었는데 그 중 하나가 틈새로 굴러 갔나봐요.
순이 좀 자랐길래 버리려다가.. 삐죽 나온 보라초록 순이 오동통 이뻐보였어요.
그 해 여름은 어찌나 무럭무럭 자라던지.. 고순이라고 이름을 붙여 줬어요.
그리고 겨울에는 스스로 잎을 떨구기도 했죠. 다음 해 봄이 왔을 때는 낚시줄을 만들어줬어요.
그럼 고순이는 낚시줄을 타고 덩쿨을 뻗쳐 이유도 목적도 없이 뻗어 나갔어요.
설겆이를 하고, 요리를 할 때마다 기특하게 늘 초록초록하게 절 응원해줬어요.
어쨋든.. 올 겨울에 고비가 있었는데.. 이번 겨울을 못넘길 줄 알았거든요..
주먹만한 고구마가 모든 영양분을 잎사귀 끝까지 다 줘 버린건지..
할머니 피부마냥 헐거워지고 겉돌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운명을 달리하나 보다 했는데.
봄이라 그런지.. 덩쿨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빛을 향해 덩쿨은 달려가네요.
그래서.. 또 놔둬보기로 했어요. 어디까지 자랄 수 있을까 싶어서.. 이제 얼마 남은 것 같지 않지만 봄의 기운으로 또 다시 자라나는 고순이를 보니.. 봄이 참 위대하구나.. 그리고 또 봄이 왔구나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