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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가 수능보던날...

... 조회수 : 2,288
작성일 : 2021-11-09 07:19:32
제가 97학번이니까 수능본지 25년됐네요.
그날, 엄마는 전복죽 도시락을 싸주시곤 하루종일 심란하셨대요.
작은 가게를 하실때였는데 가게에서 하루종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고요.

아빠는 저를 수능시험장소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셨다가,
저를 집에 데려다놓고는 곧 시험 답안지를 사러? 가지러?
동네 서점인가에 가셨어요.
저희집이 아파트 2층이었는데,
계단을 누군가 두세칸씩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리곤
아빠가 벌컥 문을 여시더라구요.

세상 말도없고 무뚝뚝하고 빠르게 움직이는법도 없는 아빠가
수능답안지를 손에 쥐고 계단을 뛰어오르는 모습,
지금도 놀랍게 그려져요.

그리고 제가 거실에 앉아 채점을 시작했는데
엄마아빠가 나란히 제 뒤에 앉아 안보는척 창밖보는척 하면서
거실유리창으로 비치는 제 채점모습을
보고계셨던것도 생각나네요.

그때는 몰랐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수능이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얼마나 큰 시험인지 알게됩니다.

어떻게 마무리하지.
고3화이팅, 부모님들도 화이팅.
IP : 85.203.xxx.24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11.9 7:33 AM (1.242.xxx.109)

    원글님 따뜻한 마음 받고 가요.
    딸아이 수능 잘 보게 해주세요.

  • 2. 나야나
    '21.11.9 8:04 AM (182.226.xxx.161)

    전96학번이구요..저 시골 깡촌에서 시험봤는데 울엄니 속 편하라고 미여국을 끓여주셨지요 ㅎㅎ 그날 눈이눈이 펑펑 내렸는데 시험 끝나고 나오니 엄마가 자전거를 타고 기다리고 계셨고..저는 친구들과 노래방을 갔던 기억이 있네요..벌써 26년전..

  • 3. ...
    '21.11.9 8:05 AM (58.237.xxx.175)

    아닌척 모르는척 덤덤히 있었는데
    원글읽고 눈물이 나네요
    가슴 저 밑에 숨겨둔 맘을 들킨거 같아요
    재수하는 울아들 제발 올해는 자기가 원하는과에 꼭 합격하길 기도 합니다

  • 4. 맞아요
    '21.11.9 8:10 AM (1.227.xxx.55)

    맨날 시험은 지가 공부한 것만큼 치는 건지 호들갑 필요없다 하던 남편이
    수능일에 휴가 내고 집에 있는데 애 데려다주고 와서 심난한지 안 하던 집안 일을 자꾸...ㅎㅎㅎ

  • 5. 저는
    '21.11.9 8:13 AM (210.217.xxx.103) - 삭제된댓글

    95학번. 신나게 시험 보러 갔는데 제일 잘 하던 수학시간에 집중이 안 되고 너무 잘 아는 문제가 안 풀리고 계속 당황했어요. 점심 먹으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안 풀리던 문제들 풀이법이 차르르 지나가며 이번 시험 망했구나 싶었고. 끝나고 나오는데 저 끝에 긴장한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망했어라 얘기하고. 입방정 떤다고 등짝 맞고 저녁 안 먹을거라고 심통 부리는 딸 또 등짝 떄리고 기어이 중국집 가서 밥 먹이고 붕어빵까지 사서 집으로 들어왔어요. 채점하는데 그간 받은 점수보다 7~8점 떨어지고 가려던 대학 못 가고 뭐 그래도 엄마가 제일 보내고 싶어하던 대학, 과 갔네요. 올해 큰애 수능인데 지난달까진 괜찮다가 지금 이거 기초 개념 다 잊어 버린거 아니야, 개념 없이 수학 문제만 디립다 풀면 어쩌나 걱정이 올라오네요

  • 6. 친구야
    '21.11.9 8:22 AM (121.176.xxx.164)

    반갑다!
    수능 망치고 그날 거리를 배회했던 기억이..
    원치않는 학교에 들어가 또 배회하다 나중에 정신차려
    회시입사하고 원래 꿈이던 교사는 못 했지만 대신 강사를
    10년넘게 하고 있으니..그때 수능 잘 쳤음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진 않을까 문득문득 생각이 나서.
    넘 웃긴 것이 아직도 악몽이 수능 답 밀려쓰고 백지 내는 것.

  • 7. ....
    '21.11.9 8:35 AM (117.111.xxx.208)

    원글님 따뜻한 응원에 저희 집 고3 아이
    좋은 기운받아 갑니다. 감사해요.

  • 8. 저는
    '21.11.9 8:43 AM (106.102.xxx.185)

    그날 저희집이 김장을 했어요. 35년이 지났지만 수능 얘기 나오면 김장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ㅎㅎ 올해도 이번 주말 김장하는데 다음주가 수능이죠? 역시구나 했어요.

