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고 자유를 모르겠는가
그는 백석의 시 한편도 읽지 않고 컸던가
암흑같은 세상에 작은 창 하나를 내기 위해,
나를 버린다는 전태일의 생애는 듣지도 않고 청년시절을 넘어온 것인가
사람이라면 마땅히 자유를 안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흔히 천부인권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가난하다고 자유를 모른다면 가난한 사람들의 목에 목줄을 채워놓아도 그들은 전혀 불편함을 못느낀다는 얘기를 하는걸까.
자유시장경제에서 열심히 경쟁하는 법을 모른다는 의미의 괴상한 '자유' 개념인걸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라는 카잔차스키의 자유가 아닌 것임은 분명하다.
가난하면 자유를 모른다는 그 사람 말에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라고 시작하는 시가 오늘 하루 나부꼈다
나도 어느덧 오십을 바라보며 칼날은 무뎌졌고 제법 기름낀 중년이 되었다
가난하면 자유를 모른다라는 무척이나 시적인 그의 폭력앞에 나는 다시한번 인간답게 살아야지
더러운 냄새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며 나를 바라봐야지하는 다짐을 하게된다
고작 스물 두살이었던 전태일은 이렇게 적었다.
"나이가 어리고 배운 것은 없지만 그들도 사람, 즉 인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생각할 줄 알고
좋은 것을 보면 좋아할 줄 알고, 즐거운 것을 보면 웃을 줄 아는 하나님의 만드신 만물의 영장,
즉 인간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고귀한 것입니다. 부한 자의 생명처럼 약자의 생명도 고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