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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 입시를 치루고 있으니 옛날생각

기원 조회수 : 2,609
작성일 : 2021-11-27 13:31:45
수능날 행여 차가 막혀 지각이라도 할까봐 차로 십오분이면 도착하는 시험장을 삼십분은 여유있게 서둘러 갔어요. 평소에 챙길일 없던 도시락에 수저 빠뜨릴까 두번 확인하고 손에 쥐어 주고요. 최대한 편한옷으로 입겠다고 잠옷같은 바지에 슬리퍼 신고가는 아이 모습 보니 웃음이 나대요

삼십년전 학력고사는 선지원 후시험이라 지원하는 대학에 직접가서 시험을 치뤘어요.
전국의 수능 수험생이 같은 시험을 보는데 왜 굳이 출신지에서 시험보지 않았을까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시험 이틀전에 올라와 신기한 지하철이라는 것도 첨 타고 서울말씨에 주눅든 채로 대학강의실의 난방이 빵빵한지 모르고 입었던 목폴라티를 잡아 늘려가며 어찌저찌 시험을 치뤘네요


처음 만나뵈는 친척어른의 집에 며칠을 머무르며 신세를 졌어요
학교까지 가는 길까지 예비소집일에 동행하며 알려주시고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보시곤 도시락을 싸주셨어요

그땐 그게 그냥 고맙다 정도 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눈물나게 고마워요
서울까지 여섯시간 버스타고 동행해준 아빠께도 고맙구요

수능이후에도 여기저기 시험장으로 아이 아빠가 데려다주고 있어요
오늘아침에도 아이랑 남편이 함께 집을 나섰어요
시험끝나고 맛있는거 먹고 오겠다합니다

훗날 제 아이도 이날이 새삼스레 상기가 될때가 있겠지요
IP : 114.202.xxx.42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88학번
    '21.11.27 1:33 PM (112.154.xxx.91)

    이후의 학번이신가 보네요. 선지원에 대학가서 시험보기..진짜 수험생과 가족들 고생 많이 시켰어요

  • 2. 어휴
    '21.11.27 1:40 PM (1.227.xxx.55)

    저 87학번인데 저희 때는 선시험 후지원 이었고 86학번까지 거의 전과목을 보다가 87에는 과목이 대폭 축소가 되었어요. 87학번이 제일 수월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어차피 시험 쳐봐야 아는 건데 선지원은 너무 잔인하네요. ㅠ

  • 3. ㅇㅇ
    '21.11.27 1:47 PM (110.12.xxx.167) - 삭제된댓글

    저도 학력고사 세대
    6남매 키우면서 단한번도 아이들 학교 가본적이 없는 아버지가
    막내딸 시험본다고 택시로 수험장까지 데려다 주셨죠
    문앞에서 시계있냐고 확인하더니 당신 시계 풀어주면서
    격려해주시고 딸들어갈때까지 문앞에 서계셨죠
    애정 표현이라곤 평생 없던 분이

    딸이 수능볼때는 내가더 정신없고 긴장됐어요
    첫해 망치고
    재수 수능보는날 전날밤 잠도 못자고 딸 방문앞에 서성거렸죠
    시험날 교문앞에 들여보내고
    울컥 눈물이나서 길바닥에서 울었네요
    그마음 알까요 30년은 지나야 알겠죠

  • 4. ...
    '21.11.27 1:49 PM (211.36.xxx.66) - 삭제된댓글

    저도 학력고사 세대인데 요즘처럼
    그냥 무슨 고등학교 가서
    시험봤어요
    몇학번이신가요?
    선지원 후시험은 더 떨렸을 것 같아요
    찐 경쟁자들과 같이 시험 보는거라...

  • 5. 90학번
    '21.11.27 1:59 PM (211.212.xxx.169)

    저도 선지원후시험..이었어요.
    학교 학생회관에서 시험봤는데
    교문에서 가까워서 어느고등학교 후배들이 밖에서 소리치고 하는게 고스란히 들렸어요.

    웬수같은 여*도 고등학교!
    시험시작했는데도 꽥꽥거려서 지금도 싫어요.
    물론 학교는 붙어서 잘 다녔어요.

    그때 학력고사하면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학교교정 언덕을 오르던 것과 밖에서 그 소리지르던 것만 생각나네요.