  • 9. 아빠
    '21.11.9 8:54 AM (125.184.xxx.101)

    지금은 돌아가신 세상 무뚝뚝했던 아버지가. 수능 마치는 날. 내 학창시절 ㅊㅓ음으로 학교 문앞에 데리러 오셨는데. 너무 철이 없어서... 책가방이랑 도시락 가방만 아빠편에 보내고 친구들이랑 놀러갔네요.... 아빠 생각. ㅜㅜ

  • 10. ..
    '21.11.9 9:26 AM (125.186.xxx.181)

    전 처음 입학정원이었던 30여년 전 차가 너무 밀려서 거의 30분 넘게 전력 질주로 뛰었던 생각나네요. 1교시부터 졸음이... ㅎㅎ 시험 다 망했다 생각하고 그 담날부터 눈물로 지새웠죠. 확인할 용기도 안 나고.... 그 바쁘셨던 아빠가 직접 학교로 가셔서 확인을 하셨어요. 다행히 합격을 하고 전화를 받은 전 울고...... 시험날 전력 질주를 같이 하셨던 엄마는 신경을 너무 쓰셔서 하루 종일 화장실을 10여번.

  • 11.
    '21.11.9 9:40 AM (121.131.xxx.217)

    친구야 반갑다^^ 나도 97학번..
    그때 수학이 너무너무 어려웠어서 시험치고 나와서 수학 망해서 재수각이다 하며 바로 집에 안가고 거리를 떠돌다가 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핸드폰도 없던 시기인데 8시 다 되어 집 기어들어갔을 때 본 엄마얼굴은 지금도 미안해요 ㅎㅎ
    수학 나만 어려웠던게 아니어서 어찌 대학은 가고 이 나이 됐네요.

  • 12. 94 학번
    '21.11.9 10:17 AM (58.121.xxx.80) - 삭제된댓글

    은 93년도에 수능이 처음 치러지는거라, 7월, 12월 이렇게 두번 시험치렀습니다.
    첫 아이 시험 보는데 얼마나 떨리는지요.
    아침 일찍 데려다 주고는, 교문 앞을 못 떠나고, 계속 서 있었어요, 날은 무척 더운데 엿을 교문 한 귀퉁이에
    붙이고,(그 때는 좋다는걸 다 해야했으니까요.) 서성이는데 점심 때가 지나니, 모두 가고 혼자 남았어요.
    그래도 못 떠나겠더라고요. 아이가 문제 푸느라 애쓸걸 생각하니요. 다리도 아프고, 지루하기도 했지만
    어미 마음이 그 곳을 지켜야한다는 맘이 더 컸나봐요.
    시험 끝내고 나오는 아이를 보니 안스러운 맘에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아이 토닥이며 나와서 보니 내 차가 없어 져서 두리번 거리니, 약도가 그려진 종이 한 장있고, 결국 힘든 아이 맛난것도 못 사주고, 견인된 차 찾으러 갔었던 기억이 새로워요.

    그 아이 딸이 이번 수능 치루네요. 엄마 아빠 닮았으면 잘 하겠지요.

  • 13. 95학번
    '21.11.9 10:18 AM (112.154.xxx.39)

    원래대로면 92학번
    대학 다니지 말고 돈벌어 생활비 내놓으라는 부모님
    그래도 포기 않고 몰래 회사가는척 몰래 혼자 시험장가서 시험보고 합격했어요
    도시락은 커녕 저날 회사야근하고 밤새워 공부하다 새벽에 가족들 몰래 집나와 시험장 갔었던 나는
    그날 시험당 가던길
    시험끝나고 돌아오던길
    도시락 없어 배 쫄쫄굶고 앉아있었던 모습등

    25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생생하네요
    합격해도 등록금 걱정하다 울고 대학 죽어도 가지말라던 엄마..그래도 아빠는 어쩌냐고 한마디 하셨어요
    누군가의 응원을 받고 따뜻한 도시락을 받아 간절히 기도받으며 나도 시험장 들어가고 싶었는데
    담주 우리아들 첫 대입수능일
    내가 못받은거 다 해주려구요
    아침에 데려다주고 기도하고 도시락도 따뜻하게 온기담아 해주려구요

  • 14. 저는
    '21.11.9 10:38 AM (180.230.xxx.96)

    재수할때
    주인집 아들이랑 같이 셤보게 됐는데
    그집이 점을 잘보는집
    둘이 시험치르는것도 점에서 뭐라 했는지
    엄마가 어찌어찌 얘기듣고 새벽 4시부터 밥하셨죠 ㅎ
    제가 공부를 못하는데도 ㅋ
    열심히 공부좀 할걸

  • 15. 에궁
    '21.11.9 11:48 AM (125.131.xxx.232)

    눈물나요 ㅠ
    저 원래 무덤덤한 편인데
    우리 엄마는 나 재수까지 했는데
    어떤맘으로 보냈을까
    고맙고 궁금하고 그러네요..

  • 16. 아휴
    '21.11.9 3:04 PM (1.225.xxx.151)

    19학번인 딸이 나이로는 4수 나이인데 어찌어찌 이번 수능을 다시 보게됐어요.
    다들 잊으셨겠지만 19학번 즉 2018년 수능이 사상 초유의 불국어로 1등급 컷이 84점까지 떨어진 해여서, 직장에서 국어 어려웠던 뉴스 보는 순간부터 예감이 안좋더니, 집에와서 채점하고는 아이도 울고 저도 울고, 중간에서 큰애가 양쪽 다 달래주었는데, 국어를 우리만 망한게 아니어서 어찌어찌 다행히 진학은 했었드랬죠. 원글님이 채점하는 모습 지켜보던 부모님 얘기 하니 저도 우리애가 거실 탁자에서 채점하던 모습 등뒤로 지켜보던 기억이 나네요. 3년만에 다시 시험치르는 우리 작은놈이랑 이글 보는 수험생들 다들 화이팅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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