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피울 때 이야기
글 제목만 보시고 꾸며낸 이야기로 생각하실 수도있겠지만 절대로 재미삼아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고, 농사가 온 나라 백성들을 먹여 살리는 유일한 산업이었던 먼 옛날에는 아주 드물게 있었던 얘기이고, 호랑이가 실제로 담배를 피웠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70대 중반인 제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할머니나 할아버지 따라 마을 사랑방에 놀러가서 여러 번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어른들이 하시는 얘기를 들은 것입니다.
농부가 쇠등에 쟁기와 삽 등 온갖 농기구를 싣고 재 넘어 사래긴 밭에 가서 하루 종일 밭갈이와 이것저것 농사일을 하고는 해가 서산너머로 진 다음에 다시 소등에 농기구를 싣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이미 땅거미가 진 컴컴할 때입니다.
등짐을 지고 묵묵히 농부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던 소가 갑자기 멈추어 서서 꼼짝도 안하고 버티고 서서 앞만 바라보며 요지부동을 하는 때가 있답니다.
여기서 눈치가 빠르고 경험이 있거나 어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는 농부는 얼른 쇠 등에 올려놓았던 모든 농기구를 풀어 땅 한견에 쌓아 놓고 코에 끼워 놓은 고삐도 빼내고 소를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게 해 준답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깜깜한 숲속에서 오늘날 후래시 불빛 같은 환한 불을 번뜩이며 뭔 짐승이 소와 농부가 있는 곳으로 서서히 다가온답니다.
이게 바로 호랑이가 소와 사람을 잡아먹기 위해서 일전혈투를 하러 접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호랑이가 시야에 들어오면 소는 자신의 발로 농부를 자신의 네 다리 사이로 끌어들여 농부를 보호 하며 일전을 기다린답니다.
소가 절대로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없고 호랑이가 “어흥” 소리를 내면서 달려드는 순간 뿔로 소의 여기저기를 사정없이 들이받아 호랑이가 완전히 뻗어 나가떨어질 때가지 뿔로 받는 것을 멈추지 않아 기어코 소의 숨통을 끊어 놓고 난 다음에야 농부를 네 다리 사이에서 풀어준답니다.
이거 절대로 꾸며낸 얘기가 아니고 먼 옛날에는 아주 드물게 있었다던 실화입니다.
그리고 소는 개선장군이 되어 주인과 같이 집으로 돌아오고 그 소는 다음날부터는 농사일에서도 해방이 되고 다른 소와같이 푸줏간으로 끌려가서 쇠고기가 되는 일도 없이 평생을 안락하게 살다 생을 다 하면 호랑이를 능지처참했던 뒷산에 묻힌 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마을 젊은이들이 때로 올라가서 죽은 호랑이를 끌고 내려와 마을에 호랑이국 잔치가 벌어지고 가죽은 소 주인의 차지가 된답니다.
그런데!
그런데!
호랑이와 맞닥뜨렸을 때 농부가 자신만 살기위해 소등의 농기구도 풀어 주지 않고 소와 호랑이가 한 덩어리가 되어 뒹굴 때 자신만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 농부?
온갖 농기구를 등에 지고 어렵게 호랑이를 제압하느라 많은 부상을 입은 소는 호랑이가 죽는 즉시 살던 집으로 돌아와서 초가삼간을 들이 받아 허물고 농부가 뛰쳐나오면 볼 것도 없이 쫒아가서 들이 받아 송장을 만들어 놓고는 유유히 산으로 올라간답니다.
뒷얘기야 없지만 그 소 거추장스러운 온갖 농기구를 몸에 걸치고 살지니 상당히 힘겹게 살다 끝내는 다른 호랑이에 의해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 이거는 절대로 믿거나 말거나의 장난조의 꾸며낸 얘기가 아니고, 아주 먼먼 옛날에는 농촌에서 드물게 있다는 실화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