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허무하고 황당하고 열받고 있어요
최규하씨가 입 꼭 다물고 갔을 때도, 저럼 안되지 했는데, 전두환, 노태우가 저렇게 곱게 가면 안되는데, 우리가 너무 무심했나 싶어요
전 그렇게 열렬한 사람이 아니예요
학생 때, 학생회관에서 틀어주는 광주 비디오도 무서워서 못보고 외면했다구요
그냥 나는 모르는 일로 생각하고 사는게 편해서 적당히 알고만 있는 걸로 타협하고 살았어요
광주 시내 한복판에 살던 후배한테 궁금한데도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근데 나이 들어가면서 세상일을 겪어 보니, 광주에서의 일이 소소한 일반인 입장에서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던가, 도대체 민주주의가 뭔데, 저렇게까지 진심이었나, 이런 생각들이 뒤늦게 들었어요.
나라면 저럴 수 있었을까?
생떼같은 가족이 이유없이 비명횡사했는데 그 무섭고 엄혹한 시절을 어떻게 살아냈을까?
제가 광주 분들 심정을 절대 이해할 수는 없어요
이해한다면 거짓말이죠.
적어도 이렇게 미련하게 늦게야 생각하게 된 사람 입장에서는 진실은 어딘가에 밝혀놓고 가야하는 거 아닌가
특히 최규하씨라면 비망록이라도, 일기라도, 자서전이라도 뭐라도 남겼어야지,
노태우가 오랫동안 병을 앓다가 갔을 때도, 아들말고, 정신있을 때, 참회는 하고 갔어야지 했었는데
전두환이 멀쩡히 천수를 누리다 고통없이 갔다니, 세상에 이렇게 분할 때가 싶어요
죽기 직전까지 재판에서 뻔뻔한 소리를 해대더니....
왜 내가 분하냐고요
인간이면 빈말이라도 미안하다 했어야지
나같은 사람도 분한데, 직접 피해자분들은 어떤 고통일지...
이게 떡을 돌려야할 기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천국도 지옥도 없다고 믿는 무신론자이지만, 오늘만큼은 지옥이 꼭 있었으면 해요
주호민 작가가 '신과 함께'에 그려준 지옥도 모든 코스를 영원히 뺑뺑이 돌기를 바래요
인간이 주지 못한 그에 대한 처벌을 염라대왕이 제발 대신 처벌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절대 중간에 감형해주지 말고 모든 지옥에서 영원히 탈출할 수 없는 형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윤회에서도 절대 환생하지 말고 지옥에서 고통과 함께 영원하기를...
나는 차마 그의 명복을 빌어줄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