  • 6. 그렇네요
    '21.11.27 2:28 PM (121.162.xxx.220)

    저도93학번 마지막 학력고사세대인데 왜 굳이 대학까지 가서 쳤을까요?
    입학하고나서 동기들중 눈에 띄는 애들이 그 시험날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까불까불하던 애들이었어요 .저는 밥도 안넘어가던데..3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얘기해요.너는 그날 긴장도 안됐냐고.ㅎㅎ

  • 7. 기원
    '21.11.27 2:30 PM (114.202.xxx.42)

    88학번부터 선지원후시험이었군요
    전형방법이 수시로 바뀌었네요
    선지원하게한것이 눈치작전으로 지원못하게 하려고 그랬을거에요
    모의고사볼때마다 답안지에 학교지원해보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락을 가늠했어요
    요즘의 수시는 선지원후시험 정시는 선시험후지원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교문가까운 시험장이 그런 폐해가 있는지 몰랐어요
    시험볼때 소음은 말도 안되죠

  • 8. ..
    '21.11.27 2:32 PM (14.32.xxx.34)

    저도 87학번인데
    시험 후 한학교만 지원하고
    논술이랑 면접도 봤어요
    눈 많이 오던 날
    정문에서 한참을 걸어올라 갔던
    그 날이 기억나네요

  • 9. 저도 87학번
    '21.11.27 3:10 PM (218.238.xxx.233)

    논술 있었어요.
    내신이 안좋았는데 논술을 잘 본 듯? ㅎ
    저는 광주광역시 남쪽이라 그랬나 따뜻해서 패딩 벗고 시험본 기억이 나네요

  • 10. 오타
    '21.11.27 3:14 PM (122.35.xxx.188)

    치루고---> 치르고

  • 11. ㅇㅇ
    '21.11.27 5:44 PM (118.37.xxx.7)

    저랑 너무 똑같은 추억을 갖고 계시네요.

    전 92학번이고 아이가 올해 수능 치뤘어요.
    선지원후시험이라 지방러인 저는 서울 외삼촌 댁에 전날 올라와서 있었어요.
    외숙모가 전날 저녁밥 해주시고 아침에 도시락 싸주시고 외숙모가 존경하는 스님께 받으셨다는 동자승 목걸이 손에 꼭 쥐어주셨어요. 이미 제 배낭엔 묵주가 있었다는거 안비밀^^ 묵주랑 염주 같이 들고 학력고사 봤답니다.

    지하철 타고 학교 가면서 지하철역에 간간히 써있던 시가 혹시 국어 예문으로 나오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시험보러 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외숙모에게 어마어마한 신세를 진거였어요.
    외숙모님,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 12. 기원
    '21.11.27 5:57 PM (114.202.xxx.42) - 삭제된댓글

    윗님 맞아요
    어마어마한 신세를 졌다는걸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보니 더 잘았겠어요
    저희 부모님이 진작에 신세진것에 대한 보답은 하셨겠지만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로 따뜻하게 환대해주시고 도와주신게 너무 고맙습니다
    아이 수능이라 옛기억이 강렬히 소환되네요

  • 13. 기원
    '21.11.27 6:01 PM (114.202.xxx.42)

     윗님 맞아요
    어마어마한 신세를 졌다는걸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보니 더 잘알겠어요

    시험장과 친척집은 대중교통으로 엄청 먼거리였었는데 초행인 저를 함께 데리고 가주셨죠. 새벽에 도시락 싸서 손에 쥐어주시고요.

    저희 부모님이 진작에 신세진것에 대한 보답은 하셨겠지만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로 따뜻하게 환대해주시고 도와주신게 너무 고맙습니다
    아이 수능이라 옛기억이 강렬히 소환되네요

  • 14. ...
    '21.11.27 6:50 PM (118.235.xxx.40)

    저도 지원한 대학가서 학력고사 봤어요. 강의실이었는데 책상이 너무 작았던 기억이 나네요. 대학이라 그랬는지 뭔가 시험관리가 허술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고등학교에서 같은 곳 지원해서 저 말고도 한 친구가 같이 시험봤는데, 점심시간에 같이 밥먹으려고 다가가는데 그 친구는 당시 그 학교 대학원(우리 시험보던 건물에 연구실이 있는) 다니던 친척오빠가 들어와서 연구실에서 편하게 밥 먹인다고 데려가더라구요. 원래 외부인은 시험강의실 출입금지인데... 좁은 책상에서 뭔가 좀 외롭고 서럽게 도시락 먹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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